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혁신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비밀, 격려

by 김현섭 2018. 3. 7.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비밀, 격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 칭찬 열풍이 일어나서 칭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사실 비판과 지적이 익숙한 한국 사회와 교육 현실에서 칭찬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칭찬도 잘못 사용하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만든다.

잘할 때만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착각하게 된다.

실패하면 자신감이 하락한다.

어려워지면 노력을 중단해 버린다.

칭찬하다가 안 하면 할 이유를 잃고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칭찬받으려 한다.

 

교육방송 다큐 프라임에서 칭찬과 관련한 실험을 실시했다. 진행자가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 때마다 칭찬을 했다. 그리고 나서 잠시 진행자가 나가면서 정답이 있는 카드를 의도적으로 내려놓고 교실에서 나갔는데, 많은 아이들이 눈치를 보면서 정답 카드를 몰래 훔쳐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사람의 기대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일이다. 무엇인가 잘해보겠다는 생각은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은 눌림이 되어 좋지 못한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반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면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노력 자체를 중단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격려는 아무리 사용해도 칭찬에 비해 단점이 없고 아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는 격려를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격려를 해야 할 상황에서 어떻게 격려해야 하는지 잘 몰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격려란?

 

격려는 용기를 부여해 주며, 상대가 기분 좋은 상태일 때는 더욱 강한 의욕을 주고 침울할 때는 다시 시도할 에너지를 갖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격려는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격려는 인간관계에 중요한 삶의 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격려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존중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실수와 결점이 있더라도 아이 고유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격려는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두는 아이를 만든다. 성장 과정은 실패와 도전으로 이루어진다. 실패를 할 때 더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좌절하고 낙담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의 목표(평가목표와 학습목표)가 어떠냐에 따라 다르다.

평가목표는 재능과 결과에 대해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반면 학습목표를 가진 아이들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격려해야 할까?

 

1.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과정을 본다는 것은 노력을 본다는 것이다. 작은 진보와 묵묵한 노력에도 눈길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의욕이 샘솟는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왔을 때, “우와 멋지다.”, “천재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 “누구 닮아서 이렇게 잘하는 거야?” 이런 반응은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과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은연중에 심어준 것일 수 있다. 이러한 표현보다 색감이 참 따뜻하다. 어떤 색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나보다.”라고 활동한 내용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면 좋다. 이제 막 글을 배운 아이가 글을 예쁘게 잘 썼을 때 우와 너 멋지다가 아니라 또박또박 정성들여서 썼다는 게 보인다는 말도 과정을 칭찬하는 표현이다.

어머나 시간이 오래 걸렸을 텐데 애를 많이 썼겠네”, “집중해서 하려면 손도 아팠을 것 같은데~”, “네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볼 시간도 빼서 만든 거야? 정말 수고 많았다이렇게 반응한다면 아이는 결과물에 집중하기보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과 수고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아이들도 자기 결과물의 수준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들도 과정 하나 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바뀐다.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는 배우는 것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학습 목표를 가진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

 

2. 그 순간 그 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말 해 주기

 

좋은 말도 너무 들으면 아이가 오히려 낙담할 수 있다. 사소한 일을 할 때마다 칭찬을 받으면 다른 사람이 칭찬해주고 손뼉쳐주고 끊임없이 관심을 줘야만 자신이 받아들여진다고 믿을 수 있다. 제인 넬슨은 당신의 말이 그 사람에게 그 장소와 상황에서만 보낼 수 있는 고유한 메시지라면 그것은 좀 더 격려에 가까울 것이다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잘했어요’, ‘멋져요’, ‘예쁘다등의 표현은 아이 마음에 큰 감동이 되지 않는다. “빨간색도 잘 어울리네요. 평소 입던 옷과 느낌이 달라서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처럼 그 사람에게만,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것은 쉽지 않다. 연습이 필요하다. 섬세하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눈과 정성이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려 깊은 격려는 아이의 고유함에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3. 감동과 감탄으로 바라보기

 

아이를 보면서 감동하고 감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격려가 된다. 어떤 사람은 사람을 밋밋하게 보는 사람이 있고 감동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인간의 뇌를 살펴보면 각 부분이 어떻게 서로 다른 역할들을 하는지, 또 나이가 들면서 뇌가 다시 리모델링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피가 혈관 구석구석을 타고 다니면서 영양을 공급하는 것도 신기하다. 피부 뼈 마디 하나하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러려니 하면서 보는 것과 그 속에서 감탄과 감동을 발견하면서 사는 것은 삶의 질이 다르다. 무엇보다 감동과 감탄으로 바라볼 때 사랑받는 느낌은 몇 곱절이 된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인간 자체로서 감동하고 감탄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축복이자 자존감, 자신감의 근원이 된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나고 있는 것 자체가 감탄할 일이다.

어머나 방학 동안 이렇게 키가 컸네. 신기하기도 해라”, “와우, 네 글을 보니 감동스럽다. 네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지난 학기에는 안하더니 이번 학기에는 네가 할 일을 열심히 하네~ 에구 자라는 모습이 어찌 이리 이쁠까

아들러는 존재 자체로 수용하면서 도전하고 더 잘 자라도록 돕는 방법으로 격려를 강조하고 있다.

 

4. 소속감을 가지도록 돕기

 

격려는 아이가 공동체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들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공동체성이다. 아이가 경쟁이 아닌 협력자로 살며 공동체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감을 많이 누려본 아이들은 나중에 직장 생활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사람이 된다. 소속감은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주목을 받지 않아도, 공동체의 중심이 되지 않아도 자신이 있을 곳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소속감에 대한 필요가 제일 크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가, 내가 어떠하든지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인지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도와주니까 선생님이 힘이 나네. 고맙다”, “네가 도와주니까 우리 반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마워이렇게 아이가 공헌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말은 사실 간단한 단어 하나에 있다. “고맙다라는 말은 마음을 담는 말인 동시에 기여를 더욱 격려하는 말로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소중한 단어이다. 감사의 말, 고맙다는 말은 가장 쉽고 단순하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단어인 것이다.

 

5.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보기

 

격려는 존경과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가능하다. 특히 단점이나 결점이 보이고 실수를 할 때도 존경과 신뢰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아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은 교사들은 아이가 큰 실수를 했다면 화만 내기 쉽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다시 존경하고 신뢰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다.

부정적인 면을 자꾸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봐주면 그 말을 흡수해서 긍정적인 자아상으로까지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고집이 너무 세요~” 라고 한다면 부정적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의지가 강해요. 뭔가를 이루려는 집념이 강해요라고 이야기하면 전혀 다른 면이 된다. 고집부리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보는 눈이 생기고 이를 통해 아이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 눈에는 단점으로 보이는 것도 개성이나 매력일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내가 보는 단점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생각으로 때마다 단점을 긍정적인 말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 보자. 아래 예는 절대적인 예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사람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바꾸어 보기와 대안이 가능하다.

 

말주변이 없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소심하다 감성이 예민하다.

거절을 잘 못한다 상대방에게 관용적이다.

수다쟁이 정보 전달력이 높다.

고집이 세다 지도력이 있다.

겁이 많다 신중하다, 조심성이 많다.

우유부단 급하게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

기분파 감성이 풍부하다.

완고하다 신념이 강하다.

건방지다 의사를 관철하려고 한다.

성질이 급하다 생각을 곧바로 표현할 수 있다.

자립심이 부족하다 다른 사람을 잘 따른다.

 

6.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기

 

실패했을 때야말로 격려가 가장 필요한 때이다. 대부분 실패는 낙심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고,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게 넘어진 사람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넘어졌다고 주저앉은 사람이 실패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성장이 가능하다.

사실 실패가 자산이 된다는 것은 누구든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실패에서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잘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우리의 아이들이 실패했을 때 위로를 넘어서서 배움의 기회로 삼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 실패도 긍정으로 받기가 어려운데 아이의 실패를 긍정으로 받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는 경험해 본 후 깨닫는 경우가 많기에 어렵거나 위험해 보여도 경험하게 하고 실패해 보도록 허용하는 것은 배움의 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사가 먼저 실패를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김현섭, 김성경, “욕구 코칭(교사편)”, 수업디자인연구소, 2018

 

http://www.sooupjump.org/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