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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혁신(2016 교육과정학회 발표문)

by 김현섭 2016. 5. 20.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 혁신

 

서 경 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 현 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아동의 경험과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교과들 사이에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 (중략) 교과는 아동의 경험 밖에 존재하는 이미 완성된 불변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동의 경험은 고정 불변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동의 경험을 마치 배아와 같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역동적이고 변혁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아동과 교육과정이 하나의 과정을 구성하는 양 끝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치 두 점이 하나의 직선을 형성하듯, 아동의 현재와 교과의 사실과 진리가 수업을 형성한다. 수업은 아동의 현재 경험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교과라고 부르는 조직화된 진리의 체계로 나아가는 끊임없는 재구성의 과정이다. (Dewey, “아동과 교육과정(The Child and the Curriculum)”, 1902, 189)

 

백여 년 전 듀이는 수업을 아동의 현 경험에서 출발하여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끊임없는 재구성의 과정이라 정의하였다. 그는 당시 아동과 교육과정을 대립적 관계에서 이해하는 전통주의자들과 아동연구가들을 비판하며, 교육과정을 아동에게 강제하고 주입하는 구식교육이 아니라 또는 아동의 현 경험, 흥미, 요구 등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신식교육이 아니라, 아동의 현 경험에서 출발하여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교육을 주장하였다. 그것이 바로 수업의 본질이라 보았다.

백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수업은 어떠한가? 실망스럽게도 그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강제되는 수업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고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들의 경험이나 흥미 중심의 수업이 여전히 실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현 경험에서 출발하여 인류 경험의 논리적 총체 즉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수업은 여전히 우리에게 요원하다.

백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왜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의 현 경험에서 출발하여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수업, 그리하여 학생들과 교육과정이 진정으로 만나는 수업을 위하여 그간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 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수업 방법, 전략, 절차, 모형 등이 개발되었다. 게다가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우리 수업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이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교사들에게 효과적인 수업 방법이나 전략, 절차, 모형 등을 쥐어주면 이것을 적용해서 수업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 교사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대체로 교사 개개인을 타겟으로 수업 방법이나 전략 등을 주입하고 수업 기술을 연마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오늘 발표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수업의 문제를 극복하는 수업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신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 한 접근으로 교사학습공동체를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일고 있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 혁신 노력들을 살펴보고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1. 교사학습공동체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생의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라 할 수 있다(서경혜, 2015). 공동체는 사람과 비슷하여 유기체적 발단 단계를 거쳐서 발전하고 퇴보한다. 사회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공동체는 형성기, 격정기, 규준기, 실행기, 휴회기 등 5단계의 발전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1단계 형성기는 공동체 발전의 초기 단계이며, 각 구성원들이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의 배경, 태도, 경험 등을 알아가는 단계이다.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신뢰를 쌓아가고 이를 통해 정체성이 확립되어 간다. 기본적인 규칙이 확립되고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2단계 격정기는 서로 다른 개인의 목표와 공동체와의 목표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의견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발생하는 단계이다. 구성원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과제에 대한 불만이나 공동체 방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3단계 규준기는 구성원들의 갈등을 잘 해결하면서 일정 수준의 응집력을 생기는 단계이다. 구성원들은 갈등 극복을 통해 더욱 공동체가 견고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규칙이 보다 정교화되거나 유연해 진다.

4단계 실행기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과제를 실행하여 성과를 드러내는 단계이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성공적인 과제 수행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고 새로운 구성원들이 모이게 된다.

5단계 휴회기는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해체되거나 축소되는 단계를 말한다. 프로젝트 모임처럼 목표 지향적인 공동체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자연스럽게 공동체도 해체된다. 구성원들이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공동체를 떠나게 되면서 공동체도 축소되거나 해체된다. 대개 교사학습공동체도 이러한 공동체의 유기체적인 발단 단계에 따라 새롭게 형성, 발전되고 축소, 해체된다.

학교 내 교사학습공동체는 대체로 3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발달한다.‘수업 고민을 공유하는 수업 수다 수업 고민에 대해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수업 나눔 집단 지성을 통하여 함께하는 수업 디자인이 그것이다.

1단계인 수업 수다는 교사들이 모여 수업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교직 문화의 특성상 수업의 고민이나 성과를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교사들은 주로 이를 식사 시간이나 공강 시간 등에 산발적으로 나누곤 한다. 수업 수다는 이러한 교사들의 비공식적인 수다를 수업 공동체 안에서 하는 것이다. 수업 공동체를 만들고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수업 수다를 통해 함께 수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해 봄으로써 수업 성장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2단계인 수업 나눔은 수업 고민에 대한 공감을 넘어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공동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3단계인 집단 지성을 통한 수업 디자인은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며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2단계 수업 나눔이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한 수업을 나누는 방식이라면, 수업 디자인은 처음부터 함께 수업을 디자인하고 준비하며 실행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수업 디자인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융합 수업 등으로 범교과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수업 나눔을 할 때에도 참석자들이 수업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에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중등학교에서는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모여 범교과적으로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모여 논의하게 되면 동 교과 교사들끼리만 논의할 때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의 눈으로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다른 교과 교사들은 타 교과에 대한 지식과 태도가 학생과 비슷하기 때문에 학생의 눈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시도는 범교과적 프로젝트 수업이나 융합 수업, 교육과정 재구성의 기초가 된다. 범교과적으로 함께 수업을 디자인하다보면 타 교과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고, 교과 간 겹치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조정하면서 교육과정 재구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넷째, 소수 교과 교사들도 모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주당 1~2시간 정도의 교과 담당 교사들은 학교 내에 1~2명인 경우가 많아 교과협의회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범교과적 수업 디자인을 모임을 진행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다음은 수업 디자인 모임에서 나누면 좋은 질문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수업 디자인 모임을 통해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방법 등 직접적인 수업 활동과 관련한 것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 함께 수업을 디자인할 때 고민해야 할 부분과 이와 관련하여 사용하면 좋은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수업자의 주안점 및 의도 파악]

-이 수업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수업자의 의도는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가?

 

[학습 목표 및 핵심 질문]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습 목표는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하는가?

-학습 목표와 교사의 수업 고민이 잘 연결되어 핵심 질문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출발 질문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학습 분량 및 시간 배분]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1차시의 학습 분량으로 적절한가?

-개별 활동, 모둠 활동, 전체 활동, 심화 (도전 과제) 활동 등의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활동 중 중점을 두어야 할 활동은 무엇인가?

 

[학습지(학생용 활동지, Sheet) 검토]

-학습지의 분량은 적절한가?

-괄호 넣기의 수준은 적절한가?

-수업 진행 순서는 학습지 순서와 일치하는가?

-학습지의 질문 수준과 유형, 표현 등은 적절한가?

-학습지 내용이 학습 부진 학생이나 우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는가?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의 학습 수준과 실제 수업 수준이 일치하는가?

-교육과정 재구성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학생 배움 입장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수학습방법]

-학습 내용에 맞는 적절한 교수 학습 방법인가?

-모둠 활동 결과를 발표할 때는 모둠별로 순차적으로 할 것인가, 동시다발적으로 할 것인가?

 

[마무리 활동]

-수업 내용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과 효과적으로 연결하려면 도착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수업의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복습이나 차시 예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수업디자인 모임 시간이 길지 않다면 이 중에서 활동지 검토 등 몇 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면 좋다. 다음은 개별적으로 디자인한 수업 지도안을 공동으로 검토하는 단계에서 사용하면 좋은 질문이다.

 

-이번 수업의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은 수업의 주안점이 ○○라고 하셨는데, 수업 지도안 상의 주안점은 오히려 △△인 것 같아요. 제가 잘못 파악했나요?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비해 수업 시간에 다루는 내용이 좀 어렵지 않나요?

-학습지에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든 단어나 표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1차시에 세 가지 활동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던데, 1시간 안에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에 대한 부분은 도덕 시간에도 다루는데, 가정 시간에는 이런 식으로 차별화해서 다루면 어떨까요?

 

이제 최근 현장에서 일고 있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 혁신 노력에 대하여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2.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 혁신 사례

 

. A 초등학교 수업 혁신 이야기

 

A 초등학교는 작은 전원형 공립학교이다. A 초등학교에서는 전체 교사들이 교사학습공동체를 이루어 단위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연구하고 학교 실정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

이 교육과정은 모든 어린이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언어, 수리의 기초 학습 능력과 예술 표현 능력, 탐구 능력을 익히고, 감수성과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재구성한 교육과정이다. 다양한 학습 경험을 통해 조화로운 삶을 가꾸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단위 학교의 개성적인 프로그램이다. 삶과 배움의 일치를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고 그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지역, 학부모, 학생의 요구와 교사의 교육관을 적극 반영한다.

토론, 협동,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들의 참여, 체험, 표현활동을 통해 배움과 나눔의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도 학습내용을 재구성한다.

학생 수준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교과별 학습내용의 비중이나 순서를 조정한다.

학습내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학습자료(학습도서, 각종 매체 활용)를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이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은 9단계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 형태

디딤돌학습 : 국어(언어), 수학(연산) 기초 능력 신장을 위한 디딤돌 학습

다지기학습 : 전교생이 함께하는 예술, 체육 특기 활동(리코더, 제기차기)

발전학습 : 학생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자기주도적 학습)

통합학습 :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조사 탐구, 체험 학습과 연계한 교과통합 학습

문화예술학습 : 국어(연극), 체육(무용), 음악(뮤지컬), 미술(디자인) 교과를 문화예술교육 과정으로 재구성

생태학습 : 학년별로 학교와 마을 주변의 생태환경을 활용한 생태체험이나 농사체험학습을 실시

재량활동 교육과정 형태

창조학습 : 예술적 표현기능, 탐구기능,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학년별 주기 집중학습을 실시

특별활동 교육과정 형태

어울마당 : 학생회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자치, 적응, 행사 활동

동아리 : 4-6학년의 계발활동으로 학생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동아리 활동

 

디딤돌 학습에서 수학 수업의 경우, 초등학교 6년 과정을 총 12단계로 재구성하여 교사들이 직접 수업 워크북 교재를 만들어 수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 중 기초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수업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교사가 해당 학생들을 모아 방과 후에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인성 교육 및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방과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자발적으로 남아 공부하거나 노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행복한 공간이 되었다.

이 교육과정은 A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집단 지성을 통해 만들어낸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그대로 복사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 교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크게 신장되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실에 남아 밤늦게 까지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B 중학교 수업디자인 모임 이야기

 

B 중학교는 평범한 일반 공립중학교였는데, 최근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이다. B 중학교는 혁신학교 선정 이전인 2014년도부터 수업 디자인 및 수업 나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공개 수업자가 개인적으로 수업을 준비해서 공개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2-3주 전에 사전 수업 디자인 모임을 통해 공동 수업디자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다음은 B 중학교의 실제 운영 사례이다.

 

[수업 디자인 모임]

 

일시 : 2015. 3. 27

 

참석자 : ○○, ○○, ○○, ○○, ○○, ○○, ○○, ○○, ○○, ○○

 

수업자 : ○○(역사과)

 

단원 : -2. 삼국의 발전과 가야

1. 고구려가 동북 아시아의 강자로 성장하다

 

수업 흐름

1. 지난 시간 수업 내용을 퀴즈를 통해 복습 또는 영상을 시청함

2. 모둠 혹은 개별적으로 학습지 풀기

3. 다 함께 의견을 나누기

 

수업자의 의도

작년에는 2학기부터 모둠 수업을 했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모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 수업 디자인 모임을 통해 학습지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분량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난이도가 높지는 않은지 등을 학생의 눈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

 

수업자의 고민

1. 방대한 내용을 45분 안에 다 다룰 수 있을까?

2.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현재의 삶과 연계하여 가르칠 수 있을까?

 

학습지를 검토하고 난 후의 느낌과 피드백

피드백 1. 읽을 자료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이 좋았다. 하지만 1번 문제에서 학생들이 물리친 나라와 도와 준 나라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 3번 문제에서는 교과서의 어느 부분을 보고 풀어야 하는지 제시해 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4번 문제에서는 졸본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겠다. 5번 문제는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발문을 구체적으로 바꿔 주면 좋을 것 같다. 6번 문제는 문제에 답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고민은 모든 교사가 하는 고민인 것 같다.

 

수업자 : 학습지 활동을 할 때 수준 차이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피드백 2. 글을 읽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문제에 답이 몇 개인지 제시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지문을 반복해서 읽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탐구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교과서를 보고 나니 문제를 해결하기 훨씬 수월했다. 지도 위에 수도를 표시하도록 한 것은 위치를 확인하는데 좋은 것 같다.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하실지 궁금하다.

 

수업자 : 도입에 적절한 영상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6번 문제는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피드백 3. 6번 문제가 재밌었다. 문제에 제시된 강한 국력, 자신감에서 힌트를 얻어서 그림을 보며 여러 상상을 할 수 있었다. 1번 문제는 지문을 여러 번 읽음으로써 정벌, 토벌이라는 단어가 물리치다라는 뜻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았다. 학생을 능동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학습지인 것 같다. 4번의 수도를 옮기는 문제는 2번 문제의 답이 힌트가 될 것 같다. 주변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만약 내가 신라, 백제의 왕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서 아이들이 조금 더 고민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6번 문제는 동기 부여 자료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자 : 6번 문제를 조금 더 정교화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드백 4.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과서 내용을 토대로 만든 학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가 떠올랐다. 선생님의 수업 의도와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이 학습지를 공부한 후 아이들에게 어떻게 나누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수업자 : 아이들이 지문을 읽고 용어(정벌, 토벌)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텍스트를 좀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다. 또한 지리적 관점을 키우기 위해 수도가 옮겨진 곳을 지도 위에 찾도록 했다. 삼국이 공존하던 시대였던 만큼 고구려, 백제, 신라가 맺고 있던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당시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습지 이후의 나눔은 아이들이 나와 1번 문제부터 칠판에 적고 선생님이 답을 확인해 주는 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각자 학습지를 풀게 한 후에 모둠 안에서 나누고 모둠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주면, 모둠에서 토론하고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아이들에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피드백 5. 학습지 내용이 많거나 문제가 어렵지 않은지 봐달라고 하셨는데 학습지를 푸는 시간을 얼마나 잡으셨는지 궁금하다.

 

수업자 : 15분에서 20분 정도로 생각한다.

 

피드백 6. 각자 학습지를 푼 후에 모둠에 B4용지를 나눠 주어 모둠끼리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번 문제의 의도가 고구려의 전성기를 한 눈에 보고 남진 정책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문제의 순서를 앞으로 끌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6번 문제는 의도한 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수업자 : 6번 문제는 답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던진 문제였다.

 

피드백 7. 그렇다면 차라리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마지막 문제를 그림을 보고 그 시대의 상황을 유추해보자로 수정하는 것이 어떨까? 1번 지문은 2번과 3번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6번 문제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민했는데 교과서를 보니 문제를 풀기 훨씬 수월했다. 6번 문제는 시간을 넉넉히 주면 그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고구려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옛 그림이나 자료들을 더 많이 제시해 주시면 좋겠다.

 

수업자 : 고려해 보도록 하겠다.

 

피드백 8. 문제가 퀴즈식이어서 답을 찾는 것이 재밌었다. 아이들 스스로 답을 적는 것인지 수업을 들으며 적는 것인지 궁금하다. 5번 문제는 주어가 없어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6번 문제는 문제에서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6번 문제는 아이들이 고구려인의 성향이나 지향하는 가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답을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자 : 학습지만 보고도 충분히 답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드백 9. 고구려가 남진 정책을 펼치며 비문을 세웠다고 했는데, 비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한 뒤 자료를 제시하여 비교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수업자 : 좋은 의견이다. 선생님들의 의견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업 나눔 협의회 내용]

 

일시 : 2015. 4. 3

 

참석자: ○○, ○○, ○○, ○○, , ○○, ○○, ○○, ○○, ○○, ○○, ○○, ○○, ○○, ○○

 

수업자 : ○○(역사과)

 

수업자의 의도 및 수업 소감

이 차시는 고구려의 성장과 전성기를 다루는 수업이었다. 수업을 통해 당시 고구려의 상황을 이해하고 당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자 했다.

지난 주 수업 디자인 모임에서의 조언대로 지도가 포함된 4번 문제를 1번에 배치하였다. 수도의 변천 과정은 교과서에 명확히 나오지 않고 어려운 면이 있어, 지도에 나라 이름을 쓰는 것으로 수정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2번 문제의 지문을 파악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했지만, 글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그대로 유지했다. 4번 문제는 지문 안에 답이 들어 있어서 눈이 밝은 아이들은 금방 찾았으리라 생각한다. 5번 문제는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다른 반 수업에서는 4번과 5번 사이에 새로운 문제를 넣었지만, 아이들이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해 제외했고 쉽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5, 6번 문항은 수업 디자인 모임의 많은 분들이 질문을 살리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셔서 최종 질문을 찾는데 고민이 많았다. 다른 반 수업에서는 5번까지 풀다가 수업이 끝났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집중을 잘 해서 다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고분 벽화 영상도 보여주며 보충할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나의 의도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많이 느꼈다.

 

수업자의 장점 칭찬하기

- 지난 주 수업 디자인 모임에서 상황과 맥락을 알지 못한 채 많은 질문을 드린 것 같아 다 반영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수용하여 학습지를 수정하신 것을 보고 무척 감사하고 좋았다. 다양한 답변을 유도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 제가 관찰한 모둠은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이 말을 잘 하지 않아 다소 답답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번 문제까지 빨리 풀어내는 것을 보고 학습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학습지를 풀면서 책을 계속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선생님의 의도대로 잘 따라간 느낌이다.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학습지를 통한 활동이 평소에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수업 지도안 중 수업관에 대한 내용을 보고 훌륭하신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스스로 텍스트를 찾아 가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불타는 학구열이 좋아 보였고 훌륭했다.

- 수업이 학습 목표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발표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도 좋았고 답을 유도하시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 학습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고, 책을 참고해서 학습지를 푸는 모습을 보며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6번 문제는 질문만으로도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를 하며 발표를 미루려는 학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수업을 진행하시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시다고 느꼈다.

- 첫 번째 모둠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지 순서를 잘 배열해서 교과서를 뒤적이며 문제를 풀 수 있게 하신 점이 좋았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힌트를 주어 교과서를 참고하도록 하시는 모습이 좋았다.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신 점도 인상 깊었고, 예상치 못한 질문(신라를 왜 도와주었는지)을 하신 점도 좋았다. 특히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시는 모습에서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 수업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영상을 보여주셔서 무척 좋았다. 역사는 선행 학습을 하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도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포기하는 학생 없이 교과서를 찾아보며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했다. 마이크 볼륨도 적절하고 안정적인 진행이 인상 깊었다.

- 오늘 공개 수업을 한 반은 워낙 에너지가 넘쳐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하며 들어왔다. 선생님께서 학습지 어렵지?” ,“몇 번까지만 풀어보자.”, “교과서를 참고하면 돼.” 등의 말로 아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모습이 좋았고, 학생들에게 안전한 교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추가로 던진 질문에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확 모인 느낌이 들었고, 아이들의 열띤 답변을 들으며 아이들이 스토리가 있는 내용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할 친구를 정할 때 적극 자원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수업에 대해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전 차시 내용을 퀴즈를 통해 점검하고 수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좋았다. 5, 6번 문제를 풀 때 집중해서 봤는데 아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5번 문제를 풀며 요즘이라면 이러이러하지 않았을까라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좋았다. 동영상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모둠을 순회하시며 막히는 문제에 힌트를 주어 도와주셨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 공동 수업 디자인을 할 때 이야기한 내용이 반영된 느낌이 들었다. 5번 문제에 그림이 늘어나는 등 아이디어를 수업에 반영해주셔서 수업 디자인 모임과 수업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아이들이 학습지를 곧바로 시작하는 것을 보며, 평상시에 학습지를 먼저 하고 수업을 진행하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상의 수업을 그대로 공개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틀려도 괜찮다는 말이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유로운 배움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다양한 학생의 답변을 듣고 기다려 주시는 모습이 좋았고 이 때 아이들의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색을 입힌 벽화에 관한 영상은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 열린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집중력을 불러일으킨 점이 인상 깊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려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척 좋았다. “힘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의 수도에 대해 질문한 학생에게 바로 답을 일러주지 않고 교과서 53쪽을 찾아보자고 답변하시는 것을 보며,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표를 기피하는 학생에게 유연하고 재미나게 대처하셔서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5, 6번 문제에서 모둠의 효과가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자발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특히 6번 문제는 잠시나마 그 시대로 여행을 간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답변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점심시간 이후의 수업이어서 학생들이 졸릴 수 있었는데, 시각 자료나 영상 자료를 잘 활용하셔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특히 한 학생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답 뿐 아니라 이유까지 묻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서 무척 좋아 보였다. 긴 지문을 반복해서 읽는 학생을 보며, 이를 통해 긴 글을 읽는 힘을 기르기를 원한다는 선생님의 의도가 수업에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안마를 해주며 격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발표할 학생을 지명하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것이다.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웠다. 또한 특정 학생에게 발표를 권하는 것은 아이들이 쓴 학습지 내용을 기억해야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3. 교사학습공동체의 수업 혁신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

 

. 학원 강사가 학교 교사보다 수업을 잘한다?

 

교원 목적 양성 대학인 교육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경쟁이 치열한 임용고사를 통과한 일반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교육비를 내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학교 교육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들을 더 신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교육과정 측면에서 볼 때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상당수 학교 교사들은 자기가 쓰지 않은 교과서를 가지고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지만 학원 강사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교재나 워크북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

학교 교사의 주 업무는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이다. 그런데 교사로서 업무의 우선 순위는 교직 경력이 많을수록 수업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행정 업무와 생활 지도를 하고 나서 수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은 행정 업무 자체가 없고, 업무의 최우선 순위가 수업이다. 왜냐하면 학교 수업보다 질이 떨어진다면 비싼 돈을 내고 구태여 학원 수업을 수강하려는 학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량이란 교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수업 역량, 생활 지도 역량, 행정 업무 역량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수업 역량은 교육과정 이해 및 재구성 능력과 그에 맞는 적절한 교수학습방법 실행 능력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교사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 등에 맞추어 교사가 교육계획 및 교과서를 재조직화, 수정, 보완, 통합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최종적으로 교실에서 구현하려면 교사를 통해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가 교육과정이라는 전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예전에는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회자되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 체제에서는 교육과정 =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이미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되었고, 향후 자유발행제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대강화되고, 단위 학교나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활동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로 볼 때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이 보다 더 강조될 것이다. 교사의 역량 중 교육과정 기획력이 보다 강조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교사들은 과연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 기획력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교사들은 지식의 전달자모델에 따라 교과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급급했었다. 그런데 교육과정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주면서 교사의 재량을 발휘하라고 하니까 그 운영 취지대로 운영되기 보다는 부실 내지 변질된 시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생겼다. 체험활동은 양념 정도로 운영되고, 한문, 영어 교과 시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 내지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을 향상시켜야 미래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필자는 공교육 학교 뿐 아니라 대안학교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안학교 수업을 관찰해 보면 대안학교 교사들이 일반 공교육 교사들보다 대우나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이유는 대안학교에서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에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 교육과정 재구성할 기회와 범위가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교육과정 기획력이 신장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근 알파고 충격이 교육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만간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학교 교육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 방식의 기존 학교 수업은 인공 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등교육일수록 그 영향이 클 것이다.

초중등 교육법 제231항에 의하면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교사는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교사가 해야 할 업무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업무가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앞으로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미래 사회와 학교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 학교급별로 수업 혁신이 쉽지 않은 이유는?

 

수업 혁신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행정 업무 중심의 교사 평가 문화, 개인주의적 한계, 수업 경험의 독특성, 수업 성찰의 기회 부재, 학교급별 수업 문화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학교급별 수업 문화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살펴보겠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수업 준비할 시간이 일과 시간 안에 충분히 확보되고 있지 못하다. 중등학교처럼 공강 시간이 거의 없고, 초등학생의 특성상 생활지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교해야만 비로소 개인 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 하교 이후에는 행정 업무 처리, 각종 회의 및 연수 참여 등으로 인하여 수업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업체가 제공한 아이스크림이나 티나라에 의존하거나 초등 교사 온라인 자료 커뮤니티인 인디스쿨등을 통해 대충 수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교사의 경우, 고등학교에 비해 수업 시수가 많고 생활지도 및 행정 업무 등이 많아서 수업에만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행정 업무에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일과 시간 안에 수업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고등학교 교사의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비해서 공강 시간이 많이 있고, 수업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인문계 고교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과 그에 따른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인하여 진도 나가기 수업에 치우쳐있고, 보충 수업 준비로 인하여 정규 수업 준비에 소홀히 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입시 위주의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강의식 수업, ebs 교재 문제 풀이식 수업은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성화 고교나 일부 인문계 고교의 경우, 일부 학생들의 학습 무기력이 교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쳐서 교사도 일종의 무기력 상태로 빠지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점 현상에만 초점을 두고 그 현상에 따른 표피적인 해결책을 추진하지 말고 그 현상 속에 숨겨져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비로소 의미있는 수업 혁신을 점진적으로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의 개인적인 접근, 학교 차원에서의 접근, 교육제도 및 정책적 접근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있다.

 

. 최근의 교육과정 재구성 운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 일부 혁신 학교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재구성 운동에도 현실적인 한계와 명암이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 잘 이루어지는 학교들은 기본적으로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내지 교사학습공동체가 잘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교사학습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육과정 운영의 수준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예컨대, 학년별로 통합 주제가 정해지면 집단 지성을 통해 소통과 토론을 통해 재구성하여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세부 주제를 기계적으로 배분하고 대충 주제 관련 수업 지도안을 만들어 수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수합하는 것이다. 상향식 개혁 방식이 아니라 하향식 개혁 방식으로 진행되면 오히려 교육과정 재구성 수준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쉽다. 교장의 지시가 아니라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발성을 토대로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교육과정이 내실 있게 진행할 수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발은 합리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이 적합할 수 있겠지만 단위 학교 수준 교육과정 개발은 숙의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과 내 재구성과 범교과적 재구성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현재 일부 혁신 학교들은 범교과적 재구성 사례를 모범 사례로 제시한다. 왜냐하면 일반 학교에서는 범교과적 재구성을 실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성과로 제시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범교과적 재구성 접근은 교과 중심의 기존 교육과정 운영의 보완재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없다. 범교과적 재구성은 자칫 이벤트 수업으로 그칠 위험이 있다. 일상 수업의 내실화를 고민해본다면 교과 내 재구성이 보다 현실적이고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교과 내 재구성을 잘할 수 있어야 범교과적인 재구성도 잘 할 수 있다. 저학년일수록, 지식의 분량이 적을 때는 범교과적인 재구성이 의미가 있겠지만 고학년일수록, 지식의 분량이 많아질수록 교과 내 재구성이 더 의미가 있다.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교육 철학적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는 상대론적인 인식론, 구성주의 교육과정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인 지식관, 학문 중심 교육과정 입장에서는 비판적일 수 있을 수 있다.

 

.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을 어떻게 신장시킬 것인가?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관련 연수를 많이 실시한다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 사례를 모아 짜깁기하여 자기 학교에서 운영한다고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고민과 질문을 가지고 자기 학교, 자기 교실에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향상시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교육과정 기획력은 실패를 통해 배워갈 수 있으므로 교사의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할 수 있는 학교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교육과정 재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의 학교 현실과 여건에 맞는 학교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은 결국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 개인주의의 한계 안에서는 자기의 교육과정 기획력을 스스로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이 학회를 만들어 학술적 토의와 피드백의 과정을 통해 연구 역량을 신장시키는 것처럼 교사도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상호 소통과 피드백의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기획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성공적인 혁신학교 사례들을 살펴보면 전체 교사들이 늦은 밤까지 회의를 통해 협의와 피드백의 과정을 통해 자기 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실천하고 이후 전체 평가회를 교육과정 운영 결과를 평가한다. 작은 학교의 경우, 전체 교사들이 하나의 교사학습공동체를 이루어 집단 지성을 통해 단위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큰 학교의 경우, 학년협의회나 미니 스쿨제 운영 등을 통해 작은 조직으로 세부화하여 그 안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경우,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에 참여함으로서 교육과정 기획력을 신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가 발달한 서구 학교와 달리 정기전보제로 운영되는 우리 나라 공립 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가 발달한 측면이 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는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 과연 교사학습공동체가 수업 혁신의 만병통치약일까?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과정 기획력을 신장시키는 데 있어서 교사학습공동체가 큰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모든 교사들에게 의무적으로 교사학습공동체에 소속시키고 활동한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이미 2015년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는 NTTP(New Teacher Training Program) 사업 일환으로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사업은 모든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활동 시간을 연수 학점으로 인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사업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사들은 형식적으로 참여하거나 의무적 참여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래부터의 개혁 운동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개혁 운동이기 때문이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자발성을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소기의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자발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일부 교사들은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교사의 역량과 전문성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정작 연수에 참여해야 할 교사들은 연수 자체를 기피하고 연수에 참여하지 않아도 될 교사들은 좋은 연수를 찾아다니며 수강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하려면 교직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사 집단은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긍정 방향과 부정 방향의 교사들이 혼재되어 있다. 긍정 방향의 교사들은 교직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수업과 생활 지도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부정 방향의 교사들은 그러하지 못하다. 긍정 방향의 교사들은 자발성을 가지고 교사학습공동체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신장시키지만 부정 방향의 교사들은 교사학습공동체 자체에 관심이 없고 부담스럽게만 느낀다. 부정 방향의 교사들에게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에 대한 의무적인 참여는 오히려 반감만 사기 쉽다. 특히 부정 방향의 교사가 전문적 학습공동체 리더가 된다면 그 구성원인 긍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교사학습공동체 참여는 긍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부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는 별 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부정 방향의 교사들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부정 방향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코칭을 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관계의 상처, 지식에 대한 두려움, 많은 업무로 인한 소진 현상(Burn-out), 실패와 좌절의 지속적인 경험, 개인적인 성장 과정의 부정적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뿌리를 캐면 낮은 자존감과 비합리적인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부장 방향의 교사들을 변화시키려면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진정한 학습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시켜나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학습공동체가 치유 공동체, 관계 공동체, 학습 공동체, 실천 공동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한국교육과정학회 춘계학술대회 발제문]

대주제교육과정과 수업새로운 관계 모색

일시: 2016. 5. 21. 오전 10:30-오후 3:30  장소한국교육과정평가원 4층 대회의실 

[참고문헌]

김현섭(2016).수업 성장. 수업디자인연구소.

김현섭(2015).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한국협동학습센터.

김현섭(2013). 수업을 바꾸다. 한국협동학습센터.

남경운 외(2014). 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디자인. 서울: 맘에드림.

서경혜(2015). 교사학습공동체. 서울: 학지사.

신재한 외(2015). 융합교육의 이론과 실제. 서울: 교육과학사.

이중현(2011). 학교가 달라졌다. 서울: 우리교육.

Dewey, J. (1902). The child and the curriculum.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