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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한 5가지 학교 운영의 원리

by 김현섭 2018. 2. 23.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한 5가지 학교 운영 원리

 

일부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시작한지 몇 년 만에 문을 닫는 이유

처음 학교를 설립할 때 필요한 3가지 요소는 철학, 교사, 재정이다. 철학은 학교의 정체성을 이루고 다른 학교와의 차별성이 된다. 철학을 구현하는 것은 교사이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만들고 실제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재정은 학교 교육 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된다. 소프트웨어를 담아낼 하드웨어가 재정을 통해 완성된다. 일부 대안학교의 경우, 철학과 재정은 준비되었으나 준비된 교사가 없이 시작하면 학교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학교 설립자들이 돈만 있으면 학교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고 시작하는데, 교사가 준비되지 못해 거창한 학교 철학에 맞는 교육과정이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결국 내부적 갈등이 생기고 그 결과 학생 모집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학교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교사 문제는 설립자가 단순히 재정이 많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전문성은 교육 철학과 교사의 노력 그리고 시간, 피드백 등으로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교육보다 더 나은 가치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서 대안학교를 보내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더 이상 비싼 학비를 내고 그 학교에 보낼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학교로 발전하기 위한 학교 운영의 5가지 원리

학교 운영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좋은 학교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 운영의 5가지 기본 원리는 철학, 교육과정, (학교 교육력), 학교 조직 문화, 리더쉽의 재생산이다.

 


1. 학교 철학

학교 철학이란 학교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 비전의 근거가 된다. 교육 활동은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람직하다는 것은 가치와 방향을 말한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학교에서 가치있고 의미있다고 해서 모든 교육 활동을 전개할 수 없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교육 활동을 선택하여 운영해야 한다. 학교 철학은 특정 교육사상가의 철학이나 좋은 단어들의 단순 나열이 아니다. 학교 교육 활동의 선택 기준이 바로 학교 철학이다. 1개 특별 교실 구성을 위한 예산이 생겼을 때 컴퓨터실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미술실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그 학교 철학이 드러나는 것이다. 학교 철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구체적인 선택 기준이다. 학교 철학이 민주 시민 양성이라고 제시해도 학교 주요 의사 결정시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학교의 철학이 민주 시민 양성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많은 공립 학교들이 학교 철학의 부재 상태에 있다. 왜냐하면 학교 관리자의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학교 교육 활동의 방향이 쉽게 달라지고 해마다 교육과정과 인사와 예산의 기준이 상황에 따라 제 각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 철학은 어떤 학생을 대상으로 섬길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수 학생인가, 평범한 일반 학생인가, 학교 부적응아 학생인가 등등에 따라 학교 철학이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우수 학생이라면 지적 발달과 학업 성취도 향상에 초점을 둘 수 있겠지만 반대로 학습 부진 학생이라면 맞춤형 교육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일반 학생이라면 다양한 욕구와 지적 능력을 가진 모든 학생들이 다같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특목고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영재 교육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설립 취지와 다르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외고에서 의대 진학반을 운영하고, 과학고에서 법대 진학반을 운영하는 것은 목적과 활동, 철학과 교육과정이 불일치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기독교학교들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념적으로는 기독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세속적인 이해 관계를 추구하면서 이를 기독교적인 언어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정의는 인본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이고, 사회 기득권을 위한 이해 관계 보장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정의를 추구하는 기독교학교라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위한 영재 학교나 국제 학교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학교를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혁신 학교 중 모범적인 혁신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점은 모범적인 혁신 학교의 경우, 교장이 부족해도 구성원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교장만 훌륭한 철학을 가졌을 뿐 전체 구성원들의 그 철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철학과 가치관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학교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잘 조정하여 하나의 방향으로 뜻을 모아 함께 움직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구성원들 간의 갈등 문제를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 학교는 집단인 이상 내부 갈등은 늘 존재하지만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방식에 따라 좋은 학교인지 그렇지 않은 학교인지가 드러난다. 학교 철학은 특정 학교 관리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의 철학이 훌륭해도 이를 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야 학교라는 집단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운영될 수 있다. 정기적인 학교 운영 평가회와 피드백, 그리고 반영이 잘 이루어져야 좋은 학교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공립학교는 인사 제도상 해마다 구성원들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해가 바뀔 때마다 학교 철학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2. 교육과정

학교 철학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교육과정이다. 교육법상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육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것이다. 최근 교육정책 상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이 용어 자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래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현실이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만의 특색화된 교육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오랜 동안 중앙 집권형 교육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단위 학교만의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인구 절벽, 학생 수 급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중고등학교의 경우, 한 학년 당 인구가 50만 명 선이라면 초등학교의 경우, 40만 명 선이다. 드디어 2017년 현재 인구 출생아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져서 37만 명 선까지 줄었다. 인구 감소 및 학생 수 급감은 학교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운영될 수 없다. 학급당 인원수 감소를 넘어 수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이 부족하여 통폐합되고 있다. 어떤 학교가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소문이 나면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폐교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특색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면 학교가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15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면서 6대 핵심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단위 학교가 모든 핵심 역량에 힘을 쏟기 힘들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학교가 의미 있는 교육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단위 학교만의 특성에 맞추어 특정 핵심 역량을 선정하여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는 교육과정 재구성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년제, 고등학교 학점제 등의 교육 정책의 흐름도 잘 이해해야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자유학년제 운영을 통해 교육과정 기획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고교 학점제 운영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과정, 진로 중심 교육과정, 자기 주도형 교육과정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연구부장이 다른 학교의 좋은 교육과정 계획서를 모아 좋은 것만 추려서 짜깁기한다고 해서 좋은 학교 교육과정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교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교육과정보다 더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실천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위원회에서는 주로 교과 시수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정도를 넘어 학교 철학을 정리하고 그 학교 철학을 교육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로 재편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구현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교육과정 문서가 훌륭하다고 해서 양질의 교육과정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문서가 부실해도 전문성이 있는 교사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중학교 자유학년제, 고교 학점제 등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교사의 교육과정 기획력과 운영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수업 형태는 교사가 자기가 만든 교재로 저자 직강 수업을 하는 것이다. 남이 만든 교재로 수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사 직강 수업을 하려면 그만큼 교사가 교육과정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가르치는 지식의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좋은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3. (학교 교육력)

힘이란 학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말한다. , 힘이란 학교가 학생들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기존 학교 평가의 기준은 학업 성취도에 치중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인성 문제를 포함하여 전인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력은 학생 및 학부모의 학교 생활 만족도, 인성 및 생활 태도, 진로 및 진학 지도, 입시 결과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취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중심으로 학교 교육력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학생을 자기가 원하는 명문 대학으로 진학을 시켰어도 그 과정에서 그 학생이 이기적인 학생이 되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목적을 이루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성적 및 입시 진학 문제도 성적 점수와 최종 상급 학교 진학 학생 숫자로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입학 효과와 학교 효과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입학 효과란 입학 당시 입학생들의 성적 수준에 따른 입시 효과를 말한다.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입학해서 졸업 시 우수한 상급학교에 많이 진학을 했다면 입학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학교 효과는 입학 당시 학생들의 성적을 기준으로 해당 학교 교육 활동을 통해 성적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고, 그 결과 입시에 어떠한 결과를 얻었는지를 말한다. 예컨대 A학교의 경우, 입학생 평균 점수가 50점인데, 졸업 시 70점을 얻었고, B학교의 경우, 입학생 평균 점수가 90점 학생인데, 졸업 시 80점을 얻었다면 결과적으로는 B학교가 좋아도 실제로는 B학교보다 A학교가 더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가 가지고 있는 힘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로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좋은 학교는 일을 나누고, 힘을 합친다, 그에 비해 그렇지 않은 학교는 일을 합치고, 힘을 나눈다. 특히 교사들 간 무임승차자와 일벌레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학교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낭비하게 하는 것이 학교 내부 갈등이다. 갈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힘이 모아질 수도 있고 흩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 차원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학교 차원에서 교사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4. 학교 조직 문화

학교 문화란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와 의사결정 및 일 처리 방식,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 등 학교 생활의 양식을 말한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만의 특유 문화가 존재한다. 조직 문화의 특수성이 강할수록 단합력과 조직력이 높게 나타난다.

좋은 학교는 학교 시설이나 성적이 좋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자기 소속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높은 학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학생들이 외부 사람들에게 자기 학교에 대하여 자랑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한다면 좋은 학교라고 보기 힘들지만 반대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떳떳하게 자기 학교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은 학교인 것이다.

소위 좋은 학교일수록 좋은 학교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수업 시간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표정과 태도를 살펴보면 쉽게 학습 분위기를 알 수 있고, 교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의 표정을 보면 쉽게 교직 문화를 알 수 있다. 낯선 사람일수록 그 학교 문화가 객관적으로 잘 보인다.

교사 문화가 학생 자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교장이 평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교사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로 연결된다. 교장이 평교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학교는 평교사도 학생들을 잘 존중한다. 반대로 관료화되고 위계적인 교직 문화가 있는 학교일수록 학생 자치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사들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하면 대개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공동체적인 교직 문화가 발달된 경우에는 대개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좋은 학교는 학교 안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교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 사회 등의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고 의미 있는 소통의 기회가 있어야 갈등이 생겨도 잘 해결될 수 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소통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정기적으로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학기마다 학교 교육 활동 평가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학교 교육 활동 평가회는 형식적인 회의나 단순한 불평 불만을 표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교 발전을 위한 제안과 대안까지 모색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떤 제안이 교육 활동에 반영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전체 구성원들에게 공지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학교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교가, 교목, 학교 깃발 등의 학교 상징물과 교복 등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 세우기를 위한 학교 세우기 활동은 전체 조회, 축제, 수련회, 각종 대회 등이다. 그러므로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와 애정을 높이기 위한 행사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5. 리더십의 재생산

재생산이란 최고 리더십 문제와 차기 리더십 교체 문제를 말한다. 어느 집단이든 리더(Leader, 지도자)와 팔로워(Follower, 추종자)가 존재한다. 좋은 리더는 좋은 팔로워 과정을 통해 세워진다. 팔로워 시절에는 불량한 자세를 가진 사람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리더십(Leadership)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팔로우십(Followership)이다. 팔로워 과정 없이 갑자기 리더로 세워지지 않는다. 좋은 리더가 있는 집단은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은 리더가 있는 집단은 쇠퇴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교사가 좋은 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좋은 팔로우십을 경험한 교사가 교장이 되어야 좋은 리더로서 교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좋은 교사가 늘 좋은 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가 하는 역할과 교장이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 지도를 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지만 교장은 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장이 직접 학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갈등을 조절하며 학교 교육 활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사회 등 외부와의 원만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학교 교육 활동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평교사가 좋은 교장이 되려면 교장에게 필요한 역할과 업무를 미리 경험하고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준비되지 않는 사람이 교장이 되면 전체 학교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은 교장이 있는 학교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학교는 쇠퇴한다.

학교 조직은 유기체와 같아서 생성, 발전, 유지, 혁신(도약), 쇠퇴의 과정을 경험한다. 학교 내부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면 학교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겠지만 학교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운영되면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 발달 수준과 단계에 맞는 리더십 유형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교장으로 세워야 한다. 특히 사립 학교의 경우, 재단에서 교장을 세울 때 학교 발단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리더쉽 유형을 가진 사람을 차기 교장으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개척 단계에서는 개척자 리더십이 필요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확대 단계에서는 경영자 리더십이 필요하다. 운동의 전략을 지혜롭게 세우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지 단계에서는 관리자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부의 갈등을 조절하고 규모에 맞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체 내지 쇠퇴 단계에 이르게 되면 혁신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학교를 다시 바라보고 재구조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생성

발전

유지

혁신

(도약)

쇠퇴

개척자 리더십

경영자 리더십

관리자(조율자) 리더십

혁신가 리더십

관리자 리더십

 

그런데 한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개척자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확대 단계 내지 유지 단계에 이르게 되면 자기 리더십 유형과 운동 단체가 요구하는 리더십 유형이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 박수를 받았던 리더가 나중에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리더 자신이 성찰의 과정을 통해 학교의 발달 단계에 따라 자신의 리더십 유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리더십을 바꾸기 쉽지 않으면 그에 적합한 차기 리더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출난 리더의 경우, 후속 리더 자리를 누군가 현실적으로 채우기 힘들다. 그렇다고 그 리더가 리더십을 지속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 발전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경우는 집단 지도 체제로 의사 결정 체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 지성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장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원래부터 훌륭한 사람이어서 교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이지만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장한 사람을 교장으로 세워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훈련되고 준비된 사람이 교장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