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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왜 공부를 하는가?

by 김현섭 2017. 1. 13.

공부(工夫)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하는지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오지만 그 이유들을 정리해 보면 목표 자체가 불투명하거나 목표가 추상적이고 외적인 결과에 맞추어진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대답하는 공부의 이유들을 하나씩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

 “그냥

공부하는 이유 자체를 모르는 경우이다. 사람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는 행동 속에 숨겨진 동기와 욕구가 있다. 그런데 목표 자체가 없거나 모르면 지속적으로 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공부하도록 노력하게 하려면 먼저 학생들 마음 속에 숨겨진 동기와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의 목표가 없거나 모르면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

 

부모님(선생님)이 원하시니까

부모나 교사 등의 압력에 의하여 공부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외부의 압력이 사라지게 되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

 

해야만 하니까

공부에 대한 외부의 압력은 크지만 학생 내면의 동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부의 압력이 학생 내면 속의 부담감과 당위성으로 들어오게 된다. 자칫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괴롭힐 수 있게 만든다.

 

남들도 하니까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분위기에 의하여 공부하는 경우이다. 주변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학습 분위기이 좋지 않으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자칫 비교의식에 빠지기 쉽다.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

여기에서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면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좋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고 공부를 잘해도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예전에는 공부를 통해 대학을 진학하여 졸업하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서 합법적인 신 분 상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공부만 잘한다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돈만을 벌기 위해서라면 공부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만약 돈을 위해 공부를 해서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면 나중에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돈을 위해 공부한 사람은 돈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높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떠한 일이든 할 가능성이 높다.

 

사는데 도움이 되니까

공부를 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도움이 실용적 가치라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문은 실용적인 가치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실용주의는 학문을 오히려 이론과 실천의 분리를 현상시킬 수 있고, 학문의 성격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실용 학문은 각광받지만 상대적으로 기초 학문은 외면 당하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훌륭하다는 말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추상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가는 동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부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공부 대신 권력을 가져야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까 취직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명문 대학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많다보니까 경쟁은 지속된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경쟁이 사라지면 더 이상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이 없다고 해서 공부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와 사회적 인정과의 관계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해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공부하기 힘드니까

물론 젊었을 때 공부하는 것이 나이가 먹었을 때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부는 젊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하는 것이다. 사회는 늘 변화하기 때문에 평생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성장하지 않고 퇴보한다.

 

위에서 대답한 이유를 살펴보면 공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왜곡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공부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었을까?

첫째, 학교와 사회의 과도한 경쟁이 있다. 과도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혼자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경쟁에 유리한 것만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둘째, 대학 진학이나 취직, 돈이나 명예라는 실용적인 가치에 목표를 두는 사회적 풍토와 관련이 있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실용적 가치에 초점을 두면 이해 타산적인 태도를 취하기 쉽다. 이미 우리 나라 사회는 공부를 통해 사회적 신분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줄어들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공부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유전, 환경, 노력이다. 그런데 유전과 환경은 학생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점차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적을 올려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셋째, 공부 철학의 부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의 목적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수 없이 들었지만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진지한 성찰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는 거의 없었다. 공부 철학이 없었기에 그 공백을 실용적인 가치나 추상적인 목표로만 채워졌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용적인 가치를 얻으면 더 이상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부 철학이 바로 서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공부를 통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지혜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인생을 잘 살아 가려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야 하고, 주변 사람들, 사회와 국가, 세계를 이해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고,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의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은 아는 것을 말하지만 지혜는 아는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하니까

여기에서 말하는 꿈은 학생들이 원하는 희망 직업이 아니라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가치와 인생의 방향을 말한다. 실용적인 가치는 도구일 뿐 궁극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라 환자를 돕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환자를 돕기 위해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의사가 되니까 의사가 돈을 위해 의료 행위를 하게 되고 과잉 치료나 치료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관행적인 의료계 비리가 발생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으니까

학문은 사람과 사회와 자연 등 만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이다. 세상을 알아야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세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공부를 해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 공부를 해야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 , 알지 못하면 볼 수 없고, 행할 수도 없다.

과목별 공부의 목적과 가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과목

대상

목적과 가치

지식의 왜곡

추구하는 인간상

국어

우리말

언어를 통한 소통

언어 폭력, 단절, 분리

사람들과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도덕/윤리

(옳음)

인간이 추구해야 할 철학과 가치

비도덕, 반윤리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

수학

, 법칙

수로 나타나는 만물의 질서

무질서

수를 통해 세계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

사회

공동체

공동체 유지와 사회 정의 실현

이기주의

공동체를 세우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역사

역사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함

역사 망각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

기술 가정

생활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 습득과 훈련

무능한 삶의 기술, 불성실

생활의 달인

미술

(아름다움)

미의 인식과 표현

파괴, 무미건조

아름다움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체육

몸의 바른 사용과 체력 관리

건강 및 체력 관리 실패

몸의 소중함을 알고 건장과 체력을 관리하는 사람

외국어

외국어

외국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및 문화 이해

지적 교만, 의사소통 부족

외국인과 소통하며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다른 사람과 사회를 기여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공부를 통해 다른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정치학을 제대로 배우면 정치 현상을 이해하고 사회 정의를 위해 정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정치를 공부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사고의 힘을 가지고 올바른 가치를 위해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철학을 모르면 맹목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상담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다른 사람의 내면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담심리학을 모르면 다른 사람의 내적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과학 기술을 통해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을 모르면 과학기술적 성과를 거둘 수 없고 과학기술을 오히려 인류에게 재앙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교육학을 제대로 배우면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고 학생들의 인격적인 성숙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학을 모르면 비교육적 행동을 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공부란 힘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공부를 통해서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외적인 결과나 성취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제 결과 중심적 관점에서 학습 중심적 관점으로 공부 철학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을 얻기 위해 공부한다 가치를 위해 공부한다

인정받기 위해 공부한다 즐기기 위해 공부한다

공부하기 위해 쉰다 쉬기 위해 공부한다

운명은 정해져 있다 성장하고 변화 가능하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과정이 중요하다


[참고 문헌]

고미숙(2007), "호모 쿵푸스", 그린비

허승환(2013), "공부가 좋아지는 허쌤의  공책 래시피", 즐거운학교

최진수(2015), "땀샘 최진수의 초등수업백과", 맘에 드림

협동학습연구회 학습코칭연구모임(2016), "콩고물 프로젝트", 한국협동학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