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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를 망가뜨리는 교장이 되기 위한 9가지 비결

by 김현섭 2016. 11. 28.

1. 내가 학교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교사들에 비해 내 교직 경력이 가장 길기 때문에 나보다 학교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교장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 판단이 가장 현명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나보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 판단과 다를 경우, 내 판단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이 좋다. 나의 생각이 가장 옳다는 신념을 지켜나간다.

 

2. 나의 학교 경영 철학이 곧 우리 학교 철학이다.

모든 사람마다 각자 다른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한 가지 방향으로 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오랫동안 고민한 학교 경영 철학이니만큼 학교 경영 철학을 나름대로 잘 정리하여 교사나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교 철학을 이야기해서 교사나 학생들이 저절로 외울 수 있도록 강조한다.

 

3. 교장으로서 내가 많은 일을 직접 하려고 한다.

학교 일을 추진하다보면 부장들이나 평교사들이 그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업무를 잘 추진하리라 믿고 기대했다가는 나중에 나만 고생한다. 그러므로 일을 맡겼는데,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차라리 내가 직접 일을 챙겨서 추진한다. 교장이 많은 일을 직접 잘 처리할수록 주변의 사람들이 교장의 능력을 인정한다. 어쩔 수없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겼으면 수시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여 빠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재촉한다.

 

4. 새로운 아이디어는 가급적 피하고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

학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거의 동일하다. 기존에 하던 학교 일들을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면 많은 반대와 번거로움, 예산 등이 발생한다. 만약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천하다가 실패하면 전체 책임을 져야 하는 교장만 힘들 뿐이다. 어쩔 수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 다른 학교 실천 사례를 찾아서 그대로 따라가도록 한다.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5. 내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내 말을 잘 듣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요 보직을 맡기면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 내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요 보직을 맡겨야 학교를 운영하기가 쉽다. 만약 불가피하게 인사가 이루어졌으면 내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공식 조직보다 비선 조직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인사자문위원회는 자칫 교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민감한 문제는 가급적 피하거나 말 그대로 자문 수준으로 그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학교 분위기상 인사를 하기 힘든 경우에는 아예 인사자문위원회에 맡겨서 문제가 발생 시 그 책임을 인사자문위원회를 돌릴 수 있도록 한다.

 

6. 주변의 사람들을 잘 믿지 않고 당근과 채찍 전략을 활용한다.

어느 조직이든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갈등만 생기고 자기 이해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한 사람을 너무 믿으면 결국 그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 마련이다. 교사들과의 관계를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내 말을 잘 듣는 사람들에게는 칭찬과 보상을 확실하게 준다. 교사들의 근무 분위기를 정기적으로 개인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내 말을 잘 듣지 않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보복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도록 한다. 기존 인사 승진 제도, 교원 평가제, 근무평점 제도 등을 잘 활용하도록 한다.

 

7. 돈이 없으면 일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되, 그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학교 일을 추진하려면 결국 다 돈이 필요하다. 돈도 없는데, 쓸데없는 일만 추진하다가 욕을 먹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돈을 잘못 사용하면 교육청 감사 시 지적받기만 쉬울 뿐이다. 교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예산 문제를 내세워 가급적 일을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연구 시범학교나 각종 프로젝트를 공모해서 학교 추가 예산을 힘들게 따와도 나중에 정산하려면 그리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때는 반대로 열심히 각종 연구 시범학교나 프로젝트에 공모한다. 공모 계획서를 만들 때는 학교 여건상 현실적이지 않아도 그럴 듯하게 작성한다. 프로젝트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는 잘 포장하여 처리한다. 어차피 교육전문직은 2년 주기로 보직이 돌아가기 때문에 미적거리다 보면 시간이 흐르기 마련이고 해당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대충 넘어갈 수 있다.

 

8. 가급적 교장실에서 나가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교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개인적인 요구 사항만 자꾸 늘어 놓는다. 직접적인 학교 행정 업무가 아니고서는 가급적 개인적인 만남을 자제한다. 적당한 선에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많은 만큼 건강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평상시 건강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교장실에 나와 교무실이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교사나 학생들에게 심리적인 부담만 줄 뿐이다. 교장실에 찾아오는 사람들만 만나도 내 시간이 부족하다. 학생들과의 만남은 가급적 피한다.

 

9. 학교 안에 갈등이 생기면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뒤로 물러선다.

업무 부서 간 갈등 시 잘못 개입했다가는 양쪽 모두에게 욕만 먹을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다고 뒤로 물러선다. 학생 사안이 발생한 경우, 학교 규칙이나 규정대로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괜히 감정적인 온정주의로 흘러갔다가 교장만 욕을 먹을 수 있다. 혹시 교장이 실수해서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욕을 먹는 일이 생기면 교감이나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비난받기 쉬운 일은 교감에게 맡기고, 사람들에게 칭찬받기 쉬운 일은 교장이 직접 나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항상 빠져나갈 길을 열어놓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분위기상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빨리 내신을 내서 다른 학교로 전근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보너스] 수업을 무너뜨리는 교사가 되려면?

 

1. 시간이 나면 수업 준비를 한다.

학교 업무의 우선 순위를 1. 행정, 2. 생활지도, 3. 수업 순서로 하면 된다. 수업 준비 시간이 부족하면 적당히 예전 방식대로 수업을 한다. 교사가 대충 수업을 준비해도 표시나지 않는다.

 

2. 내 수업 수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교사들의 수업도 별거 아니다. 나만큼 수업을 잘하는 교사는 별로 없다.

 

3. 학생들과의 심리적인 거리를 많이 두어 학생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한다.

학생들과 너무 친하면 상처받기 쉽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학생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방어망을 구축한다.

 

4. 학생들을 당근과 채찍 전략을 활용하여 통제한다.

학생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할 때는 칭찬과 보상을 주고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는 심하게 야단치거나 당시 기분과 감정에 따라 학생들을 야단친다.

 

5. 교과서만을 가지고 수업한다.

학습지를 만드는 것도 귀찮다. 교과서 진도 나가는 것도 벅차다.

 

6. 수업 시간 시작 종이 울리면 천천히 움직이고 수업 시간 마침 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을 나온다.

교실에 빨리 들어가봤자 학생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7. 기말고사 기간에 맞추어 벼락치기로 수행 평가를 부여한다.

학기 말에 수행 평가들을 몰아 내주어야 학생들의 평가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 수행평가 점수를 잘 주면 학생들이 교사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급적 점수는 짜게 준다. 평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학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8. 부담스러운 공개 수업은 가급적 피한다.

공개 수업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우니까 경력 순서나 과목 순서 등으로 돌려서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견을 몰고 간다. 가급적 수업 공개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9. 다른 동료 교사와의 수업 대화나 협의를 가급적 피한다.

수업은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프라이버시)이다. 다른 교사들과의 수업 대화나 협의를 가지는 것은 번거로운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