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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교육전문운동을 꿈꾸는 이에게

by 김현섭 2017. 1. 31.

모든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 세상에서 의미있는 존재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의 등의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의 힘은 미약했기에 뜻을 같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 안에서 성장하였다. 대학 시절에는 기독학생단체에서, 교사가 되고 나서는 기윤실 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협동학습연구회 등 다양한 교사단체에서 팔로워 내지 리더로서 활동하였다. 그동안 교육운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단체의 성장을 경험하였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수업 혁신과 학교 혁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참여했기에 일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 운동보다는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소위 교육 전문 운동에 집중했었다. 최근에는 교육전문운동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기쁘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인적인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전문운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운동(運動), movement)이란 1차적으로는 신체, 생물체, 물체의 움직임을 의미하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의 주장이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행위를 말한다.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그것이 있다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운동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의 요소는 방향, , 재생산, 문화가 있다. 방향은 운동의 지향점과 목표를 말하고, 힘은 운동의 영향력을 말한다. 재생산이란 차기 리더 양성 및 리더쉽 교체를 말하고, 문화는 그 운동 단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고유 생활 양식을 말한다. 그런데 전문 운동은 거기에 전문성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해당 영역에서 남들과 다른 안목을 가지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 방향

 

문제 인식의 출발점과 운동의 주체와 대상

운동의 시작은 방향에서 비롯된다. 방향은 현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방향은 그 운동의 목표와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므로 운동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교육 운동이라면 교육 현실의 문제점과 모순에서 시작된다. 동일한 문제점도 어떠한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운동의 방식도 달라진다. 예컨대, 학교 혁신 운동의 경우, 개인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 교장 개인의 리더쉽과 도덕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사회구조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 교장 임명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물론 이 둘은 분리하기 힘들지만 문제 의식의 출발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느냐에 따라 운동의 방향 뿐 아니라 운동의 방식과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가 되는 현실이 입시제도 등 교육제도인가, 관료주의에 빠진 학교 문화인가,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 문화인가, 힘든 학생과의 생활지도인가에 따라 운동의 영역이 달라질 것이다. 예전에는 교육 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이었다면 최근에는 구체적인 영역으로 세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운동의 주체가 교사인가, 학생인가, 학부모인가, 교육전문직인가, 일반 시민인가에 따라 운동의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영역과 대상, 주체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운동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운동의 차별적인 전략 세우기

운동의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전문 운동을 시작할 때 앞서 그 분야의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의 전략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전략을 가지고 운동을 해서는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보다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없다.

필자가 2000년 협동학습연구회를 시작할 즈음 이미 선발 주자들이 수업 혁신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1세대 수업 운동은 주로 교과 운동이나 교육과정 운동이었다. 협동학습연구회는 자발적인 수업 방법 개선 운동 단체였기에 교육과정 대신 교수학습방법에 집중하였다. 교육과정 분야은 심도있는 주제지만 짧은 시간 안에 운동적 성과를 거두기 힘든 영역이다. 그에 비해 교수학습 분야는 새내기 교사부터 고경력 교사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인 현실적인 고민 거리였기에 대중적으로 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범교과적으로 운동을 펼칠 수 있고 초중등 학급급별을 뛰어 넘는 영역이었기에 적은 숫자로도 효과적인 수업 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이미 열린 교육 운동이 휩쓸고 지나간 시기였다. 그런데 기존 열린 교육 운동은 수업 방법 개선 운동이긴 했지만 주로 초등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고, 아래로부터의 개혁 운동이 위로부터의 개혁 운동으로 변질되면서 자발성과 진정성이 약화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협동학습 운동은 자발성과 진정성을 토대로 수업 방법 개선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열린 교육 운동과도 차별성을 가지고 교수학습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해나갈 수 있었다.

레드 오션보다 블루오션을 찾아 새로운 운동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구한 분야보다는 꼭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않는 분야에 운동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좋다. 동일한 분야라 하더라도 운동을 펼쳐가는 방식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풀어갈 수 있으면 좋다. 일방적인 긴 강의보다는 15분 짧은 강의와 자유로운 토론으로 풀어간다든지, SNS 등 새로운 매체 특성에 맞는 교육 운동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름짓기

운동을 시작할 때 이름 짓기(Naming)가 중요하다. 이름이 그 운동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 너무 추상적이면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너무 세부적이면 나중에 그 운동이 확장되면 이름과 운동이 논리적으로 충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름이 전국영어교사모임이면 전국에 있는 영어교사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러기에 영어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영어과 교사가 아니면 그 모임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동일한 교사라도 영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초등교사도 그 모임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협동학습연구회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름 짓기가 쉽지 않아 고민을 했었다. 원래 생각했던 이름은 교수학습방법연구회였는데, 너무 추상적인 것 같아 협동학습연구회로 정했다. 그런데 다른 후발 단체들이 협동학습연구회라는 이름을 쓰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단체 이름을 혼동하게 되어 한국협동학습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지나자 협동학습 뿐 아니라 그 연구 영역이 넓어지면서 단체 이름과 연구 영역의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여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단체 이름은 사람들의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부정적인 용어보다는 긍정적인 용어가 좋고, 구태 의연한 표현보다는 신선한 단어가 좋고, 다른 단체와 혼동을 줄 수 있는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필자가 수업디자인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을 때도 이름 짓기로 많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수업연구소라고 이름 짓기를 하면 너무 추상적이게 되고 질문수업연구소라고 하면 신선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추진할 연구 영역이 축소된다. 개인적으로는 협동학습 운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수업디자인이란 단어를 확신시켰기 때문에 이 단어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 수업은 과학이자 동시에 예술이기 때문에 두 가지 의미를 겸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좋았다.

 

운동 방식에서 빠지기 쉬운 오류들

‘A가 아니라서 정답이 B이다?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 그 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오류에 잘 빠진다.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현재 교육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를 해체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기를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했다 하더라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들의 정치적 색깔과 배정 인원수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를 없앴다 하더라도 국가교육위원회-시도교육청-지역교육지원청-단위 학교라는 4단계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면 기존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지원청-단위학교의 4단계 구조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만약 교육부를 해체하지 않고 교육부 위에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면 5단계 구조가 되면 예전보다 더욱 관료주의적 구조가 될 것이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충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많은 운동가들이 자기 운동의 정당성을 설명하려고 할 때 이와 같은 오류에 쉽게 빠진다. 이같은 오류에 빠지게 되면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는 총론에서는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각론에서는 동의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운동의 정당성이 약화된다. A가 아니라면 BCD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A를 반대하는 것은 모두 B이다?

흑백 논리의 전형적인 논리 구조이다. , 내가 주장하는 논리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악이라고 규정짓는 것이다. 최근 이념에 기반한 교육 운동이 쇠퇴하게 된 이유가 이러한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흑백 논리에 치우친 경직된 태도를 가지게 되면 그 운동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기 힘들다.

각 교육 운동 단체에서 지향하는 가치 자체는 의미가 있다. 다만 자기 교육 운동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만을 절대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연대 운동을 할 때는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자기 운동 단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척도로 다른 운동 단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교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운동 성과를 폄하하고 자기 운동의 성과를 최고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결국 일반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특히 교육 문제는 한 가지 요소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어려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복잡한 교육 현실을 단순화시켜 설명하면서 자기 운동 콘텐츠만이 유일한 해결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그 운동의 쇠퇴 단초로 작용한다.

 

‘1등을 까라?’

후발 운동 단체가 처음 시작할 때 자기 운동 단체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할 때 쉽게 사용하는 전략이 소위 ‘1등 까기 전략이다. 일종의 네거티브 운동 전략이다. 그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운동 단체의 성과를 비판하면서 자기 단체의 운동 콘텐츠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대중들의 인식 속에 자기 운동 콘텐츠를 각인하는데 효과적인 전략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비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서 나중에 운동의 우군을 적군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교육계를 살펴보면 자기 운동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운동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국 자기가 남을 비판한 방식으로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동일하게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학적 관점에서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운동적 관점에서는 피해야 할 전략이다.

 

사명선언서 문제

개인의 운동이 단체 운동으로 전환하고 단체가 어느 정도 이상 규모와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되면 단체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운동 참여자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사명선언서이다. 사명 선언서는 단체의 정체성을 명료화시킨 문장이다.

수업디자인연구소는

수업 혁신과 교사들의 수업 성장을 돕기 위해 (핵심 가치)

수업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연구 활동)

연수와 출판을 통해 콘텐츠를 확산하고 (확산 활동)

수업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수업공동체 운동을 지원한다. (재생산 활동)

 

사명선언서에는 운동 단체가 지향하는 목적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가 구분되어 표현되어야 한다. 도구적인 가치를 목적적 가치로 삼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목적적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이지만 도구적인 가치는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가치이다. 그런데 도구적 가치를 목적으로 삼으면 나중에 상황이 변하면 목적을 포기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명선언서는 최고 리더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간 리더들과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정리하여 전체 참여자들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사명선언서를 만들면 좋겠지만 대개 단체 안에 갈등이 일어날 때 사명선언서 논의가 일어난다. 사명선언서는 단체가 원활하게 진행될 때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단체 내부 갈등이 생길 때는 문제가 된다. 단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단체의 자원을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활용해야 운동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운동 단체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는 참여자들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사명선언서 논의는 단체의 비전과 사명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명선언서는 짧은 시간 안에 적당히 넘기기보다 신중하게 토론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운동의 진정성 문제

운동 단체와 동호회를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동일할 수 있지만 엄격하게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 운동 단체는 존재 목적이 단체 외부에 있고, 이익단체나 동호회는 단체 내부에 머물러 있다. 교육 운동 단체는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교육적 가치에 목적을 두지만 이익 단체나 동호회는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예컨대, 어떤 단체가 학교 혁신이라는 가치(공공성)를 위해 합리적인 교장 임용 제도 개선을 주장한다면 운동 단체라고 할 수 있지만 해당 단체 구성원들이 교장으로 임용되는데 유리하게 제도 개선을 주장한다면 이익 단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자기에게 유리하게 제도 개선을 주장하지만 명분상으로는 공공성을 내세우기 때문에 이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단체가 자기 이해 관계에 거슬리는 주장을 말한다면 운동 단체이고, 자기 이해 관계에 맞는 주장을 말한다면 이익 단체인 것이다.

운동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운동에 참여하다 보면 리더가 기본 취지와 목적을 잃어버리고 수단적인 가치에 함몰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운동이 방향을 잃어버리고 흔들거릴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적 운동의 경우에는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고 사회적 운동의 경우에는 이를 방지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힘을 긍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운동이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교육 운동 단체라면 교육과 관련한 대회, 컨퍼런스, 세미나, 토론회, 연수회, 집회, 아카데미, 정기 모임, 출판 등을 말한다. 운동 단체가 진행하는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이 힘에 해당하는 것이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행위이다.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는 국가 권력을 대상으로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힘 자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이다. 다만 그 힘을 긍정적인 목적이나 공적인 가치를 위해 사용하면 좋은 것이고, 그 힘을 부정적인 목적이나 사적인 가치를 위해 사용하면 나쁜 것일 뿐이다.

 

힘의 축적과 발산

초창기 운동 단계에서는 개척자 리더가 등장해서 그를 중심으로 힘이 축적된다. 초창기에서는 리더 개인의 역량이 단체 역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리더를 중심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힘의 축적이 이루어진다. 힘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그것을 발산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더욱 모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힘이 쌓이게 된다.

그런데 힘을 축적하기만 하고 발산시키지 못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기 쉽다. 소수 마니아 중심의 운동으로 국한되면서 그 영향력이 제한된다. 반대로 힘을 축적하지 못하고 발산만 한다면 쉽게 지치고 함께 하는 사람들도 점차 운동 단체에서 멀어지게 된다. 힘의 축적과 발산의 주기가 일정하게 이루어져야 운동 단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운동 단체에서 힘을 발휘할 때는 전력 투구해야 한다. 하고 싶은 사람만 매달려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운동 단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여 원래 목표보다 초과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그 일에 성공을 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게 되고, 그 에너지가 구성원들에게 개인 에너지로 전환된다. 반대로 그 일에 실패하면 부정적인 에너지와 무기력이 발생하고 그것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운동 단체 자체의 존립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힘을 잘 사용하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힘을 잘못 사용하면 힘의 낭비로 인하여 운동 단체가 쇠퇴한다.

그런데 실패가 두려워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된다. 어떤 운동 단체가 어떤 행사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힘이 든다고 회피하면 그동안 축적했던 힘마저 사라져서 점차 영향력이 축소된다. 그래서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만약 운동 참여자들이 어떤 일을 추진하기 두려워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토론회를 진행하는데 행정적인 업무가 부담스럽다면 별도로 행정 간사를 채용하여 행정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다른 단체나 기관과 연대하여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운동의 힘은 성장하거나 쇠퇴할 뿐이다.

 

일을 합치고 힘을 나눌 것인가? 일을 나누고 힘은 합칠 것인가?

교육계에서 좋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끼치는 운동 단체와 그렇지 않은 운동 단체는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쇠퇴하는 운동 단체는 일을 합치고 힘을 나눈다.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모든 구성원들이 매달리게 하지만 역할 분담과 책임이 모호하여 일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실패하기 쉽고, 실패가 일어나도 그 이유에 대하여 충분히 성찰하지 않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 결국 좌절감에 빠지고 무기력 증세가 나타나면서 점차 와해된다. 성장하는 운동 단체는 반대로 일을 나누고 힘을 합친다. 운동의 초창기 단계는 모든 구성원들이 그 일에 모두가 집중해야 하겠지만 매번 그러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소진되고 만다. 그래서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책임을 명료화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이 반복되면 모든 구성원이 매달리지 않아도 그 일의 결과가 동등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초창기 단계에서 역할 분담과 책임을 규정하는 주체가 리더라면 안정 단계에서는 체제(시스템)이다.

 

 

3. 문화

 

문화의 중요성

운동 단체마다 고유의 독특한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문화는 그 운동 단체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문화는 운동 단체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동 단체마다 로고, 단체 노래, 깃발, 홈페이지, 티셔츠, 단체 회보, 행사 진행 방식, 엠티, 회식 문화 등이 다르다. 독특한 조직 문화가 발전할수록 운동 단체 구성원들의 결집력이 강하다. 대표적인 단체가 해병대전우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운동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교사 단체는 단체 비전 중의 하나가 대안 학교 설립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회원이 해외 유학을 갔는데, 나머지 회원들이 그 회원의 유학비를 후원했다. 그 회원이 귀국하자 다른 회원이 다른 전공으로 해서 이어서 유학을 떠났고 동일한 방식으로 나머지 회원들이 유학비를 후원하였다.

어떤 교육 단체는 정기 모임을 할 때마다 김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모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교육 단체는 모임 장소 근처 식당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모임을 시작한다. 모임 시작 시간이 식사 시간에 맞추어져 있다. 식사를 배고픔을 떼우기 위한 수단인가 교제의 공간으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식사 방식이 달라진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조직 문화이다.

그 운동 단체만의 독특한 문화가 발달할수록 운동 단체 안의 결집도가 달라진다. 발전하는 운동 단체는 구성원들 간의 결집력이 강하고, 쇠퇴하는 운동 단체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리더는 자기 운동 단체만의 독특한 문화 형성에 대하여 고민하고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MT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회원이 아니다?!

필자가 활동했던 단체의 표어이다. 연구회 특성상 연구 모임에는 참여율이 높았으나 회원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MT에는 참석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신입 회원들 입장에서는 MT에 참여하는 것이 서먹하게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MT에 참여했던 신입 회원들은 상대적으로 모임에 오랫동안 남아 함께 활동을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MT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입 회원들은 결국 1년 뒤에 모임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표어가 이것이었다.

어떤 교육 전문 운동 단체는 월 1회 정기 모임을 가지지만 모일 때마다 12일로 모인다. 연구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고 자면서 끈끈함을 다지는 것이다. 매 정기모임마다 MT 형식으로 모이는 것이다. 현재 그 단체는 잘 발전하면서 교육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운동 단체는 참여자들의 참가 목표는 분명하지만 구성원들 간의 친밀성이 깊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초창기 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안정이 되거나 발전이 이루어지면 필연적으로 내부 갈등이 생긴다. 상호 간의 긴밀한 친밀성이 없는 상태에서 내부 갈등은 운동 단체의 파멸을 의미한다. 철학과 가치만을 강조하면 필연적으로 망한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 단체의 가치를 단일한 하나의 가치로 만든다는 것은 독재적인 조직이나 가능한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필자가 모임에 참여해 보면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참여를 하지 못하겠다고 연락이 온다. 사실 시간이 없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여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어서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는 말은 그 모임이 나에게는 별로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요라는 의미이다. 그 모임이 소중하지만 부득이 한 사정이 생겨서 모임에 나오지 못할 상황이라면 얼굴 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 잠시라도 와서 인사를 하고 다음 일정에 참여해야 한다. 교육 전문 운동가들은 대부분 바쁘게 살아간다. 시간이 여유롭게 남아서 운동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대개 시간이 많이 남아 도는 사람은 능력도 적은 경우가 많다. 능력이 많을수록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어떤 교육 운동 단체는 회비로 모임 관련 예산을 충당하는데, 일반 회원은 월 1만원, 전문회원은 월 5만원이다. 전문회원은 일반회원들에 비해 회비를 많이 내지만 반대로 혜택도 그만큼 크다. 전문회원들은 운동 단체 주관 행사 참여비가 무료이다. 운동 단체 입장에서는 회비를 안정적으로 받아서 운영할 수 있고, 전문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어서 좋고, 전문회원 입장에서는 무료로 모든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운동 단체 활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다른 교육 운동 단체는 입회비가 100만원이다. 그 예산을 가지고 전체 운동 단체 활동을 진행한다. 회원들의 소속감과 애정은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체에 신청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단체 차원에서 회원 가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양적 확대에 따른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물론 예산 운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필자는 1년 과정 아카데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1년 회비가 50만원이었다. 참여자들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단체 예산 지원을 받아 개인 분담금을 10만원으로 줄였다. 그런데, 1년 과정 졸업자자 30% 밖에 되지 않았다.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아카데미에서는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50만원을 그대로 받았다. 1년이 지난 뒤 아카데미 수료율은 80% 이상이었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울타리가 공존해야 한다.

운동 단체 안에는 다양한 울타리가 공존해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준회원, 평회원, 중간 리더, 최고 리더 등 등급에 따라 요구되는 책임과 권리가 달라야 한다. 운동 단체에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 각 등급에 맞는 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 단체에 뜻을 같이 하지만 편안하게 참여하기를 원하면 준회원 등급에서 활동할 수 있고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면 중간 리더나 최고 리더 수준 등급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회원들에게 중간 리더 수준 이상의 헌신을 요구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 단체 중심으로 들어가기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운동 단체의 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는 정관을 만들어 그에 따라 이를 규정하여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이때 권리와 의무를 비례의 원칙에 따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는 적은데, 의무가 크면 참여자들의 불만이 생길 것이고, 반대로 권리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의무가 적으면 운동 단체가 흔들릴 것이다.

개인의 발전과 단체의 발전이 연결되어야 건강한 운동 단체이다. 개인은 발전했지만 단체가 발전하지 못했다면 개인이 자기 이해 관계에 따라 단체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리더가 이러한 실수에 빠지기 쉽다. 개인은 발전하지 못했는데, 단체가 발전했다면 단체가 개인을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나중에 개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단체를 탈퇴하는 일이 생겨서 결국 운동 단체의 힘도 크게 약화된다.

 

운동 단체도 유기체와 같다!

유기체는 생성, 성장, 발전, 안정, 절정(확대, 심화), 쇠퇴의 단계를 거치듯이 운동 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운동 단체 발달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미션 과제가 다르다. 생성 단계는 생존이 1차 목표겠지만 성장 단계는 운동의 에너지를 모으고 분출하는 것이고, 절정 단계는 운동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운동 단체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미션 과제를 잘 수행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운동의 성격과 발전 단계에 따라 운동 조직 구성을 해야 한다.

단체의 성격상 단일 운동 단체인가, 연합 단체인가, 연대 단체인가에 따라 최고 의사결정 과정이 달라진다. 운동 조직이 1개 모임인가 여러 개의 지역 모임이 존재하는가에 따라 조직 규모와 최고 의사결정과정이 달라질 것이다. 단체 성격에 따라 단일한 회원들의 의사를 모아 결정하는 조직일수도 있고 회원 단체별 의사를 모아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연합 내지 연대 조직일 수 있고, 공동의 자원을 공유하고 의사결정과 사업은 각자 진행하는 플랫홈 조직일 수 있다. 각 조직 형태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체의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의사 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단체마다 조직 구성도를 살펴보면 이사회, 운영위원회, 사무 행정국, 각종 위원회 내지 지역 모임 등이 있다. 각 조직 단위의 성격에 따라 그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참여했던 교육 운동 단체에서 의사결정 수준이 이사회인데, ‘이사회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비전위원회라는 다른 이름으로 명명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신입 회원들이 비전위원회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반발하여 단체 안에서 내부 갈등이 일어나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던 것은 역할과 이름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시간이 흘러도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재생산

 

차기 리더쉽 이양의 중요성

운동 단체가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게 되면 그 다음 과제는 리더쉽을 잘 이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운동 단체의 영향력은 최고 리더의 역량에 비례한다. 최고 리더가 최고 의사 결정을 잘 내리면 짧은 시간 안에 발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러하지 못하면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처럼 사그라 들수 있다. 훌륭한 개인이 어떤 운동 단체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수행하지만 특정 개인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설 수는 없다. 특정 개인에 의존한 운동 단체는 그 개인이 그만두거나 유고시 그 운동 단체의 영향력도 함께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최고 리더는 훌륭한 차기 리더를 발굴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그래서 검증된 차기 리더에게 리더쉽을 이양해야 지속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운동 단체가 역사만큼 그 영향력이 큰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운동 단체의 공통점은 리더쉽을 재생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차기 리더로 세워져야 운동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좋은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훈련되어서 세워지는 것이다.

 

차기 리더 양성 프로그램

필자가 참여하는 교육 운동 단체가 조직 규모가 커지고 회원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지역 모임마다 성격이 달라 운동의 정체성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동일한 운동 단체인데, 지역 모임마다 모임의 내용과 방향이 달라서 혼란이 발생했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직 규모가 커지다 보니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리더를 성급하게 세워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운동 단체 차원에서 차기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1년 과정으로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여서 공부했고, 방학마다 45일 차기 리더 연수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차기 리더 양성 과정을 만들 때 일부 회원들은 반대했다. 자연스럽게 리더를 세워야지 의도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하는 것 자체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국 임원단 차원에서 반대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차기 리더 양성 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였다. 오해가 풀리고 시간이 지나자 차기 리더 양성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모임 리더(중간 리더)가 되면서 모임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모임의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결집력이 강화되어 모임의 위기를 극복하여 한층 더 안정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단계별 리더쉽 양성 과정 및 회원 제도

리더는 하루 아침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 단체의 성격에 따라 성장 과정을 세부화하고 그에 맞는 리더쉽 양성 과정과 회원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하고 싶은 사람을 리더로 세우면 운동의 방향성이 흔들린다. 하고 싶지 않더라도 준비된 사람을 리더로 세워야 조직이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전문성을 지향하는 교육 전문 운동은 전문성을 갖추고 인성이 뒷받침되는 사람을 리더로 세워야 한다.

필자가 참여했던 협동학습연구회는 회원제도가 준회원-정회원-전문회원 3단계 구조로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협동학습 기본과정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준회원으로 지역 모임에 나갈 수 있게 된다. 준회원 단계에서는 회비를 내고 활동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 새내기 회원이 준회원으로 모임에 출석하게 되면 지역 모임에서는 새내기 모임을 통해 별도로 새내기 교육과정에 따라 협동학습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한다. 1년 새내기 과정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회원 심사 과정을 통해 정회원으로 등급을 올린다. 정회원이 되면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가지게 되고 기존 정회원들과 함께 연구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정회원이 되고 나서 1년 정도 흐르면 심화과정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심화과정 세미나를 이수하고 나서 지역 모임에 활동하면서 연구회 주관 행사 행정 도우미로 참여한다. 행정 도우미는 행정적인 지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자리이다. 정회원이 된지 2-3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게 되면 전문과정 세미나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전문과정 세미나를 이수하면 연수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되고, 각종 연구 프로젝트 리더나 지역 모임의 대표로 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회원 제도가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었다. 기본과정 세미나 이후 많은 새내기 회원들이 들어왔지만 1년이 지난 후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회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기존 정회원들도 흔들리는 경우가 생겼다.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강사나 프로젝트 리더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다보니 강의나 프로젝트 결과물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개인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도 함께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역량이 많은 새내기 회원이 바로 강사로 서게 되자 기존 정회원들이 불만을 드러내 모임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철학이 다른 사람을 모임의 리더로 세웠더니 모임의 정체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단계별 리더 양성 과정이 확립되자 그와 같은 문제점들이 사라지게 되고 각종 모임도 안정화되었다.

 

리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리더는 대개 아마추어로 시작한다. 아마추어는 역량은 부족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그 목표에 파고 든다. 아마추어는 어떠한 성과를 바라보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자기 마음 속에 열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시작한다. 사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뜨거워지는 영역이 있다. 사람마다 자기 관심사에 따라 열정도 달라진다. 어떤 교육운동가는 교육 정책을 바라보면 마음이 뜨거워지지만 어떤 교육 운동가는 별다른 감흥이 없고 무관심하다.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에 집중하면 전문성이 생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안목과 역량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오랜 시간 동안 그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추진하면서 운동 단체의 규모가 커지게 되지만 반대로 자기 관심사에만 매몰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잘 모르면 소수 마니아 모임으로 국한된다. 운동 단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에 맞는 리더쉽을 이해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면 리더 개인도 발전하고 운동 단체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 단체의 변화에 따라 리더쉽을 변화하지 못하고 자기 철학과 스타일만 고집하면 리더 개인 역량의 한계만큼만 운동 단체가 발전하고 그 이후 정체 내지 쇠퇴의 길로 걷게 된다.

특출난 리더는 다른 리더에 비해 역량이 많다는 것이지 단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10M 미남이라는 표현이 있다. 멀리서 보면 잘 생겼는데, 가까이 바라보면 외모가 별로인 경우를 말한다. 리더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는 대단한 리더이지만 가깝게 지내다보면 그 리더로 인하여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리더에게 상처받지 않으면 리더를 멀리해야 한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인성을 비례적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역량이 뛰어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서 훌륭한 리더는 뛰어난 역량만큼 그에 맞는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특출한 리더는 가끔 찾아볼 수 있으나 훌륭한 리더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은 특출한 리더를 넘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성찰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을 리더로 세워야 하는가?

차기 리더 양성은 책을 읽고 특정 연수과정을 이수했다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고난의 과정을 통해 성숙되어 간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한 세계로 경험하지 않는 세계도 바라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경험 세계를 뛰어넘으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안목을 넓혀갈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필요하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좋은 팔로워 과정을 통해 세워진다. 팔로워 시절에는 불량한 자세를 가진 사람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경우는 드물다. 고집이 세거나 독특한 팔로워는 좋은 리더 아래에서 성장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리더가 되어서 생고생을 하면서 리더쉽을 연마한다. 리더쉽(Leadership)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팔로우쉽(Followership)이다. 팔로워 과정 없이 리더로 세워지지 않는다.

차기 리더를 세울 때는 그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 역량과 인성을 모두 갖춘 사람을 세워야 한다. 역량이 없는 사람이 운동 단체의 리더 자리를 탐하면 갈등이 생기고, 운동 단체의 리더가 되었을 때 운동의 영향력이 약화된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차기 리더가 되지 못하면 불만 세력이 된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내부 불만 세력으로 되면 운동 단체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일부 일반 회원들이 역량이 뛰어난 사람 주변에 몰리기 때문에 내부 분열과 갈등이 커지게 된다.

차기 리더를 검증할 때는 그 리더와 함께 일해 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차기 리더를 다양한 관점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리더는 차기 리더가 세워지면 일정 기간 리더쉽 이양 과정을 거쳐서 리더쉽을 차기 리더에게 완전히 넘겨야 한다. 기존 리더가 상왕처럼 비선 실세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공식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운동 단체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단체 발달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리더쉽 유형이 있다.

단체 발달 단계에 맞는 리더쉽 유형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리더로 세워야 한다. 개척 단계에서는 개척자 리더쉽이 필요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확대 단계에서는 경영자 리더쉽이 필요하다. 운동의 전략을 지혜롭게 세우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지 단계에서는 관리자 리더쉽이 필요하다. 내부의 갈등을 조절하고 규모에 맞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체 내지 쇠퇴 단계에 이르게 되면 혁신가 리더쉽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운동을 다시 바라보고 재구조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개척자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확대 단계 내지 유지 단계에 이르게 되면 자기 리더쉽 유형과 운동 단체가 요구하는 리더쉽 유형이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 박수를 받았던 리더가 나중에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리더 자신이 성찰의 과정을 통해 운동 단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자신의 리더쉽 유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리더쉽을 바꾸기 쉽지 않으면 그에 적합한 차기 리더를 리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출난 창업자 리더의 경우, 후속 리더 자리를 현실적으로 채우기 힘들다. 그렇다고 그 리더가 리더쉽을 지속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 발전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경우는 집단 지도 체제로 운동 단체의 최고 의사 결정 체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 지성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집단 지도 체제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운동의 영역을 세부화하여 여러 개의 운동 단체로 분화시키면 좋다. 그래야 개인의 역량도 살리고 단체의 역량도 살릴 수 있다.

 

리더는 항상 돈을 생각해야 하지만 돈을 멀리해야 한다.

리더는 단체의 예산 상황을 상시 파악하고 그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지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수입도 생각해야 한다. 수입 구조가 열악하다면 수입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 교육운동단체가 사단법인이라면 사원(회원)을 늘려서 회비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대개 운동 단체 리더는 운동의 목적과 취지는 잘 이야기해도 단체 예산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는 꺼려한다. 운동을 하려면 그에 맞는 재정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돈이 필요하다. 돈에 맞추어 일을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뛰어난 리더는 일의 필요성을 말하고 그 일에 맞는 예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펀딩한다. 운동 리더가 꼭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는 운동 단체에 필요한 예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숙한 리더는 예산 지출만 하고 수입을 창출하지 못한다. 성숙한 리더는 투명한 예산 지출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예산 수입을 늘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비영리 단체의 컨설팅 핵심도 수입 창출이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들은 하고 싶은 일은 많은 데 그에 맞는 소요 예산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예산 펀딩 능력을 가져야 하지만 돈에 대한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필자는 오랫동안 교육 운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리더들이 돈과 권력에 빠져서 그 리더쉽이 무너지는 과정을 많이 보아왔다. 다른 운동 영역과는 달리 교육 전문 운동의 경우에는 리더에게 돈이 될만한 일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게 된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자연스럽게 돈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리더가 돈이 되는 일에만 집중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기피하게 될 수 있다. 경영 능력이 뛰어난 리더라도 돈과 권력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리더 개인의 도덕성만 깨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 단체의 영향력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특히 리더가 돈 문제에 직접 관리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개인 돈과 단체 돈을 혼동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큰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더는 예산 사용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별도의 담당자에게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돈과 단체 돈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돈을 멀리하는 것이 리더로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단체 예산은 늘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회계 전문가로부터 정기적으로 감사 활동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리더쉽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쉽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이다.

 

 

5. 전문성

전문성 = 열정 + 시간

위에서 제시한 4가지 요소가 일반적인 운동에서 필요한 요소라면 교육 전문 운동에서 추가되는 것이 전문성이다. 일반적인 전문성의 조건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영역이어야 하고, 긴 시간을 거쳐야 습득할 수 있는 것이고, 단계별로 숙달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운동의 전문성은 특정 교육 분야에서 해당 문제점을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남과 다른 합리적인 대안 콘텐츠를 생산하고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예컨대, 수업 혁신 운동이라면 현재 교사들의 수업 문화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업 문화의 문제점과 그 근본 원인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교육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떤 기술을 10년 이상 꾸준히 반복하여 실행하면 전문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자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최소한 3년 이상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부분 1-2년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교육 운동 단체에 속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집단 지성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기회가 많다. 특출난 개인 플레이어는 그 운동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단기간에 교육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비결

자신이 초보 단계라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에게 찾아가 배워야 한다.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탁월함과 아우라가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배워야 한다. 좋은 멘토를 찾으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멘토와의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인간적인 신뢰를 표현하는 것 뿐 아니라 좋은 질문과 빠른 학습 능력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멘토와 멘티 관계에 있어서도 일종의 주고 받는 관계(Give & Take)가 되어야 한다.

아직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영역이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영역을 찾아야 한다.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면 취미 영역으로 머물면 된다. 좋아하고 잘하면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쉬우나 사람들이 필요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면 운동적 관점에서 가치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려면 일단 시대 정신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 속에 숨어있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필자는 정기적으로 교육학 베스트셀러 목록을 확인한다. 그 이유는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그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를 생각한다. 예컨대, 최근 학급긍정훈육법이 베스트셀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교사들이 학생 생활 지도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를 정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책을 한 권 쓰려면 관련 서적을 수십 권 구입하여 읽으면서 집필한다. 가급적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않고 내 돈을 직접 사서 구입하여 읽는다. 그래야 책에다 마음대로 표시하거나 밑줄을 그을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값을 아까워하는 사람치고 전문가가 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내 수입의 일정 비율(5%)을 재투자 비용으로 구분한다. 그러면 책을 사고 연수를 받는 비용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낯선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주제를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질문을 던져서는 새로운 콘텐츠가 생산될 수 없다, 같은 주제라도 다른 시각의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육 운동 전문가와 열정이 있는 실행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창의성이다. 교육 운동 전문가는 창의적인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새로운 콘텐츠와 그와 관련된 용어를 만들어내지만 열정이 있는 실행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대신 실행가는 기존 담론에 따라 충실하게 실행하여 성과를 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교육 운동 전문가는 기존 담론 수준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자신이 어떠한 운동 콘텐츠를 개발했다면 그 콘텐츠를 담는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기존 수업 컨설팅 문화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새로운 컨설팅 방식을 개발하였다 하더라도 컨설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상 그 용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신선한 용어를 사용해야 좀 더 주목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이미 알려진 마인드맵보다는 씽크 맵이나 비주얼 씽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로 살아가는 비결

교육계의 트랜드와 흐름을 읽어야 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교육계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편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분야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유행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딘 것도 문제이다.

자만하지 말고 학습 능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이제는 평생 학습 시대이다. 교육 전문 운동가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자만에 빠지는 순간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콘텐츠의 깊이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처음에는 그 분야의 1등이 나중에는 꼴찌로 뒤쳐질 수 있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주장도 자꾸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로 변질된다.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자기가 만든 또 다른 콘텐츠로 밀어내야 한다. 교육 전문 운동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자만에 빠져 연구를 게을리 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의 콘텐츠에 의하여 밀려난다. 필자의 경험상 대개 자기 성공에 도취되어 예전 성공 방정식대로 머물러 있다가 후발 주자들에 의하여 밀려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자기의 성공한 콘텐츠에만 빠지지 말고 자기가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자기의 성공 콘텐츠를 밀어버려야 한다. 자기가 성공을 이룬 콘텐츠를 자기가 비판하여 또 다른 대안적 콘텐츠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가급적 1년에 책 한권을 써야한다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필자는 1년에 1권씩 단행본 집필 계획을 세워 수 년간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교육전문운동가 중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허승환 선생님이다. 매년 테마를 정해 꾸준히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그 성과물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거나 포트폴리오로 정리한다. 그리고 방학 기간에 이를 풀어서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탁월성은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다. 이를 벤치 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교육전문운동가들이 매년 책 한권을 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이 교육 운동 전문가라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늘 자기 콘텐츠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는 잘 드러나지 않고 성공한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늘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패를 하면 그 실패한 이유를 꼭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교육운동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운동의 방향이 편협해지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자신만의 독특성을 살려낼 수 있다. 다른 교육 운동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운동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검증받을 수 있다.

 

[이 글은 지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강의한 내용(2017.1.20)을 토대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