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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좋은 질문을 위한 10가지 원칙

by 김현섭 2015. 5. 3.



1.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라. (易地思之)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의 차이는 학생 입장에서 바라보면 쉽게 판별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 쉽게 말할 수 있고, 생각을 열어주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질문은 나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만든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교사가 직접 그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기록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교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시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학생 입장에서 쉽게 답변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시() 중 인상깊었던 시나 좋았던 시가 있었으면 그 시()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학생 입장에서 쉽게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는 질문을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게 인간이란 무엇일까요?”맹자와 순자의 인간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그 학생은 당황할 것이다.

 

2. 교사가 질문을 독점하지 말라.

교사가 수업을 준비 할 때 1차시 수업을 기준으로 할 때 3개 내외의 큰 질문을 미리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교사가 너무 많은 질문은 학생에게 던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교사가 질문을 독점하면 교사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 물론 교사 중심 수업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의 배움을 촉진하려면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하부르타 수업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올바른 질문연구소의 로스스타인도 교사 주도의 질문형 수업은 소통방식이 기본적으로 일방통행이고, 이러한 질문의 전문화 현상으로 인하여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만 질문이 용납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과감하게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주는 것이 수업에서 배움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3. 학생의 질문을 다른 학생에게 연결하라.

학생의 질문이나 답변에 대하여 교사가 즉각적으로 정답을 말하지 말고 다른 학생에게 의견을 묻거나 그 질문을 반사하여 질문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떤 학생의 질문이 개인의 궁금증으로 그치지 않고 전체 학생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학 시간에 어떤 학생이 선생님, 하늘은 왜 파랗죠?”라고 질문했을 때, 교사가 바로 그 이유는 빛의 산란 현상 때문이야. 파란 빛은 짧은 파장이고, 붉은 빛은 긴 파장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그래. 참 좋은 질문이야. 다른 친구들 중에서 이 질문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니?”라고 질문한다면 다른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빛의 성질을 전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진정 대답을 원한다면 학급 전체로 질문하지 말고 특정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하라.

많은 교사들이 질문시 학급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여겨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이 문제의 정답이 무엇일까?”라고 학생들에게 질문한다면 어떤 학생도 선생님! 제가 생각하는 그 문제의 정답은요...”라고 선뜻 이야기할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 입장에서는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정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구태여 나서서 정답을 말했다가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잘못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선희야, 이 문제의 정답에 대하여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등의 표현처럼 구체적인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해야 해당 학생이 답변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특정 사람을 구체적으로 선택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5. 특정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했으면 최소 7초를 기다리라.

대개 교사가 특정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했는데, 해당 학생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면 다른 학생에게 질문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마이어스와 브릭스(MBTI)에 의하면 학생들의 성격 유형을 에너지 방향(외향성-내향성), 인식 기능(감각형-직관형), 판단 기능(사고형-감정형), 생활 양식(판단형-인식형) 등 크게 네 가지 기준으로 구분한다. 외향적인 학생은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답변할 수 있지만 내성적인 학생은 그러하지 못하다.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학생의 경우,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최소 7초의 시간을 기다려줘야 한다. 그런데 교사에게는 7초의 시간이 심리적으로는 70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답변하지 못하면 정답을 모르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답변할 기회를 다른 학생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이 생기면 해당 학생은 마음 속으로 나도 정답을 아는데, 왜 기다려 주지 않지?’라고 생각하거나 즉각적으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자기에게만 잘못을 돌려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특정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했다면 최소 7초의 시간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7초의 시간을 기다려도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민지야, 다른 학생에게 이 질문을 던져도 되겠니?”라고 양해를 구하고 다른 학생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그 학생은 선생님으로부터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 절대로 자문자답하지 말라.

교사에게 가장 좋지 않은 질문 습관은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것이다. 교사가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하여 교사가 먼저 대답하는 것이다. 대개 교사들이 자문자답하는 것은 의도한 행위가 아니다. 어떤 교사든 자문자답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이 자문자답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잘 대답하지 않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으면 교사 입장에서 뻘쭘한 입장이 된다. 어색한 침묵을 채우기 위해 교사 자신도 모르게 자기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한다. 학생들이 답변을 했어도 교사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게 되면 교사 입장에서는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설명한 내용을 다시 설명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에 교사가 습관적으로 질문하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정답을 말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수업 진도에 쫓기다보면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기가 한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답변하는 경우도 생긴다.

교사가 자문자답을 하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답변해야 할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표현 방식은 질문 형태이지만 어차피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선생님이 알아서 정답을 말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문자답의 방식은 질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스스로 잃어버리게 한다.

 

7.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학생이 오답을 말해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라.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학생이 오답을 말해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서는 안된다. 물론 지식과 이해를 묻는 질문에는 분명 정답이 존재하고 오답을 그냥 놔두면 자칫 오개념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오개념을 수정하는 것과 오답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오답을 했을 때 교사가 민식아, 지난 시간과 오늘 수업 내내 선생님이 케플러의 법칙에 대하여 설명했는데,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니? 선생님이 몇 번씩 설명해야 하겠어? 정신 차려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민식이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앞으로 다시는 그 지식을 몰라도, 정기 고사시 해당 문제에 대하여 틀리게 되더라도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질문이나 대답을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할 것이다. 학생의 엉뚱한 질문이나 오답에 대하여 교사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거기에서 배움은 멈추고 말 것이다. 만약 학생이 엉뚱한 질문을 했다면 그것에 대하여 성실하게 답변하거나 그 질문이 수업 분위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교사가 판단되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양해를 구하고 나중으로 미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학생의 대답이 오개념일 때는 다른 학생들에게 그 대답에 대한 피드백을 유도함으로써 오개념을 수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직접 오개념을 수정하더라도 민식이가 잘 질문(대답)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선생님의 생각으로는...” 등으로 대답 자체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하고 나서 오개념에 대한 수정을 하는 것이 좋다.

 

8. 질문을 했으면 그 대답을 경청하고 반응을 보여라.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답을 듣기 위함이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학생에게 질문만 할 뿐 대답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생에게 질문을 하고 나서 경청하지 않고 딴 짓을 하거나 학생의 대답에 대하여 별 다른 반응없이 교사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반응을 한다면 대답을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당황하거나 기분이 나빠질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경청하는 척한다고 경청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에 대하여 경청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교사의 비언어적 표현, 신체적 언어를 통해서 학생들은 교사가 자기 말에 경청하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경청의 기본 자세는 눈 맞춤(아이 컨텍 eye contect)’이다. 그러므로 교사가 학생에게 질문을 했으면 힘을 다해 경청하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9. 구조화된 질문을 사용하라.

교사가 생각나는 대로 질문하는 것은 좋지 않은 질문 습관이다. 수업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질문을 미리 고민하여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질문은 학생들에게 배움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방해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그러므로 질문과 질문 사이에는 논리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출발 질문 전개 질문 도착 질문의 3단계 질문 단계를 기억하면 좋다.

수업 시간에 다루는 지식의 수준이나 성격에 따라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을 적절하게 섞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 내용의 흐름에 따라 탐색 질문과 집중 질문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 구조적인 측면에서 질문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학급 전체, 개인, , 모둠 등 대상에 따라 적절한 질문들을 대상 활동으로 전환하여 수업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수업은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교사의 질문은 학급 전체 뿐 아니라 학생 개인, , 모둠 등 다양한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10. 학습 단원의 특성, 학생들의 수준, 수업 맥락, 상황 등에 맞는 질문을 사용하라.

질문의 원칙과 사례들을 안다고 해서 수업에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습 단원의 특성, 학생들의 학습 수준, 수업의 맥락과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그에 맞는 질문을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질문은 교사의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 요령을 직접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좋은 질문 사용 방식은 학생들의 질문을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다. 교사가 좋은 질문의 모델을 제시해야 학생도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친밀한 관계성이 있어야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