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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일반 수업에서 모둠 활동을 해야 하나?

by 김현섭 2016. 11. 29.

일반 수업에서 모둠 활동을 해야 하는가?

 

일제 학습은 교사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학생들이 학습에서 소외되기 쉽다. 교사의 설명에 잘 따라가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교사의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자기가 직접 해보려고 하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일제 학습은 학생들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기 쉽다. 교사의 설명식 수업에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경우 5, 고학년의 경우 10, 중학생의 경우 15, 고교생도 20분을 넘기 힘들다. 일제 학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둠 활동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모둠 활동을 하게 되면 모든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교사가 모든 모둠을 동시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모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 입장에서 강의식 수업보다 힘든 것이 모둠 활동 수업이다. 강의식 수업은 교사가 지식을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되지만 모둠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이 모둠 활동을 통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모둠 수업을 하려면 교사가 학생 모둠 활동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모둠 활동을 시킨다고 해서 저절로 모둠 활동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모둠 안에서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학생, 수업 방해자들이 나타나기 쉽다. 무임승차자란 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모둠 점수를 받을 때만 묻어가려는 학생이다. 일벌레 학생은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 이상 만큼 일을 담당하는 학생을 말한다. 모둠 안에 무임승차자가 있다는 것은 모둠 안에서 누군가가 일벌레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수업 방해자란 수업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업 활동에 방해하는 학생들이다. 열심히 모둠 활동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을 비난하거나 딴 짓을 유도하는 학생들이다. 또한 학습 주제와 상관없이 떠들거나 반대로 자리 배치만 모둠이지 실제로는 각자가 가만히 자기 할 일만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모둠 간에 학습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열심히 참여한 모둠이 모둠 활동 시간이 남아돌 수 있지만 그러지 모둠은 활동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어떠한 모둠 활동 속도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 학습 시간에 비해 학습 성과가 떨어져 학습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모둠 활동은 진도를 나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모둠원들 간에 사소한 오해나 이해 관계로 인하여 갈등이 생겨서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모둠 활동을 도입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결국 원래 수업 아식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에서 모둠 활동을 잘 활용하려면 모둠 수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둠 활동이 교사의 의도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만 성공적으로 모둠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모둠 활동시 유의해야 할 사항

 

모둠 수업의 전제는 모둠 활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둠 활동을 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참여를 위해 하는 것이다. 활동과 배움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을 하면 수업 관찰자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 배움을 위해 활동이 존재하는 것이지, 활동을 위해 배움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나 학자들은 대개 모둠 활동이 전체 수업 시간의 60%를 넘어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한다. 학습 주제와 성격에 따라 모둠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참여 의지에 따라 모둠 활동의 효과가 달라진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부진한 경우, 모둠 활동은 오히려 학습에 방해될 수가 있다. 모둠 활동의 장점 중의 하나는 1+12 이상이라는 것, 즉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떨어지거나 학습 의욕이 없는 경우는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0+0+0+0=0이기 때문이다. 개별 학생들이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이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하면 집단 지성의 힘을 드러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모둠 활동은 학습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얻게 될 뿐이다.

 

수업에서 모둠 활동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모든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한 경우

수업의 역동성이 필요한 경우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하는 경우

학습 내용을 연습의 과정을 통해 내면화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

집단 지성의 힘을 통해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경우 등

 

모둠 활동 시간 운영 문제

 

효율적인 모둠 활동 관리를 위해서는 교사가 시간 운영을 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모둠 활동 시간을 넉넉히 주는 것보다 약간 부족하게 주어도 좋다. 시간이 부족하면 좀 더 줄 수 있지만 특정 모둠이 다른 모둠에 비해 너무 느릴 때는 마무리하고 개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너무 많이 주게 되면 전반적으로 학습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모둠 간 학습 속도가 다른 경우, 학습 속도가 느린 모둠이 방과후 과제로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의 방법을 통해 밀도있게 모둠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한한 시간을 줄 수 없고, 시간을 많이 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좋은 학습 결과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한된 수업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모둠 활동 시간을 미리 정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이때 타이머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모둠 활동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학습 주제 성격이나 중요도, 학생 배움의 정도에 따라 모둠 활동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원래 교사가 수업 디자인할 때는 5분 예정 활동이었지만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거나 학생들의 배움의 몰입이 일어나면 시간을 좀 더 추가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10분 예정 활동인데, 전반적으로 모둠 활동에서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으면 5분 만에 종료할 수도 있다. 배움의 리듬에 맞추어 수업 시간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이다.

모둠 활동은 제한된 수업 시간 안에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배움의 리듬에 맞추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 두 가지 방식 중에서 교사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하여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둠 내 개인 역할 부여 문제

 

모둠 내 개인 역할을 부여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를 강조하는 협동학습에서는 개인별 역할을 교사가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협동학습에서는 개인별 역할 사례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이끔이 : 모둠 활동의 진행을 함

칭찬이 : 모둠원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함

기록이 : 모둠 활동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이를 발표함

지킴이 : 시간을 관리하고 학습 도구를 관리함 등

협동학습에서 개인별 역할을 세부적으로 부여하는 이유는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학생들을 방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알아서 모둠 활동을 진행하라고 하면 모둠 안에서 역할 부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탈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를 강조하는 협력학습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인별 역할을 부여하지 말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교사가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입장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협동학습은 학생들의 학습 의지가 전반적으로 낮거나 모둠 활동이 서툰 경우에는 의미가 있다. 협력학습은 학생들의 학습 의지가 높고 어느 정도 모둠 활동이 익숙한 경우에는 좋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학습 의지 수준과 익숙함의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