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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어떤 학생이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을 한다면?

by 김현섭 2015. 4. 3.

교사 : “오늘 과학 수업 시간을 통해 풍력 발전의 원리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 지역에서 실제 풍력 발전소가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나요?”

학생(영식) : “그런데 선생님, 풍력 발전소는 누구 것이예요? 가격은 얼마예요?”

 

내가 과학 교사라고 가정하고 어떤 학생(영식)이 교과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러한 엉뚱한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말할 것인가?

교사가 수업을 하다보면 일부 학생들이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교사는 당혹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특히 교과서 내용을 벗어나거나 전혀 다른 방향의 질문이 나오면 수업 분위기만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교사는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할까?



 

1. “영식아, 그렇게 쓸데없는 질문하니? 풍력 발전소 주인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니? 가격을 알면 네가 사려고?”

이러한 반응은 학생의 질문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별 생각없이 한 말일 수 있겠지만 질문한 학생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형 학생들은 다른 유형의 학생에 비해 엉뚱한 질문을 잘한다. 교사가 가볍게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면 별()형 학생들은 이러한 교사의 반응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반응을 마음 속에 담아놓는 스타일이 아니니 때문이다. 하지만 동그라미() 학생들은 다르다. ()형 학생처럼 엉뚱한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이긴 하지만 교사가 가볍게 말했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 동그라미() 학생들은 마음의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학습 유형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교사의 부정적인 반응은 다른 학생들의 질문을 막는 효과가 있다. 엉뚱한 질문이라고 교사가 질문을 잘라버린다면 엉뚱한 질문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도 함께 사라진다. 교실은 침묵 속에 빠지기 쉽다.

 

2. “...”

학생의 질문이 엉뚱하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학생의 마음에 상처를 덜할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다른 질문을 막아버리는 역효과가 생긴다. 다른 학생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질문은 선생님이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실제 수업 코칭을 해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많이 질문하거나 대답을 하는 편인데, 교사가 무반응을 보이게 되면 점차 질문이나 대답이 사라지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교사는 내가 질문을 해도 왜 학생들이 잘 대답하지 않나?’라고만 생각할 뿐 학생들이 질문과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 수업 속에서 학생의 질문이 없다면 내 수업을 성찰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3. “그래, 좋은 질문이야, 혹시 영식의 질문에 대하여 누군가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니?”, “다른 친구들은 영식이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니?”

이 반응은 다른 학생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엉뚱한 질문이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의 엉뚱한 질문에 대하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다른 좋은 질문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엉뚱한 질문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만 다른 학생들도 안전함을 경험할 수 있고, 그것은 다른 질문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질문 내용이 교사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정답을 모르는 경우,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의 경우, 다른 학생에게 그 질문을 던져서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질문이 배움의 초대 통로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정답을 모르는 경우, 교사가 솔직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에 이야기해준다고 하는 것도 좋은 반응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학생들 앞에서만큼 완벽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교사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교사의 권위 하락으로 꼭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4. “그래 좋은 질문이야. 사실 선생님은 풍력 발전소 주인이 누구이고 가격이 얼마인지 잘 몰라. 영식이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이 무엇이라고 추측하니?”,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쉽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식이가 다음 시간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답변해주는 것보다 그 질문에 대하여 학생이 직접 정답을 찾아보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아무리 엉뚱한 질문이라도 질문한 학생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 질문을 그 학생에게 찾아보라고 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감을 갖는다. 그러기에 학생의 질문에 대하여 직접 정답을 찾아보라고 하면 나름대로 열심히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 풍력 발전소의 주인이 누군지 검색해보면 풍력 발전소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풍력의 발전 원리 이상의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5. “좋은 질문이야, 그런데 풍력 발전소 주인이 누구 것인지, 그리고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하여 영식이가 궁금하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 입장에서는 엉뚱한 질문이라도 그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그 질문을 궁금하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던질 질문일 수도 있고, 돈에 관심이 있어서 질문할 수도 있고, 이과적 사고보다는 문과적 사고를 더 선호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의 추측만으로 직관에 의존하여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판단할 필요가 없다. 영식이가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면 교사가 그 질문을 보다 지혜롭게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생각없이 던질 질문이라면 교사가 가볍게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진지한 질문이라면 교사도 진지하게 그 질문에 반응할 수 있고, 전혀 다른 맥락에서 궁금증을 가졌다면 그 맥락에서 교사가 반응을 보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을까? 현재 1번부터 5번까지 반응 중 나는 주로 어떻게 반응을 보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