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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사 학습 공동체 이야기

by 김현섭 2016. 5. 31.

우연히 선생님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각자의 필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리 학교 철학 중의 하나가 통합인데, 이를 위한 시도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몇몇 교사들이 모여 진수(수업의 진수를 맛보게 하자)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선자, 소명중고등학교 교사)

전 예전부터 통일 교육에 대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북한대학원에서 공부도 했구요. 친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통일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주변 교사들 중 통일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를 찾았어요. 그래서 과학과 교사 2, 사회과 교사 2, 4명이 모이게 되었어요. 소통(소명 통일 교육)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있어요.” (박경은, 소명중고등학교 교사)

학교에서 공개 수업 및 수업 나눔 활동을 하면서 수업에서의 질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물론 예전 수업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질문을 활용하면서 수업했지만 보다 구조화된 질문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몇몇 선생님들이 질문을 중심으로 연구 모임이 시작한다고 할 때 기쁘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모임 이름도 질문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로 질그릇이라는 이름을 정했어요.” (허용회, 소명중고등학교 교사)



소명중고등학교의 배움알찬동아리 이야기

소명중고등학교에서는 전 교사들이 격주 화요일 오후 330분부터 배움알찬동아리라는 이름으로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가진다. 현재 진수, 질그릇, 통일교육 모임 외에도 행복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을 준비하는 행복교육 모임, 체계적인 학생 플래너 교육을 위한 플래닝 모임, 학습 코칭에 기반한 자기주도학습 모임, 수준별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수학과 모임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일부는 좋은교사운동에서 주관하는 연구 프로젝트X와 연계하여 참여하고 있다.

진수 모임의 경우, 현재 학교에서 3년째 통합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첫 해는 을 주제로 통합 수업을 진행하였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통합수업을 시도하였다. 수학 시간에는 핀홀 카메라 제작 속에 숨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다루었고, 미술 시간에서는 빛을 주제로 수업하면서 핀홀 카메라 만들기 활동을 하였고, 교실 자체를 암실로 구성했다. 2주 뒤 암막을 제거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의 빛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 시간에는 역사 속에서 빛낸 인물들에 대하여 배웠고, 위인 유적지를 탐방하였다. 과학 시간에는 농사 짓는 과정을 통해 빛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다루었다.


첫 해의 성과를 토대로 중1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합 수업을 시도하였다.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을 주제로 접근하였다. 국어 시간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서 물과 겸손을 연결하여 수업을 했고, 수학 시간에는 자격루(물시계)를 통해 시간을 재는 실험을 하였다. 역사 시간에는 이순신과 장영실에 초점을 맞추고 수업을 진행하였고, 아산 현충사와 장영실 과학관에 현장 체험 학습을 다녀왔다. 과학 시간 베르누이의 법칙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전략 우수성과 해수의 순환에 대하여 다루었다.

3년째 연속하는 올 해는 통합 수업의 주제로 을 정했다. 2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먼저 교사들이 전문가(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교수님, 유기농 농장주 신민호 선생님)를 모시고 토지 정의와 생태 농업에 대하여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집단 지성의 과정을 통해 통합 수업의 흐름을 잡아나갔다. 국어 시간에 팀 티칭 수업으로 한글 창제 원리에 대하여 다루면서 흙의 물리적 속성도 함께 다루었다. 인문학 시간에는 토지 정의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생물 시간에는 흙의 특징에 대하여 다루었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왜 필요할까?

교사 학습 공동체란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생의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이다.(서경혜, 2015).

교사 학습 공동체는 교사 학습 공동체 구성원들은 우선 목표와 비전, 가치를 함께 수립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이는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발생할 때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이렇게 공유된 비전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학습해야 한다. 비전 공유와 협력적 학습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실천하고 사례를 공유하면서 수업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 구성원들은 그들의 실천한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구성원 간에 정서적으로 서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해 지식을 배우고 실천할 뿐 아니라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구성원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다른 교사 학습 공동체와 교류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교사학습공동체는 회원들의 친목 도모를 추구하는 동호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교사는 교사학습공동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김현섭, 2016)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교사의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교사 학습 공동체의 정체성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정서적 유대감으로 결속된 공동체 속에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교사로서의 고민과 민감할 수 있는 피드백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해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단점을 비판만 하거나 의도적으로 칭찬만 하는 수업 강평회 문화에서는 교사의 수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교사의 전문성은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솔직하고 진실하게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실천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수업자에게 맞게 수업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실천해 보며, 공동체 안에서 검증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나가는 것이다.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해 연구하고 실천하는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다. 교사는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해 수업 콘텐츠의 소비자만이 아닌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 국어교사모임에서 대안적 교육 과정 개발과 대안 교과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국정 교과서 체제를 검인정 체제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검인정 교과서 개발 시 현장 교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운동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교사 학습 공동체 출신 교사들이 아래로부터의 개혁 운동을 이끌어나갔기 때문이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궁극적으로 교사의 가르침을 넘어서 학생들의 온전한 배움을 회복하고 증진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업 혁신의 종착역은 가르침과 배움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배움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성과와 한계

“3년째 진수 모임을 하면서 고민의 깊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서 좋았어요. 특정 학년에만 통합 수업을 시도했지만 해당 학년에 그치지 않고 전 학년에 그 성과를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3년째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서 초창기 치열한 고민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학교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정기 모임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고 예전보다 업무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구성원들이 해마다 약간씩 변동이 있다 보니 새로 들어온 선생님들은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어요.” (김선자)

그동안 통일 교육 모임을 하면서 통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자발성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우리끼리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하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학교 차원에서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할 계획이예요. 통일 교육을 정치 교육이나 거대 담론으로 접근하지 않고 관계 회복이라는 주제로 평화 교육 측면에서 접근했기에 통일 문제를 구체적인 삶과 연계해서 다룰 수 있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바쁜 업무로 인하여 우선 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예요.” (박경은)

요즘은 수업을 할 때 예전보다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교사가 질문하는 것 뿐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해요. 최근 한겨레 신문 기자가 제 수업에 다하여 취재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기자에게 좋은 질문을 하면서 다가가는 모습이 뿌듯했어요. 기자도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질문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네요.” (허용회)

질그릇 모임을 통하여 자기 교과에서 벗어나 다른 교사들과 함께 다양한 질문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수업을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피드백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정기적으로 모임 시간을 내는 것 자체는 그리 쉽지 않았어요.” (김종은)

 

교사 학습 공동체 발전을 위한 고민들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교사학습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교사 성장의 욕구과 자발적인 참여, 구성원들 간의 친밀감, 교사학습공동체의 섬기는 리더쉽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3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시켰다 하더라도 교사 학습 공동체를 섬기는 리더가 있으면 교사학습공동체가 잘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진수 모임을 섬기면서 그리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때마다 내가 이 모임을 왜 하려고 하는가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김선자)

교사학습공동체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책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외부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였어요.” (박경은)

무엇보다 교사의 수업 성장 의지가 있을 때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수업 성장 의지가 적을 때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사 학습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면 학교 관리자의 인식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