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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공개 수업은 교사와 과목이 달라도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가?

by 김현섭 2014. 10. 24.
공개 수업은 교사와 과목이 달라도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가?

개인적으로는 여러 선생님들의 다양한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수업을 참관하면서 깨달은 것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과목과 상관없이 수업 디자인의 골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개 수업이 그러합니다. 대개의 공개 수업은 교사가 전시 학습을 간단히 확인하고, 학습 목표 제시를 합니다. 짧은 동영상 등을 보여주고 흥미 유발을 시도한 다음 해당 차시 학습 내용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나서 2-3가지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학생 발표를 하고 교사가 간단히 피드백한 다음 과제 제시나 차시 예고로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교대나 사대에서부터 배운 수업 지도안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업을 과학이란 입장에서 접근하면서 도입, 전개, 마무리라는 3단계 구조 속에서 수업 디자인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틀에 박힌 수업디자인 형식에 맞추어 수업을 하고 있는 관행이 교사들에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선생님은 수업을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초등하교 6학년 국어과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과감하게 교과서를 내려놓고 나니아 연대기를 소재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소설 책을 읽으면서 소설 책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초대하고 소설 속에 나오는 용이 상상하고 대화하면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창의적인 수업이었지만 공개 수업시 교장, 교감 선생님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교과서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 과학이라는 입장에서 구성된 기존 수업 체크리스트로 접근할 때는 문제가 많은 수업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수업 장학 문화에서는 창의적인 수업을 시도하게 되면 칭찬보다는 비판을 받기 쉽습니다. 그러다보니 공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외부자의 시선과 평가 기준에 맞추어 수업을 디자인하다보니 무난한 수업, 기존 틀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1-2가지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업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의 교수 유형에 기인한 부분도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도형심리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네모형 유형입니다. 네모형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수업 특징이 있습니다.

▢ 수업 시간에 주요 개념을 설명할 때 꼼꼼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지시를 잘 한다.
▢ 수업 시간 전에 교실 상태가 정리 정돈이 잘 이루어져야 수업에 집중하기 쉽다.
▢ 수업 준비 단계에서 준비한 만큼의 수업 진도 분량을 실제 수업에서도 나가야만 마음이 편안하다.
▢ 학습지나 실험 보고서 등을 만들 때 세밀하게 정리한다.
▢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행동 속에 감추어진 정서를 잘 읽어내기 힘들다.
▢ 자기에게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자주 하는 편이고 프로젝트 수업 등 수업 시간에 새로운 시도를 선뜻 하기 꺼려한다.

네모형 선생님이 쉽게 빠지는 오류는 사전에 수업 디자인한 것대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학생과의 상호작용 정도와 배움의 속도와 상관없이 수업을 진행하다가 교사 따로 학생 따로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수업 준비 단계에서 3가지를 준비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2가지만 나갈 수 있습니다. 못 다한 나머지 1가지는 다음 시간에 다루면 됩니다. 수업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수업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는 배움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배움이 일어나야 좋은 수업입니다. 가르침은 배움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러한 획일적인 수업 디자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업 디자인 접근 방식이 혁신되어야 합니다.
브루멜른은 3단계 구조에서 벗어나 배경 설정, 전개, 재구성, 초월이라는 4단계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기독국어교사모임과 김태현 선생님은 이를 마음 열기, 생각 쌓기, 생각에 날개 달기, 삶에 접속하기라는 말로 재해석하여 단계를 제시합니다. 기존 3단계 접근법과 브
루멜른의 4단계 접근법의 차이점은 마지막 4단계입니다. 초월로서 배운 지식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지식과 이론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교실적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용과 실천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업의 흐름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커 파머가 말한 대로 가슴보다는 머리, 느낌보다는 사실, 실천보다는 이론, 배움보다는 가르침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둘의 간극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일원론적인 접근을 해야만 좋은 수업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수업 디자인시 차시별로 구성하지 말고 주제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소단원보다는 중단원을 중심으로 수업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주제에 대한 묵상과 고민을 하고 이에 맞는 핵심 질문을 찾아야 합니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질문들을 찾아내고 그 중에서 좋은 질문을 찾아 핵심 질문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마인드 맵을 통해 학습 내용을 구조화하여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시별로 수업 디자인을 하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주제 중심으로 수업 디자인을 하면 1차시 수업 자체가 도입(배경설정)이 될 수 있습니다. 삶에 반응하기(초월)가 1-2차시 수업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학습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 디자인을 해야 수업을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차시별 수업을 계획할 때에는 꼭 살아있는 질문이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출발질문과 도착질문을 통해 수업 디자인시 기본 뼈대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두 가지 질문을 잇는 작은 중간 질문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이에 맞는 학습 자료를 찾고 수업 모형을 찾아서 디자인해야 합니다.


수업 디자인과 실제 수업의 흐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아무리 수업 디자인을 정교하게 준비해도 실제 수업에서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어떤 중학교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학습 주제는 용해도인데, 용해도 개념을 심화시켜 붕산과 염화나트륨의 혼합물을 분리하는 실험하는 것이 수업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수업 도입부 전시 학습 확인하는 단계에서 지난 시간에 배운 용해도 개념을 확인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전 차시 학습 내용을 다시 한번 다루다 보니 그 부분에 있어서 시간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정작 오늘 수업 내용인 혼합물 분리 실험 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0분의 시간으로는 온전한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붕산과 염화나트륨의 혼합물을 어떻게 분리해야 할 것인가 모둠 토의만 하고 실험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미루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준비한 실험대로 강행하지 않은 것은 실험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생의 배움과 관계를 중시하였기 때문에 교사의 의도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수업 디자인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구성해야 하겠지만 실제 수업은 학생과의 상호작용과 배움의 흐름과 속도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도가의 무위자연의 가르침은 수업 진행에서도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인 활동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망쳐서 배움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수업 준비는 철저하게, 실제 수업은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