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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회의(會議)와 회의(懷疑) 사이에서(소통하는 학교 만들기)

by 김현섭 2016. 7. 23.

기존 교무 회의는 학교 내 소통의 공간인가?

짧은 시간 안에 교사들이 한 주 동안 처리해야 할 업무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기존 교무 회의 문화는 업무 지시의 공간이지, 교사들의 소통 공간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큰 학교의 경우 교무 회의마다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합의의 과정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원활한 의사결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혁신 학교나 대안학교의 경우, 회의가 너무 많아 교사들이 회의(會議)를 회의(懷疑)하게 된다.

많은 교사들이 기존 교무회의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그 일을 실천하고 책임까지 가져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동기 부여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을 해야 하는 경우, 일 자체는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더라도 그 일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알고 그 일을 하는 것과 자기 의사와는 다르거나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 못해 그 일을 처리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물론 공립학교의 경우, 각자의 교육철학이 다른 상황에서 공통의 의미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기에 더더욱 서로 소통하면서 의견을 맞추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 꼭 해야 할 일, 하면 좋은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학교 업무에 있어서 필요없는 것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그 빈 공간에 꼭 해야 할 일을 더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학교 업무가 많으면 교사들이 바빠서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하여 성찰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일이 많으면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하다보니 교사들이 쉽게 지치는데, 이러한 경우 소통을 위한 자리 자체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둘째, 학교 교육 철학에 대하여 다함께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과 신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공립학교는 더욱 그러하다. 대개 교장의 학교 운영 철학에 따라 하향식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면 교사들은 수동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 시간도 만약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 없이 어떻게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대도시 큰 학교일수록 개인주의적인 교직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개인주의에 빠지게 되면 자기 일에만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의 업무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넷째, 관료제 문화 속의 하향식 의사결정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관료 체제에서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반대로 상향식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관료제 학교 문화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는 잘 전달되지만 아래에서 올라오는 의견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다섯째, 교사들이 소통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소통하는 방법,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것을 생활 속에서 익힐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학교 안에서 소통하는 공간 만들기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 소통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첫째, 학교 교육 활동 수립 시 소수의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 교육 활동에 대한 평가회를 토대로 교육 활동을 다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큰 학교의 경우 모든 교사들이 모여 교육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으므로 확대간부회의(학교관리자, 부장 교사, 기획)에서 1차적으로 교육 활동 계획 수립을 논의하고 전체 교직원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때 -만약-어떻게의 삼박자 질문을 활용하거나 SWOT 분석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또한 퍼실리테이션(촉진자) 기법들을 교사 회의 때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이 중에서 많이 활용하는 월드 까페방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월드 까페]

월드카페는 1995년 처음 시작되어 5~1,200명이 모이는 각종 모임에서 효과가 검증되었고, 대화를 통해서 그룹의 지혜를 모으고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진행자가 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질문을 준비해야 하고, 한 테이블에 4-8명이 이상적이며, 3~5 Round를 진행한다.

1. 까페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토론을 한다.

2. 모두 3~5 라운드의 까페가 열리며, 각 라운드는 30~60분씩 진행된다.

3. 각 라운드가 끝나면 코너 대표를 제외한 모든 참석자는 새로운 테이블로 이동한다.

4. 코너 대표는 새로운 참석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5. 주제에 집중한다. 카페에서 가까운 지인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듯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6. 테이블에 있는 종이에 마음껏 낙서하고 메모한다.

(출처 : user experience design 티스토리 블로그)

둘째 사안에 따라 다양한 소통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당사자들 간의 실무 협의로 해결할 일이 있고, 부장 회의(간부회의)에서 논의할 일이 있고, 전체 교사들이 모여서 논의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관리자나 업무 실무 담당자가 사업 추진시 다양한 소통 방식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사안은 전체회의에서 먼저 기본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고 해당자와 관심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TF모임을 통해 실무 검토를 하고 다시 전체 회의를 통해 TF모임에서 제시한 다양한 대안들을 다시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확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메신저나 문자로 간단하게 소통해도 되는 문제가 있고, 직접 만나 여유 있게 토론하며 논의할 일도 있다. , 해당 사안의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소통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부서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경우, 학교 관리자가 잘 중재하거나 결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부 학교 관리자들은 부서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갈등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갈등 자체를 회피하거나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거나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의미있는 일을 할 때는 일부 반대자들로부터 꼭 욕을 먹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신경쓰다가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

넷째, 학교 내 내부 불만이 쌓여있을 때는 정서적인 접근과 이성적인 접근을 구분하고 연결하여 해결하는 것도 좋다. 대개 논리적인 모순이 생기면 감정적 불만이 쌓여 간다. 감정적 불만이 쌓이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정서적 불만을 그냥 터트리는 방식보다는 나 전달법(아이 메시지)이나 회복적 써클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정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다음에 이성적인 접근을 통해 실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소통의 범위를 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까지 넓혀야 한다. 학생들도 교사들과 함께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교들을 탐방해 보면 학교 교직 문화가 학생 자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 학교관리자와 평교사 사이의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인 경우, 평교사와 학생 사이도 수직적인 관계로 흐르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민주적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경우, 학생 자치와 자발적인 참여도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모임처럼 정기적으로 전체 학생들이 모여 학교 교육 대토론회를 가지는 것도 좋다. 또한 학부모들이 건강하게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와의 소통에서 엄마보다 아빠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아빠 캠프를 통해 아빠와 자녀 간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거나 아빠들이 중심이 되어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소명중고등학교에서 회복적 써클과 컨설팅 기법인 SWOT 분석을 활용하여 학교 발전을 위한 2.0 대화모임을 가졌다. 다른 학교에서도 적용하면 좋으리라 생각되어 이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모든 교직원들이 원형 써클 대형으로 둘러 앉는다.

2. 원형 대형 중앙에는 촛불과 이미지 카드를 배치한다.

3. 교사들이 자기 현재 상태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카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돌아가며 짧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한 키워드와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한다. 이야기가 마치면 말한 사람의 의견에 대하여 짧게 나마 공감의 시간을 가진다. (종소리)

4. 비슷한 키워드를 묶어 키워드를 말한 교직원들끼리 소그룹을 구성한다.

5. 소그룹별로 학교 발전을 위한 SWOT 분석과 대안들을 토의한다.

6. 소그룹별로 논의한 내용을 전체 교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7. 이후 학교 발전 모임에 대한 진행 계획을 이야기한다.

8. 오늘 대화 모임에 참여한 소감을 짧게 돌아가며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