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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슬럼프에 빠진 교사? 점프하는 교사?

by 김현섭 2016. 5. 19.

먼저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자.

 

1. 아침에 눈을 뜰 때 하루가 별로 기대가 되지 않나요?

2. 컴퓨터 바탕 화면이나 메모지에 해야 할 일을 기록했는데도 자꾸 일들이 깜박 깜박하나요?

3. 학생들의 장난이 웃기지 않고 오히려 짜증나지 않나요?

4. 학교 일이고 뭐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나요?

5.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 기쁘지 않고 혹시 에너지 뱀파이어처럼 느껴지나요?

6. 내 수업을 내가 보기에도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7. 학생들의 생활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가질 않나요?

8. 학교 업무로, 학생들과의 관계로, 가정사의 일들로 치여 산다는 느낌이 드나요?

9. (업무) 메신저가 날라오면 확인하기도 전에 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나요?

10. 학교 업무보다 학교 밖 다른 일에 관심이 더 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집착 현상(폭식, 과도한 취미 생활 등)이 나타나고 있는가요?



 

위의 질문에서 5가지 이상 라고 대답했다면 자신이 번 아웃(burn-out, 소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에서 burn out이란 1. (로켓의) 연료 소진 2.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 기억력 저하, 무력감을 뜻한다. 번 아웃 현상이란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에너지를 다 쏟아내어 결국 어느 시점에서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지며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극도로 쌓였거나 일이 생각대로 실현되지 않았을 때 즉, 어떤 이유에서건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교사는 과다한 업무로 인하여 다양한 피로감을 경험한다. , 공감 피로, 수업 피로, 조직(학교) 피로를 쉽게 경험한다. 공감 피로란 학생들과의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이다. 교사는 학생, 동료 교사, 학교 관리자, 학부모 등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일을 하는 존재이다.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이 있다. 수업 피로란 수업을 하는데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거의 공강 시간 없이 학생들이 하교 전까지 수업과 생활지도를 해야 한다. 중학교의 경우, 고교에 비해 수업 시간이 많고 공강 시간에도 수업 준비보다는 잡다한 업무들이 많이 놓여있다. 때로는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고교의 경우, 수업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수업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지식에 대한 두려움, 입시 지도에 대한 강박 등이 있다. 고경력 교사일수록 수업 피로도를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수업 시수를 적게 담당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일부 고경력 교사들은 수업이 부담스러워 부장 등 중간 관리자나 교감, 교장 등 학교 관리자를 하려고도 한다. 조직 피로는 학교 행정 업무 등 학교라는 조직 생활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이다. 교육청 차원에서의 다양한 잡무 경감 대책이 나왔지만 아직도 학교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과도한 업무가 피로로 연결되고 피로가 쌓이면 번 아웃과 슬럼프 현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지속되면 무기력으로 빠지게 되고 결국 냉소주의라는 비합리적인 신념에 자기를 가두게 된다.

 

과도한 업무 실패와 좌절 피로 누적 번 아웃, 슬럼프 현상 무기력, 낮은 자존감 냉소주의, 비합리적인 신념

 

학생들에게만 무기력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도 무기력에 빠진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의욕이 현저하게 저하된다.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빠져나올 수 있지만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장기적인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이것이 무기력 현상으로 나타난다. 사람은 누구나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갖지 못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축 쳐지게 된다.

 

 

슬럼프에서 탈출하여 점프하는 교사가 되기 위한 5가지 방안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1. 무엇보다 자기가 번 아웃된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자기의 신체 상태, 감정 상태, 업무 수행 정도 등을 있는 그대로알아차려야 한다. 자기 몸이 피곤한 상태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차려야 한다. 자기가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는지, 기분이 좋은 상태인지를 알아야 한다. 감정을 제대로 느껴야 한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 화를 내지 않고 있다면 무엇인가 자기 안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혹시 자기가 착한 교사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착한 것 = 좋은 것 = 다른 사람의 판단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착한 교사가 무엇이 문제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착한 교사 콤플렉스에 빠지면 자기 속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억눌린 감정과 욕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순이 응축되다가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갈등이나 위기 상황에 닥치면 분출된다. 폭발한 욕구와 감정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2. 자기 만의 세계에서 탈출해야 한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지낸다. 초등학교의 경우, 자기 교실 안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중등학교라 하더라도 최근 공강 시간에 교사들끼리 수다를 떠는 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쁜 업무로 인하여 다른 동료 교사들과 부담없이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하더라도 인터넷 서핑 등 혼자 놀기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지 못하면 자기 안에 누적되어 있다가 언젠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에 빠져버리게 된다. 우울증은 단순한 감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폐렴 등으로 악화되듯이 우울증도 그대로 방치하면 자기 비하 등 더 좋지 않은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내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주변에 나의 힘듦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가장 불행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 주변에서 칭찬받고, 지치고 좌절했을 때 누군가 격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칭찬과 격려는 교사의 삶에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문화가 개인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공동체 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사가 살아있는 교사학습공동체에 속했을 때 온전히 이러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3. 쉼의 가치를 인식하고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쉬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유대교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안식이란 단순히 놀고 먹으며 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시간과 구별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이란 거룩한 시간이다. 쉼은 놀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과 구별된 시간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일 중독증에 빠진 사람은 일이 없으면 자기 존재의 가치를 느껴지지 못해 자기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자기를 스스로 파멸의 길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일 중독증에 빠지면 어느 정도 일의 성취와 만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정작 꼭대기에 올라가면 허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허무감을 다른 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하다.

내성적인 교사일수록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외향적인 교사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자기를 성찰할 수 있다. 교사가 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학생들에게 진정한 쉼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쉼이 있는 교육은 교사의 쉼으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사회가 의 가치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성장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 공간 안에서도 교사들이 교사 휴게실이나 공용 안마기 설치 등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까페같은 학생 휴게실, 홈 베이스 공간, 학생용 벤치 등이 설치되어야 한다.

 

4.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일치시켜야 한다.

핀란드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핀란드 노동위생연구소의 한 흥미로운 실험에서 유래됐다. 핀란드 노동위생연구소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40대 관리직 12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5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 600명에게는 술과 담배를 끊고, 소금과 설탕을 줄이도록 하면서 운동을 권했다. 정기검진을 통해 개개인에게 필요한 처방도 내렸다. B그룹 600명에게는 특별한 지침없이 평소대로 생활하도록 했다. 15년 후 이 두 그룹의 건강상태를 비교해봤는데 결과는 어떠했을까?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마음대로 생활한 B그룹 심혈관계 수치가 더 좋았으며 성인병, 사망률, 자살률까지도 훨씬 양호했던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 실험의 결과는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삶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특히 우리 나라 교직 생활 및 학교 문화 특성상 교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이 쉽게 지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교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교원 인사 및 업무 분장시 교사의 달란트와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이니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왜 해야 하는 지 충분히 고민하여 동기 부여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자기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와 업무 협의와 상호 소통의 과정을 통해 동기 유발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이 없는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와 민주적 학교 운영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니스쿨제 도입 내지 학년협의회 자율권 강화, 정기적인 학교 교육활동 평가회 등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5.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와 신념을 성찰하고 교직 사명감을 회복해야 한다.

요즘은 교사들이 상담소나 정신과 병원을 찾는 것이 더 이상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의식이 있는 교사일수록 자기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일부 교사들 중 상담 중독, 힐링 중독에 빠진 교사들도 있다. 처음 상담 단계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경청과 공감하기를 한다. 내담자인 교사인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힐링되는 경험을 느낀다. 그런데 상담자가 직면하기나 인지 치료를 시도하면 내담자가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과정이 싫어서 결국 상담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른 상담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는데,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서 상담자가 직면하기를 시도하면 또 그만두기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되면 상담과 연수는 많이 받지만 실제 자기의 삶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교사가 성장하려면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와 신념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 토론이나 교사학습공동체, 현장 연구 및 실천 과정, 교사 수련회 참여 등을 통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신념들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수정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적 가치를 찾아야 교직 사명감을 회복할 수 있다. 공자가 말한 정명(正名) 사상이나 기독교의 소명(召命) 의식처럼 교사가 교사다워지려면 교사의 목적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목적이 있는 삶, 교사로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직 사명감을 찾아야 부정 방향이 아니라 긍정 방향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참고자료]

헤럴드 경제 2014.11.11. 기사

김현섭(2016), “수업 성장”, 수업디자인연구소

김현섭(2013), “수업을 바꾸다”, 한국협동학습센터

김현수(2012), “교사 상처”, 에듀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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