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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파파고 영어 선생님?

by 김현섭 2017. 2. 5.

파파고 영어 선생님?

최근 필자는 네이버 번역 애플리케이션 파파고를 다운받았다. 단순히 텍스트 입력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소리 녹음 번역, 이미지 촬영 번역까지 가능해져서 깜짝 놀랐다.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까지 번역된다. 물론 파파고 외에도 구글 번역기가 있다. 이전에 구글 번역기를 우연히 컴퓨터로 실행해보았으나 번역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인공신경망 기반 영어-한국어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번역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물론 현재 번역 기술 수준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의 인공 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번역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서 파파고를 실행하면서 그 신기함에 놀랐지만 그 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현재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지금처럼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어 교사들의 일자리도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 혁명?

최근 유력 대선 주자가 제4차 산업 혁명에 대한 특강을 실시하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보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차 산업 혁명에 이어 제4차 산업 혁명이 이미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지난 20161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다. 4차 산업 혁명이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다.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결되고,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하여 일정한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4차 혁명이 본격화되면 학교도 기존 문화에 안주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문화는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과거의 지식을 현재에서 가르치고 있다. 우리 학교 현실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한 제2차 산업 혁명에 맞게 최적화된 구조이다. 그러기에 현재 학교 문화로는 4차 산업 혁명에 적응하기 힘들다.

 

미래 학교는 어떻게?

2001년도 OECD 교육정책분석 보고서에는 미래 학교 모습을 다음의 6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 이후 15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그 시나리오는 아직도 유효한 부분이 있다.

 

현 상태 유지

학교의 재구조화

탈학교화

시나리오1

관료주의 학교 체제 유지

시나리오3

핵심적인 사회 센터

시나리오5

학습자 네트워크 사회

시나리오2

시장 지향적 학교

시나리오4

학습 조직 강화

시나리오6

학교 붕괴와 교사 퇴출

 

시나리오1 관료주의 학교 체제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 체제에 가깝다. 사립학교조차 준공립학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많은 학교들이 정부의 통제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학교라는 4단계 위계 구조에서 가장 말단 행정 조직이 학교인 것이다. 관료제의 장점도 있지만 관료주의 부작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학교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나리오2 시장 지향적 학교는 수요자 중심 교육, 경쟁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학교이다. 관료주의 학교 체제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접근이다. 미국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학업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교들을 제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시나리오3 핵심적인 사회 센터는 학교가 지역 사회 인적 자원과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평생 교육 센터와 마을 공동체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지역 사회 인적 자원들이 학교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것 뿐 아니라 학교가 지역 사회를 위해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 도서관, 체육관 및 수영장 등을 외부에 개방하고 운동장 지하에 지역 주차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체제를 말한다.

시나리오4 학습 조직 강화는 학교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가 기존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교육 전문가로서 역할이 강화된다.

시나리오5 학습자 네트워크 체제는 기존 학교가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여러 가지 한계점을 노출하면서 이를 비판하고 탈학교 운동이 전개되는 것이다. 현재 학교가 지식을 독점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제는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얼마든지 학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습 네트워크 체제를 통해 유비쿼터스가 실현되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학습이 가능해지고 인공 지능 기술을 통해 쌍방 통행 학습이 이루어지게 된다. 학습 네트워크 체제에서는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이 보다 활성화된다.

시나리오6 학교 해체는 열악한 교직 환경으로 인하여 우수 인력들이 교직을 선호하지 않게 되고, 이에 따라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해체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 사회의 특성상 교직 대우 수준이 다른 전문직 직업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는 교직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교사 부족을 걱정하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출생율 감소로 인한 학생 수 급감 현상에 따라 학교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나라 학교 상황은 기존 학교들이 시나리오12에서 운영되고, 혁신학교가 시나리오 34를 지향하고 있으며,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등이 시나리오5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여러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가 공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특정 시나리오로 변해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들은 어떠한 시나리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관료주의 학교는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판받을 것이다. 사장 지향적 학교는 학업 성취 향상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의 지원을 받겠지만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진보 진영이 반발할 것이다. 혁신학교 운동은 학교가 핵심적인 사회 센터나 강화된 학습 조직으로 변화하기를 바랄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이루려면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학습자 네트워크 사회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하여 현재보다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학교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학교 해체라는 결과로 도착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학교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인가? 여러 가지 가능성이 공존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섣불리 미래 학교의 모습을 단정 짓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 학교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래 학교의 교사 역할

필자는 우리 학교가 시나리오 4처럼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학교가 강화된 학습 조직이 되려면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과연 교사들이 어느 정도 그 역량이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교사 역할은 지식의 전달자 모델이었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 지식의 전달자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지식의 분량과 정확도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경우, 프로기사가 평생 공부해도 할 수 없는 기보 16만개를 딥 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5주 만에 독파했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기억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기억했던 지식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망각되고 심지어 조작도 가능하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뉴 미디어(인터넷 검색 및 인터넷 강의, SNS )만으로도 학교가 아닌 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학습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어떤 고등학교 부장 선생님과 만나 대화하면서 그 학교 고민에 대하여 들었다. 학교 안의 방과 후 교육과정을 외부 교육 사설 업체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외부 강사들의 강의 만족도가 학교 교사들의 강의 만족도보다 높게 나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현재 소위 인기 강사들이 인터넷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교사들보다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강의가 아무리 좋아도 일방 통행 방식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 분야에 접목되면 학생들과의 쌍방 통행이 가능해진다. 3D 기술이 도입되면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래 학교의 교사 역할은 무엇인가?

기존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의 촉진자, 학습 코치, 인성 지도사의 역할로 강조점이 바뀔 것이다. ,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 기술이 담당할 수 없는 것이 창의성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서 한번 이겼던 이유는 창의적인 78수 때문이었다고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인성을 길러주기 힘들다. , 인공지능이 학생들의 감성, 사회성, 인성, 영성(덕성), 실천성 등을 다루기 힘들다.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교사들도 더 이상 교직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참고문헌]

김성천(2011),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맘에 드림

함영기(2014), “교육사유”, 바로세움

뉴스퀘어(www.newsquare.kr, 2016.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