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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사학습공동체?!

by 김현섭 2017. 4. 2.

교사학습공동체란?

 

선생님, 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안돼요.”

?”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단어 자체가 이해가 잘 안가요.”

1992년 필자가 새내기 교사 시절 어느 수업 시간이 마칠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한 여학생의 말에 충격을 받고 수업에 대하여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수업연구모임에 찾아갔다. 선배 교사들로부터 수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배웠다. 학생 참여 교수 전략 및 교수학습방법과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하여 배우고 공동으로 실천하고 결과물에 대하여 피드백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내기 교사 시절 수업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여가면서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갈 수 있었다.

1998년 우연히 협동학습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협동학습을 알게 되었고 학교 안에서 수업 동아리를 조직하여 협동학습을 공동으로 실천했다. 공립학교 특성상 학교 안 수업동아리 활동을 지속하기 힘들게 되면서 2000년 협동학습연구회라는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15년 동안 꾸준하게 연구 활동을 했다.

간혹 누군가로부터 선생님은 어떻게 협동학습 전문가가 될 수 있었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제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15년 동안 연구회 활동을 통해 협동학습을 연구하고 실천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느 분야이든 간에 1만 시간 동안 노력을 하면 그 분야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총 10년 동안 빠짐없이 노력한 시간과 같다. 만약 혼자서 협동학습을 연구하고 실천했다면 2-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다가 그만두었을 것이다. 특히 도형심리학상 별()형이다보니 관심사는 많고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은 편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새내기 교사 시절은 주로 선배 교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웠다면 교직 경력이 5년차가 넘어가면서 내 고민과 실천을 나눌 수 있었다. 교직 경력 10년차가 넘어가면서 교사학습공동체 리더로서 다른 교사들을 돕는 과정을 통해 수업 전문성과 교사 리더쉽을 세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소위 교사 활동가로서 리더(Leader) 역할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리더쉽(Leadership) 성장 과정을 분석해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경우는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리더 위치까지 오른 경우이다. 교육 문제에 대한 특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아마추어적 관심사를 가지고 무작정 실천하면서 시행 착오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올린 경우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는 극소수이고, 지속적으로 교육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두 번째 경우는 교사학습공동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리더 위치로 성장한 경우이다. 처음에는 자기 수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학습공동체에 참여한다. 따르는 자(followers)로서 교사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수업 혁신 콘텐츠를 접하고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자기 것으로 소화해나가면 성장을 경험한다.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되고 자기의 콘텐츠를 통해 다른 교사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다른 교사를 돕는 과정을 통해 자기가 발전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경우에 비해 지속적으로 교육계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리더로서 성장한다. 세 번째 경우는 개인적 노력으로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고민하다가 기존 교사학습공동체를 참여하거나 새롭게 교사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리더로 성장하는 경우이다. 많은 개척자 스타일의 교사 활동가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교사가 수업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과정에서 교사 학습공동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람이 사회화 과정과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듯이, 교사도 교사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교사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교사학습공동체란 교사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깨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려면 먼저 좋은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사의 학습은 일방적인 전수가 아니라 자유로운 교류와 공유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교육 실천에 대한 비판적인 탐구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간다. 교사의 학습은 교사 개인의 전문성 신장을 넘어 교사 학습공동체 공동의 집단 전문성을 신장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학습 증진을 도모한다. , 학교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을 해결하고 보다 나은 교육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교사들이 만든 자율적 모임으로 상호 간의 공유와 배움으로 전문성을 신장해나가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조윤정(2015)은 교사학습공동체의 운영원리로 비전이나 가치의 공유, 협력적인 학습 중시, 실천 및 실험 지향 및 공유, 교육 실천에 대한 비판적인 반성과 성찰, 정서적인 지지와 지원 환경, 다른 학습공동체와의 연대를 제시하고 있다.

교사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은 비전이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 가치를 함께 수립하고 이를 학습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수립한 비전과 가치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지향성을 명확히 해준다. 공유된 가치와 비전은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 달성에 장애가 발생할 때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교사학습공동체는 협력적인 학습을 중시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가 다른 교사공동체와 구별되는 점은 협력적으로 학습하여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함께 교육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함께 학습한 내용을 학교현장에 적용하면서 수업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협력의 과정에서 집단창의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실천 및 실험을 지향하면서 이를 구성원 간에 공유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구성원 간에 수업혁신의 목표와 상()을 공유(비전 공유)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내용에 대해 함께 학습(협력적 학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비전 공유와 협력적 학습을 통하여 도출된 결과를 실천하여야 하는데 교사학습공동체가 수업혁신의 중요한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은 실천(practice)에서 나온다. 교사들은 교사학습공동체의 실천사례를 공유하면서 암묵적인 지식을 서로 간에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교사학습공동체 구성원은 그들의 교육실천에 대해 공동으로 반성하고 논의하면서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학습하고 실천하는 조직이지만 실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반성하였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학습공동체 구성원 간에 정서적으로 서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함께 학습하고 실천하면서 교사들은 성장하게 된다. 교사들은 학습공동체를 통하여 이론적인 지식, 훌륭한 수업방법, 효율적인 생활지도 방법 등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정서와 느낌을 다른 구성원들과 나누기도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학습공동체의 내적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외연을 확대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가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습공동체 구성원들끼리의 협력적 학습과 실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른 교사학습공동체 간의 교류와 협력,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 등을 통하여 학습공동체의 외연을 확대하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유형은 크게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와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관료제 학교 문화 속에 놓여 있었기에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가 발달하지 못했다. 대신 학교 밖에서 교사들의 자생적인 수업 연구 실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에 학교 밖 교사학습공동체가 발달하였다. 최근 혁신학교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의 관심과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교육청 차원에서의 교사학습공동체 관련 지원 사업 등으로 인하여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가 점차 학교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왜 교사학습공동체인가?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는 수업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고 소속감과 사회적 인정을 느낄 수 있다. 공동체란 공동의 가치와 비전으로 결집된 집단으로서 상호 협력, 정서적 지원, 개개인의 성장을 추구한다. 교사는 자기가 속한 교사학습공동체의 정체성을 개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공동체의 정체성이 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 공동체는 관계를 중시한다면 조직은 일 중심의 성취를 강조한다. 그래서 효율적 체계, 기능적 구조, 위계적 질서 등의 특징을 드러낸다. 학교는 일종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교사학습공동체는 구성원개개인을 존중하기 때문에 정서적인 유대감이 깊어진다.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깊은 고민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다소 까칠한 피드백도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필자가 연구회 리더 활동시 ‘MT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연구회원이 아니다라는 말로 회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로 신입 회원 중 연구모임에만 나오고, MT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은 결국 연구회에 지속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을 경험했었다. 교내 수업 동아리 활동시에도 관계성을 잘 구축된 경우는 활발하게 수업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연구 주제와 인센티브가 있어도 결국 흐지부지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 활동 이전에 상호 간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교사학습공동체 안에서의 피드백을 통해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 교사로부터의 피드백을 성숙하게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수업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상처받지 않고 수정 보완하려는 의지와 자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수업 강평회에서는 단점 비판을 통해 수업자가 상처를 받거나 다른 참관자들이 수업자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칭찬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수업 강평회 문화에서는 교사가 수업 성장을 경험하기 힘들다. 교수 학습 자료를 개발하거나 학습지에 대한 피드백 활동시 감정을 상하지 않고 사람과 행동을 구분하여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필자는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강사 교육이나 교수학습 자료 개발시 치열한 상호 피드백을 해도 서로가 감정을 상하지 않고 수정 보완하면서 참여자 모두가 성장을 경험했었다.

셋째,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실천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론적, 학문적 지식만으로는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없다. 실천적 지식이란 교실에서 실제 경험을 토대로 자기 지식으로 내면화하는 것이다. 어떤 수업 콘텐츠를 실제 수업에서 적용하고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자기 것으로 소화하면서 가르침의 의도대로 배움이 잘 이루어진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장점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가르침의 의도대로 배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업자에게 맞게 수업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이를 실천하여 검증하고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수업 모형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한국적 상황에 잘 맞지 않고 내 교과 수업에는 잘 맞지 않는 수업모형이라고 생각하여 수업 시간에 시도조차 안한 적이 있었다. 수업 모형의 특징과 단계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있었으나 교실에서 실천하지 않았기에 실천적 지식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연구회 모임에서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수업 모형에 대하여 발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실에서 실천하지 않고 이론적 지식으로만 소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한국적 상황과 현재 담당하고 있는 학생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하여 실제 수업에서 실천하였다. 원래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수업 모형은 교사가 직접 많은 문제 카드를 제작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학생들이 직접 문제 카드를 만들고 이를 모둠 안에서 점검하여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수업 모형을 실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배움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뒤로 복습 활동을 할 때마다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수업 모형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넷째,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연구하고 실천하는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다. 교사는 학교 안에서 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하기에 진도에 따라 수업하기 급급했고, 수업에 대하여 연구하고 실천하며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기회를 별로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교육학적 지식은 대학 교수나 연구원들에 의하여 외국의 교육학적 지식을 이론적으로 소개하면 현장 교사들이 이를 습득하여 실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교수나 연구원들이 교육학적 지식을 생성하면 교사는 이를 기능적으로 습득하여 실천하는 것이었다. 교수나 연구원들은 학회라는 학습공동체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상호 피드백 과정을 통해 검증을 받아 확산시킨다. 그에 비해 교사들은 학교 조직 안에서 주어진 지식을 기능적으로 전달하는데 급급했었다. 그런데 교사는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단순한 수업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컨대, 6차 교육과정 개정시만 하더라도 교육과정 담론은 교수나 연구원들이 독점했었지만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대안적 교육과정 개발과 대안 교과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국정 교과서 체제를 검인정 체제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 개발시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탈바꿈을 했었고 검인정 교과서 개발시 현장 교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혁신학교 운동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교사학습공동체 출신 교사들이 아래로부터의 개혁 운동을 이끌어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성장한 교사들이 실천적 지식을 토대로 수업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 조직 안에서 교사는 기능을 발휘하는 기술자에 불과하지만 학교 공동체나 교사학습공동체에서는 자율성을 토대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

다섯째, 교사학습공동체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교사의 가르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온전한 배움을 회복하고 증진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의 가르침 뿐 아니라 학생의 배움을 지향한다. 가르침은 잘 이루어졌으나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수업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외형적인 가르침 행위는 눈에 띠지 않아도 배움이 잘 일어났다면 좋은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 혁신은 교사의 가르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좋은 배움으로 평가될 수 있다. 가르침과 배움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배움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수업 혁신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공동체의 발달 단계와 운영 방안

교사학습공동체 중 수업 연구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수업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수업 공동체는 3단계로 발전한다. 수업 수다 단계 수업 나눔 단계 공동 수업디자인 단계이다.

1단계인 수업 수다는 교사들이 모여 수업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교직 문화의 특성상 수업의 고민이나 성과를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교사들은 주로 이를 식사 시간이나 공강 시간 등에 산발적으로 나누곤 한다. 수업 수다는 이러한 교사들의 비공식적인 수다를 수업 공동체 안에서 하는 것이다. 수업 공동체를 만들고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수업 수다를 통해 함께 수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해 봄으로써 수업 성장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2단계인 수업 나눔은 수업 고민에 대한 공감을 넘어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공동의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기존 수업 나눔 모델은 12명 이하의 중소 그룹에서 유용한 방식이고 수업 토크쇼 모델은 그 이상의 대그룹인 경우에 유용하다.

수업 나눔

수업 토크쇼

1.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2. 수업자의 입장에서 수업 바라보기

3. 학생의 배움의 관점에서 수업 바라보기

4. 수업자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기

5. 수업자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 모색하기

6. 수업자가 스스로 도전 과제를 선택하고 공언하기

1. 수업 나눔의 원칙을 다 같이 읽기

2. 수업자가 자신의 수업의 주안점과 의도를 말하기

3. 모둠별로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토의하기 / 수업자와 수업 코치가 개별적으로 이야기하기

4. 전체 참석자를 대상으로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5. 수업자의 입장에서 수업 바라보기 (모둠별 대표가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질문하기)

6. 학생의 배움의 관점에서 수업 바라보기 (모둠별 대표가 수업자의 수업에 대해 질문하기)

7. 수업자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기

8. 수업자의 고민에 대해 공동으로 해결책 모색하기

9. 수업자가 도전 과제를 선택하고 공언하기 혹은 수업 나눔 소감 말하기

10. 참여자들이 수업 나눔에 대한 소감 나누기(메타 인지 활동/체크 아웃)

 

3단계인 집단 지성을 통한 수업 디자인은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며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2단계 수업 나눔이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한 수업을 나누는 방식이라면, 수업 디자인은 처음부터 함께 수업을 디자인하고 준비하며 실행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수업 디자인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융합 수업 등으로 범교과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최근에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교육과정 재구성도 3단계인 공동 수업디자인 단계에서 가능한 것이다. 수업 나눔을 할 때에도 참석자들이 수업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에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공동 수업디자인 모임에서는 수업자의 주안점을 이해하고 학습 목표을 확인하고 핵심 질문에 대하여 피드백한다. 학습지를 피드백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수학습방법 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공동 수업디자인 모임에서 사용하면 좋은 질문들 사례

[수업자의 주안점 및 의도 파악]

-이 수업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수업자의 의도는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가?

 

[학습 목표 및 핵심 질문]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습 목표는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하는가?

-학습 목표와 교사의 수업 고민이 잘 연결되어 핵심 질문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출발 질문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학습 분량 및 시간 배분]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1차시의 학습 분량으로 적절한가?

-개별 활동, 모둠 활동, 전체 활동, 심화 (도전 과제) 활동 등의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활동 중 중점을 두어야 할 활동은 무엇인가?

 

[학습지(학생용 활동지, Sheet) 검토]

-학습지의 분량은 적절한가?

-괄호 넣기의 수준은 적절한가?

-수업 진행 순서는 학습지 순서와 일치하는가?

-학습지의 질문 수준과 유형, 표현 등은 적절한가?

-학습지 내용이 학습 부진 학생이나 우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는가?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의 학습 수준과 실제 수업 수준이 일치하는가?

-교육과정 재구성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학생 배움 입장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수학습방법]

-학습 내용에 맞는 적절한 교수 학습 방법인가?

-모둠 활동 결과를 발표할 때는 모둠별로 순차적으로 할 것인가, 동시다발적으로 할 것인가?

 

[마무리 활동]

-수업 내용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과 효과적으로 연결하려면 도착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수업의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복습이나 차시 예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뛰어난 전문가 개인인가? 평범한 교사들의 협력인가?

요즘 2학년 2반에서 수학 수업하기가 힘들어요. 2학기에 들어서 1학기에 비해 전반적인 생활 태도도 좋지 않아요. 특히 3총사 학생들이 수업 시간마다 떠들거나 산만한 행동을 해서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어떤 교사가 자기 수업 고민거리에 대하여 이야기했다고 하자. 이 고민거리에 대하여 다음의 몇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동료 교사가 공감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요? 제 수업 시간에는 2학년 2반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데요.”

동료 교사가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면 해당 교사는 자기 고민을 좀 더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고, 비교 의식에 빠져서 자책하기 쉬울 것이다.

둘째는 동료 교사가 이를 공감하는 것이다. “저도 그래요. 2학년 2반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3총사 문제 학생들 때문에 수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동료 교사가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면 해당 교사는 자기의 고민 거리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교사도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교사는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을 통한 위로를 얻을 수 있어도 공감만으로는 문제 자체는 해결되지 않는 채 그대로 있기 때문에 고민 거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전문가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는 3총사 학생들의 문제는 학습 부진과 과잉행동 증세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는 것 같구요. 그래서 일단 개별 상담이 필요한 것 같구요, 수업 규칙 세우기 활동을 통해 질서를 세워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전문가의 해결책은 해당 교사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전문가가 있다 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고, 전문가의 일회적인 도움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쉽지 않다.

넷째는 동료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안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제 경우에는 문제 학생들의 경우, 미리 관계성을 세우는 일부터 해요. 그래야 문제 발생시 생활 지도를 하기가 쉽더라구요.”, “요즘 제가 학급 긍정훈육법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단 학생 자리 이동을 통해 3총사 학생들이 뒷자리에 모여 앉아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공간적 배치를 재구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교사 학습공동체 안에서 자기 수업 고민을 나누고 해당 교사의 수업 고민을 공감하는 것을 넘어 해당 교사 입장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학습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심리적인 부담도 덜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교사도 학습공동체 일원으로서 다른 교사의 수업 고민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교사의 수업 고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수업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다수의 개인들이 서로 협력을 통하여 얻게 되는 결과를 말한다. 집단적 능력으로서 소수의 우수한 개인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백과사전 집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지만 위키 백과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집필이 이루어진다. ,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열람하고 확실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는 누구나 수정 및 삭제 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종합적 지식이 한데 모아져 있어 거의 정확한 정보가 업로드되는 것이다. 레비는 집단 지성을 모두에게 분산되어 있고, 끊임없이 진화하며,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결과적으로 유감없는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집단 사고와 집단 지성은 다르다. 집단 사고는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고 방식으로 개인의 의견보다는 집단의 의견을 우선하는 사고 방식이다. 집단 지성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집단 구성원 개개인들의 개별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개인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이다.

서경혜(2015)는 교사들이 집단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단 전문성이란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상호 교류와 수평적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창출하는 전문성이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 공유하며 공동의 전문성을 발전 시켜 나아가는 것이다. 집단 전문성은 소수 특정 집단에 의해 전문 지식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한다.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전문성 뿐 아니라 공동의 전문성을 발전시켜 나간다. 전문 지식을 공동으로 창출하며 현장에서 실시간 조정하면서 지식을 발전시켜 나간다. 교육부에 의해 교사의 전문성이 규정, 통제, 관리되고, 교사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이 대학 교수나 연구원 등에 의해 독점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교사들이 이를 습득하여 교실에서 개인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전문성을 신장시켜나가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사는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가 수업 성장을 위한 만병 통치약인가?

 

교사학습공동체와 비슷한 개념으로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탐구 공동체 등이 있다.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육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학습 증진에 초점을 두고 구성원들이 그들의 실천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반성하고 공동으로 실천하며 그 결과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취미나 친목 도모를 추구하는 동아리나 동호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지원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개념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개념이 수업동아리, 학년협의회, 교과협의회, 각종 교사 모임, 지역 교과연구회 등 기존 교사 모임 형태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점차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생명력은 자발성을 토대로 연구하고 실천하고 반성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 생명력을 잃게 되면 동호회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형식적인 조직체 수준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공립학교에서는 보편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다보니 학교 공동체로 발전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공동체의 본질 속성은 가치의 공유로서 공유 가치를 통해 구성원들을 공동체로 결속시킨다. 그런데 공립학교가 모든 가치를 끌어 안으면 공유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다. 특정 가치를 선택하면 보편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는 공립학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일부 혁신학교의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학교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공유가치를 도출해 나가기 힘들어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 문제가 발생하여 구성원들끼리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긍정 방향의 교사들은 교사학습공동체 경험을 통해 자기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공동체의 피드백을 통해 자기 성찰을 통해 성숙해 나간다. 그런데 부정 방향의 교사들은 개인주의와 현실주의에 안주하여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사학습공동체 자체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자기가 어쩔 수 없이 교사학습공동체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를 두거나 교사학습공동체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 교사학습공동체가 긍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는 수업 성찰과 도약의 공간이 되지만 부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는 자기 관심의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것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학습공동체가 긍정방향의 교사들에게는 도약의 발판이 되지만 부정 방향의 교사들에게는 자신을 성가시게 만드는 모임 정도로 여길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학습공동체는 모든 교사에게 필요하지만 수업 성장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장점과 한계를 알고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부정 방향의 교사들도 수업만큼은 잘하고 싶어하고 학생들에게 수업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잘 이끌어낸다면 반대자를 소극적인 참여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