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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사의 성장인가? 피로 가중인가? (교내 연수 문화)

by 김현섭 2015. 2. 28.

교사의 성장인가? 피로 가중인가?

-교내 연수 문화 비판적으로 읽기-

 

딩동댕~ 오늘 아침 회의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오후 330분부터 다목적실에서 연수가 있으니 하던 일을 멈추고 빨리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수가....”

아참, 그러고 보니 연수 시간이네. 지금 한참 바쁜데... 연수를 받으라고 하니 안 갈수도 없고, 어떡하지? 대충 얼굴 도장만 찍고 적당히 빠져 나올까

 

교내 연수 참여가 부담스러운 이유

첫째, 연수 시간이 학교 생활 중 가장 바쁜 시간대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개 교내 연수 시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오후 2시에서 330분 사이 시작한다. 연수가 마치는 시간이 퇴근 시간 무렵이다. 그러다보니 종례를 마치자마자 바로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 정신없이 수업하고 청소 지도하고 연수 장소로 가다보니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 업무 처리를 다 하지 못하고 연수에 참여하는 경우, 몸은 연수 장소에 있지만 유체이탈(?)하여 마음은 업무에 가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교에서는 강사들에게 원래 계획된 시간보다 줄여서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인문계 고교의 경우, 중학교에 비해 늦게 마치는데다가 보충 수업 등으로 1시간 이상의 연수 시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둘째, 좋은 연수 강사 확보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수의 질은 강사에 따라 좌우된다. 교육청 및 연수원과는 달리 단위학교에서 좋은 강사진을 확보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미리 강사진의 강의 만족도를 검증하여 강사를 섭외하면 좋지만 교장 선생님 등 개인적인 인맥으로 선택하거나 한 다리 건너서 소개받아 강사를 세우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연수를 진행했는데, 연수의 질마저 떨어진다면 많은 교사들이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니 연수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연수 장소로 이동할 때 업무 자료나 연수와 상관없는 책을 들고 가서 연수가 부실하다고 느껴지면 연수받는 척하고 딴 짓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연수시 자리도 뒤쪽부터 채워서 앉는 경우가 많다.

셋째, 연수 내용과 교사들의 필요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연수 내용이 좋고 강사가 훌륭해도 교사들의 실질적인 필요와 연수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연수 효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예컨대, 교과서 진도 나가기 급급한 상황에서 전교사 대상으로 프로젝트 수업 연수를 진행한다면 그 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융합 수업이나 범교과적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 교내에 수업 공동체가 존재하거나 교사들 간의 협력 체제가 구축되어야만 가능하지만 그 전제가 없는 상황에서 연수만 진행한다면 연수를 위한 연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학교 관리자 중심으로 하향식 접근, 연역적인 접근으로 추진되다 보면 교사들의 실제 필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연수 강의 수준이 너무 높아도 문제이다. 연수 강사들은 대체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데, 그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일반 교사들이 그대로 따라하기엔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교사 입장에서는 연수 내용은 좋은데, 그것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교사들은 강사와의 비교의식에 빠져 교사들에게 자칫 좌절감이나 자책감만 줄 수 있다.

넷째, 기존 연수 방식이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수 방식이 강의법이나 성공 사례 발표 등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일제 학습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큰 학교나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계단식 중강의실이나 강당에서 교내 연수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공간에서는 체험이나 실습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연수를 진행하기 힘들다.

다섯째, 교육청이나 연수원 주관 연수와 달리 교내 연수가 연수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연수학점이수제가 실시되면서 모든 교사들이 직무 연수를 기준으로 연간 30시간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부 교육청에서 교내 연수를 직무 연수로 인정하여 연수 학점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 아직까지 교내 연수를 직무 연수가 아니라 자율연수 형태로 진행하다 보니 교내 연수가 연수 학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연수 컨텐츠도 직무 연수 형태로 받을 수도 있고 자율연수로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연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직무 연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직무 연수에 비해 자율 연수로 진행되는 교내 연수에 대한 호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교내 연수가 교사의 실질적인 전문성 신장으로 이어지려면

첫째, 학교마다 교사의 날을 만들어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격주로 1회 정도 4교시나 5교시 정도만 운영하고 나머지 오후 시간을 교사의 날로 지정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이때, 교사 연수, 전체 교사 회의, 수업 공개 및 수업 나눔, 교사 동아리 활동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학교들이 이러한 형태로 연수 시간을 확보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다수의 학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문계 고교의 경우, 보충 수업 등으로 인하여 시간표를 쉽게 조정하고 있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시간표를 조정하지 않는 한 충분한 연수 시간을 확보하기 힘드므로 신중한 고민과 함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우수 강사 풀을 만들고 강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우수 강사 풀을 만들어 단위학교에 배포하기도 하지만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우수 강사 풀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우수 강사 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년 우수 강사 풀에 있는 강사를 대상으로 연수 실적과 연수생들의 만족도 평가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강사 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족도가 높은 강사들은 우수 강사로 인증하고, 만족도가 낮은 강사들은 강사 풀에서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 자체 우수 강사 풀을 직접 만들어 관리하거나 아니면 교육청 차원에서 강사 풀을 만들고 검증을 지속적으로 하여 단위학교에 배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교사들의 실질적인 필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향식 연수를 기획하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사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필요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연수를 기획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사를 섭외할 때에도 강사에게 학교의 상황과 필요를 구체적으로 사전에 이야기하고 강의 내용도 어느 정도 조율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인천 S중학교의 경우, 외부 강사를 초청할 때 현재 학교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학교의 필요에 맞는 강의 세부 내용을 미리 제시하여 강사와 협의하여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강사 입장에서도 그 필요에 맞추어 강의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고, 강의 이후에도 강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교직 경력이나 관심사별로 세부화된 연수 컨텐츠를 선택식 연수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의 경력 수준, 개인적 성향, 관심사 등에 따라 세부화하고 소규모 선택식 연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교직원수가 많은 거대 학교일수록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백화점식 연수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학교 실정과 학교 운영 방침에 맞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연수가 좋다. 물론 초기 탐색 단계에서는 백화점식 연수가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필요가 분명할 때에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여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사 주체도 외부 전문가 중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학교 내에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내부 우수 교사가 연수 강사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가 교사를 일을 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우수 교사를 양성하여 강사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연수 방식을 참여식 연수, 코칭적 연수, 귀납적인 연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강의나 우수 사례 발표식 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직접 참여하여 실습의 과정을 통하여 온전히 체득할 수 있는 워크샵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주제로 연수가 진행된 경우, 연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수 이후 교사들이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는지, 실천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과와 어려움이 무엇인지 양적, 질적 평가를 통해 결과가 좋으면 칭찬과 격려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원인에 대하여 토의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추후 연수에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수업코칭 연수가 진행되었다면 이를 반영하여 기존 수업 협의회를 수업 나눔 방식으로 전환하여 운영해보고 그 결과를 평가하여 개선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업 나눔 중 수업시 많은 교사들이 발문법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를 반영하여 수업 발문에 대한 내용을 연수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기초 연수 주제를 미리 정하여 연역적으로만 진행하지 말고 학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귀납적으로 연수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수시 완벽한 정답을 주려는 성급함과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질문과 토의를 통하여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연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연수시 성공 사례만을 제시하는 것보다 성공 사례 뒤에 숨겨진 시행착오나 실패담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교내 연수를 직무 연수로 인정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내 연수 시간을 직무 연수로 인정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 방식은 앞으로 다른 교육청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물론 교내 연수가 자칫 출석부에만 싸인만 하고 적당히 때우는 식의 형식적인 연수로 진행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반성적 실천가이자 교육전문가이다. 교사는 자기 교육활동에 대하여 끊임없이 성찰하고 실천하면서 전문성을 신장시켜나가야 한다. 교사 연수는 이러한 교사 성장을 돕는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