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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답답한 학교?

by 김현섭 2016. 6. 30.

[어느 교무회의 장면]

연구 부장 : 이번에 우리 학교가 과학영재교육 연구시범학교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교사 : 선생님, 현재 우리 학교가 이미 다른 연구시범학교 사업을 하고 있어서 일이 많은데, 또 다른 연구 시범학교를 겸한다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연구 부장 : ,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부장회의를 거쳐서 연구시범학교를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교사 : ?

연구부장 : 저희 부서도 연구시범학교 업무가 많아서 힘든 상황입니다. 가급적 다른 선생님들에게 큰 부담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할테니 잘 협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위의 장면에서 질문을 한 교사가 연구부장의 대답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담당 부서에서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연구시범학교를 추가로 추진한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나? 누군가 예산이나 승진 문제 등 때문에 추진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고 불신은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선 소통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소통이 잘 되어야 오해가 없고, 오해가 없어야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교사 개인의 생각과 철학이 다르고, 필요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학교 교사라 할지라도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서로 의견 달라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 다만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점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성숙하게 소통이 잘 이루어져서 불만 없이 원만하게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특정 힘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학년협의회 장면]

학년부장 : 오늘 학년협의회의 주요 안건은 현장 체험 학습 활동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생님들, 의견을 주시죠.

교사1 : 제 생각은 기존 현장 체험 학습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보면 어떨까요?

교사2 : 아직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우리 학교 아이들 수준이 그 정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작년 현장 체험 학습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동산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교사1 : 작년 체험 학습을 진행하면서 저는 현장 체험 학습의 기본 취지와 달리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인가 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교사2 : 아직 선생님이 담임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약 아이들에게 현장 체험 활동 기획을 맡겼다가 무슨 사고라도 나면 선생님이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 아마 교장 선생님도 부담스럽게 느낄 것 같아요.

교사1 : ???

 

위의 장면에서 교사1은 교사2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위의 회의 장면에서 현장체험학습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이다. 또한 놀이동산에 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거나 현장 체험 학습을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는 것 자체가 모두 사고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교사2는 교사1의 의견에 대하여 잘못된 의견처럼 말하고 있다. 담임 경력이 낮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교사1의 입장에서는 사실 인신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감정이 상하게 되면 교사1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

선생님, 작년 현장 체험 학습 활동시 그 반이 늦게 집합해서 전체 진행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데요.’ 이렇게 진행되면 감정적인 다툼으로 번지게 되어 결정이 어떻게 나든 간에 교사1과 교사2 사이의 관계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교사2-전달법’(I-message)를 사용했다면 의견 충돌이 있어도 좀 더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우리 학교 아이들 수준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혼란과 사고 발생 위험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예전에 제가 아이들에게 학급 행사를 맡겼다가 큰 낭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 상대방 의견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내 입장과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소한 상대방의 이야기가 자기의 정체성과 가치를 부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의견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것과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다.

 

[어느 전체 교직원 대상 워크샵 장면]

교장 : 오늘 우리 학교가 좀 더 나은 교과교실제 운영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좋은 의견을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연구부장께서 진행해 주시죠.

연구부장 : 이 시간에는 교과교실제 운영 개선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서별로 토론 주제를 드릴테니 협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장 : (조용히 워크샵 자리를 비운다)

[교직원 워크샵 이후 교장실]

연구부장 : 교장 선생님, 지난 워크샵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고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교장 : 연구부장님, 지난 워크샵 진행하느라 수고하셨어요. 보고서 내용을 나중에 교과교실제 프로젝트 최종 결과 보고서에 넣으세요.

연구부장 : 그런데 워크샵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교과교실 시설과 홈베이스 공간 문제, 그리고 시간표 작성 문제를 보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교장 : 원래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다보면 일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예산도 별로 없는데... 웬만하면 그대로 진행합시다.

연구부장 : ...(?)

 

교직원 전체 워크샵에서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오고, 활발하게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학교 운영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교사들은 더 이상 소통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이번 워크샵도 일종의 쇼야. 실적의 수단에 불과할 뿐, 실제 운영에 우리들의 의견이 별로 반영되지도 않잖아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교장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것이고 교사들의 교장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면 또 다른 학교 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교사들의 전체적인 의견과 교장과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교장이 직접 전체 교사들에게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면 교사들이 교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설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교사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면, 교장은 최종 의사 결정을 늦추고 다소 늦더라도 시간을 두고 소통의 과정을 통해 교사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일의 성과와 상관없이 다음 일들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MC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유재석과 강호동이다. 최근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카리스마로 이끌려는 강호동 진행 스타일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소통하려고 애쓰는 유재석 진행 스타일을 많은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카리스마형 리더와 소통형 리더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사람들이 카리스마형 리더보다 소통형 리더를 더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배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직적인 장학 구조에서의 수업 강평회나 응보적 정의에 토대를 둔 학교폭력대책위원회보다 수평적인 수업 나눔이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써클에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 아닐까?

 

사람이면 누구나 상대방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이 공감해주길 바란다.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자기 의견이 전체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길 원한다. 사람은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정을 가질 수 있다. 자기 의견이 반영된 집단 의사 결정 결과는 자발성을 가지고 기쁘게 따르지만 반대의 경우는 수동적으로 반응하면서 매우 힘들어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는 학생과 소통하는 수업을 꿈꾸고, 동료 교사와 원만하게 소통하고 싶어 하고, 학교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싶고 학교 관리자들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교사가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원만하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