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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테이커 교사 vs 매처 교사 vs 기버 교사

by 김현섭 2017. 11. 3.

매처(Matcher)를 넘어 기버(Giver)로 학교에서 살기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사람들을 대인 관계에서의 호혜 원칙에 따라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로 나눈다. 기버(Giver)는 상호 관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주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에게 중점을 두고 자기가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배려한다. 그에 비해 테이커(Taker)는 자신이 준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평범한 테이커(Taker)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조심스럽고 자기 방어적인 태도로 살아간다. 기버(Giver)와 테이커(Taker) 사이에 위치해 있는 사람이 매처(Matcher)이다. 매처(Matcher)는 손해와 이익을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사람이다. 공평함을 원칙으로 상부상조의 원리에 따라 자기 이익을 보호한다. 매처(Matcher)주고 받기(Give & Take)’의 원칙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많은 사람들은 매처(Matcher)로서의 삶을 산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은 누구일까? 애덤 그랜트는 놀랍게도 매처(Matcher)나 테이커(Taker)가 아니라 기버(Giver)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얼핏 생각하면 자기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테이커(Taker)가 성공할 것 같지만, 아니면 최소한 합리적인 매처(Matcher)가 사회적 성공을 거둘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기버(Giver)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맥 쌓기, 협력, 평가 및 영향력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버(Giver)는 주변 사람에게 신뢰를 얻게 되고 기버(Giver)가 어려움을 처해있을 때 진심으로 돕고자 나선다. 작은 이익을 추구하는 테이커(Taker)보다 기버(Giver)가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그에 비해 테이커(Taker)는 주변 사람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기 쉽다. 기버(Giver)는 협업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조직을 세워가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테이커(Taker)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버(Giver)는 상대방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졌기에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독단적인 입장에 빠지지 않고 유연하게 바라봄으로써 뛰어난 문제 해결력을 가지게 된다. 테이커(Taker)는 다른 사람도 자신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잘 신뢰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기버(Giver)는 주변 사람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인정하고 세우는데 힘을 쓰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함께 성장한다. 테이커(Taker)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대화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에 비해 기버(Giver)는 힘을 빼고 의사소통을 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생각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에게 조언과 의견을 구한다. 그래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기버(Giver)라 할지라도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명망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흥미있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들도 기버(Giver)라는 것이다. 기버(Giver)는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로 양분된다. 성공한 기버(Giver)는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이타적인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이기심 없이 베풀기만 기버(Giver)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하찮게 여긴다. 주변 사람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기버(Giver)를 고맙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베풂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나중에는 만만한 호구(?)로 여길 수 있게 된다. 그에 비해 성공한 기버(Giver)는 다른 사람의 이익과 더불어 자신의 이익도 챙길 줄 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실패한 기버(Giver)는 패(Lose)-(Win)을 추구하지만 성공한 기버(Giver)는 승(Win)-(Win)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자이다. 성공한 기버(Giver)는 일을 많이 하면서도 활력을 유지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힘을 얻게 된다. 다른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큰 에너지를 얻게 되고 회복 탄력성이 높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서 자기의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되고 그에 따라 행복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 결론은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고 받기(Give & Take) 관점에서 교직 문화를 살펴보자. 테이커(Taker) 교사는 주변 동료 교사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교원 승진 제도는 얼핏 테이커(Taker)에게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테이커(Taker)가 학교 관리자가 되는 순간 학교 내 갈등이 증폭된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학교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일반 교사들이 잘 따르지 않는다. 권위주의에 빠진 테이커(Taker)는 외적인 힘을 내세워서 교사들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교사들은 따르는 척 할 뿐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 경영 목표는 거창한데, 실상은 형식만 남고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낮다. 매처(Matcher) 교사는 합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대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다. 매처(Matcher)는 적군이 거의 없지만 동시에 우군도 없다. 매처(Matcher) 교사가 학교 관리자가 되면 학교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학교 조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학교 혁신을 하거나 현재 수준보다 더 큰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버(Giver) 교사가 학교 관리자가 되면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쉽다. 특히 학교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잘 배려하면 교사들은 그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학교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기버(Giver) 교장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혁신 과정에 있어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도 주고 받기(Give & Take)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테이커(Taker) 교사는 자기가 생각하는 관심사에 중심을 두고 학생들을 대한다. 예컨대, 성적 향상에 초점을 둔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칭찬을 하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되겠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무관심하거나 통제하려고만 애를 쓴다. 그러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테이커(Taker) 교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매처(Matcher) 교사는 학생들을 상호 호혜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을 대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적당한 시간과 애정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도 적당한 신뢰를 주면서 거리를 둔다. 그래서 담임 교사가 바뀌게 되면 새 담임 교사에게 맞추어 간다. 기버(Giver) 교사는 모든 학생들의 잠재성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한다. 기버(Giver) 교사는 학생들에게 헌신적인 노력과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 그러기에 학생들도 기버(Giver) 교사에게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따른다.

 

2015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생상은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것보다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과 상황 속에서 선택, 조정,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워가자는 것이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자기 관리 역량, 지식 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주고 받기(Give & Take) 관점에서 보자면 성공한 기버(Giver)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성공한 기버(Giver)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버(Giver)의 삶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기버(Giver)로서 살 수 있는지 교사가 먼저 삶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테이커(Taker) 교사 아래 있는 학생들은 성공한 기버(Giver)보다는 테이커(Taker)로 살려고 할 것이다. 매처(Matcher) 교사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학생들은 적당한 매처(Matcher)로서 살아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버(Giver) 교사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학생들은 많은 성장을 경험할 것이고, 자신도 기버(Giver)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필자는 다양한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서 많은 성장을 경험했다. 20대 시절 기윤실 교사모임 에서 팔로워(Follower)로서 좋은 선배 리더 선생님들의 섬김을 받으며 성장을 경험했다. 30대 시절 좋은교사운동과 협동학습연구회를 통해서 리더(Leader)로서 기버(Giver)의 삶을 살았다. 원래 필자는 서울 출신의 전형적인 매처(Matcher) 교사였는데,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버(Giver)로서 살게 되었다. 연구회 모임에 참여하는 신입 회원들 중에는 매처(Matcher) 교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연구회를 통해 이익을 얻고 개인적인 성장을 경험할 때는 열심히 활동에 참여했으나 자신이 누군가를 섬겨야 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 가게 되면 부담스러워 했고, 자연스럽게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매처(Matcher) 교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기버(Giver)로서 나만 손해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교사들을 섬기는 과정에서 가장 성장을 한 사람이 내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예컨대, 연구회에서 돌아가면서 독서 스터디 발제를 하는 경우, 발제 담당자가 모임에 나오지 않게 되면 참여자 모두가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발제자 담당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발제를 맡겼다. 대신 만약의 상태를 대비하여 그 책 전부를 비밀리에(?) 발제 준비를 했고 이를 실천하여 그 성과물을 챙겨갔다. 또한 발제 부분에 대한 심화 자료를 준비하였더니 연구회 모임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고, 그에 따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새로운 신입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연구회도 양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연구회 활동을 통해 주변 교사들이 변화를 경험하고, 연구회가 교육계에 기여하는 선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적으로도 힘과 보람을 얻게 되었다. 일종의 선순환 고리가 생겨났다. 최근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주변에 좋은 기버(Giver)들을 동역자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처(Matcher)보다 기버(Giver)들과 일을 할 때 개인적으로 더 큰 에너지를 얻는다. 인생의 기쁨 중의 하나는 좋은 기버(Giver)를 친구로 삼고 교류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리더쉽은 지배의 리더쉽(charisma leadership)이 아니라 섬김의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이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리더쉽을 우리도 가지길 원한다. 우리 모두는 팔로워(Follower)이면서 리더(Leader)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버(Giver) 교사가 진정한 학교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