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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교사가 자기 수업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원인에 대하여 잘 모르는 이유

by 김현섭 2015. 11. 17.

대개 교사들은 자기가 수업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자기는 최소한 중간은 간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학생들이 잠을 자거나 떠들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기에 기존 방식대로 수업을 하는 것을 안다. 기존 수업 방식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교사는 수업 준비 단계에서 준비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수업 시간에서 풀어낸다. 심지어 준비 단계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지식 내용도 수업하다보면 저절로 잘 이해가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남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배움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배움에 몰입하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교사는 과거의 수업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 방식 그대로 수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교실에서 학생들이 배움에 몰입하지 않은 이유는 교사보다는 학생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또한 주변에 있는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살펴보면 자신보다 수업을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자기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 속에 빠지다 보면 시간을 가는 줄 모른다. 학생의 반응과 상관없이 자기 수업에 만족하게 된다.

 

수업자는 자기 수업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을 정작 수업자 자신은 잘 보지 못한다. 수업자가 자기 수업의 문제점을 알아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보다는 축소하거나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아니면 반대로 사실보다 더 부풀려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자책한다. 자기 문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내면의 힘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그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자기 수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그 원인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문제점의 원인을 찾지 않고 문제점 자체만 바라보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면 일시적인 개선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잘 지도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떠드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서 방치하는 것인지, 학생의 문제 행동을 야단치는 것이 자칫 그 학생과의 관계가 깨질 것 같아 두려워서 그렇게 행동한 것인지, 수업자가 학생들이 원래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학습 능력이 부족해서 그러한 행동을 했다고 이해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해결 방안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학생 지도 방법을 모르는 교사라면 떠드는 학생들을 야단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원인이라면 애단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면한다는 것은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이 즐겁든 고통스럽든 그것을 방어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강점과 달리 약점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직면하는 것은 수업자에게 그리 유쾌한 과정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수업자들이 문제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욕구나 감정을 회피함으로써 문제의 근본 원인을 피해간다. 수업자가 자기 내면의 문제를 바라보기 두려워하는 이유는 직면하기 자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쾌락을 지향하고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업자는 문제점의 근본 원인에 직면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잘못된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상상이 허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든 허수아비 괴물 앞에서 바들바들 두려움에 떤다.



 

문제점에 대하여 회피하기

 

대개 내면이 안정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교사는 직면하기 대신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 기제나 접촉경계혼란 행동을 한다.

 

자기의 약점을 정당화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우리반 학생들은 학습 수준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 쉽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보았지만 결국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배움 중심 수업은 개념이 모호하고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수업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수업 모형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 수업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 제 말투가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는 공개 수업이다 보니 다른 때보다 긴장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제 공개 수업한다고 새로 옷을 샀더니 왠지 불편해서 저도 모르게 자주 자켓을 자주 만졌을 뿐이예요.”

인문계 고교에서는 일제 학습 방식으로 수업하지 않으면 교과서 진도 나가기가 힘들어요.”

자신의 약점을 발견하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정당화, 합리화를 한다. 자기의 약점을 외부 환경이나 학생 탓 등의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약점 행동을 그럴 듯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를 자기 합리화라고도 한다.

 

2. 적당하게 넘기기

허허허. 제가 그 학생에 대하여 그렇게 행동했나요. (가볍게)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문제는 제 우리 나라 입시 문제 및 사회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수업 준비는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원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잖아요?”

자기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말을 장황하게 하거나 논점을 흐리는 것, 상대방의 눈을 직접 쳐다 보지 못하는 것, 웃음으로 적당히 넘기려는 것,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말해서 모호하게 만드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행동은 불안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삶의 에너지를 의도적으로 줄여서 불안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자기가 어느 정도 무기력해지면 불안과 고통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한 수업자의 무기력한 태도에서는 수업의 열정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편향이라고도 한다.

 

3.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

오늘 제 수업이 제 의도대로 운영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 학급의 말썽쟁이 3총사 때문이예요. 다른 때보다 이 녀석들이 산만하게 행동하다 보니 자꾸 신경이 거슬려서 화를 자주 낸 것 같네요

갑자기 교감 선생님이 내일까지 행정 보고 업무를 하라고 하셔서 제출 기간 안에 일을 급하게 처리하다보니 수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적으로 다른 삶의 탓으로 생각하고 자신은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투사라고도 한다.

 

4. 권위자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교장 선생님이 가급적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교수님이 자리를 가급적 형태가 좋다고 하셔서 오늘 수업도 그러한 형태로 배치했습니다.”

수업자가 학교관리자나 외부 전문가 등의 권위자의 행동이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권위자라고 해서 늘 정답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수업자가 권위자의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해서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모범생 출신 교사들이 자주 이러한 문제에 잘 빠진다. 이를 내사라도 한다.

 

5. 다른 사람과 자신을 명료하게 구분하지 못함

저희 반 학생들을 다른 선생님이 야단치는 것을 보면 저도 참 속상해요. 별로 잘못한 것 같지 않은데, 우리 반 학생들을 다른 선생님이 엄격하게 야단치면 때로는 제가 야단맞는 것 가아 기분이 좋지 않아요.”

저는 우리 학급의 학생들이 제 자식처럼 느껴져요. 특히 육아휴직 후 복직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제 자식처럼 학생들이 귀엽게 느껴져요. 그래서 학생들이 사소한 실수를 해도 야단치는 것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서로 간에 차이가 없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분명 다른 사람 및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이를 명료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이러한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융합이라고도 한다.

 

6.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그 대신 자기에게 하기

제가 그때 무례하게 행동한 그 학생을 야단쳤어야 했는데, 솔직히 그 학생이 겁나서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교직 경험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신규 교사처럼 제 자신이 느껴져요. 아직도 신규 교사처럼 학생들 앞에서 어리버리하다고 느껴져요. 제 무능함에 대하여 저도 속상해요.”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행동을 해당하는 그 사람에게 해야 하는데, 용기를 내지 못해 하지 못하고 자기 속에 담아두었다가 오히려 자기에게 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갈등시 당사자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를 반전이라고도 하는데, 강박 증세와 열등감, 죄책감, 우울증 등도 이와 관련이 있다.


7. 자신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의식하고 관찰하기

오늘 수업은 하브루타 수업 모형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 하브루타 수업 연수를 받았는데,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이번 수업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저는 수업 준비를 위해 하루에 3시간 이상을 투자합니다. 이번 수업도 1달 전부터 고심했어요.”

저는 어떤 학생이든 짧은 시간 안에 그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저만의 수업 비법을 가지고 있어요.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몇 년전 수업 실기 대회에 나가 1등급을 받기도 했어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어서 과도한 행동을 나타낸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거부당할까 두려워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행동을 한다. 이를 자의식이라고도 한다.

 

자기를 직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음의 원인들

교사가 자기 문제점을 직면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 원인들이 있다. 관계의 상처, 지식에 대한 두려움, 과로와 번 아웃, 왜곡된 신념, 낮은 자존감과 비교의식 등이다.

 

[관계의 상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교사는 업무 특성상 다른 직업과 달리 많은 학생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만난다. 그런데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과 관계를 맺어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 문제로 갈등을 경험하거나 상처를 받는다.

선생님, 대충 하시죠. 수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선생님이 무서워 학교 가기 싫다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학생이 무서워 학교 출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규 교사 시절 교사들은 대개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상대적으로 학생들도 젊은 교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오랜 시간 학교에서 함께 활동하다보면 일부 학생들이 교사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들이 교사인 나를 무시하는거야?”

일부 문제 학생들과의 갈등 문제 등으로 인하여 내면에 상처를 입게 되면 교사는 대인 관계에서 위축되거나 경직된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상처는 신체의 상처와 달리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처를 받아도 상처받았는지 자기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실에서 자기에게 상처를 준 학생을 만나면 감정이 흔들리고 다른 문제점을 찾아 야단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사람이면 누구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로 인하여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 받는 일이 생긴다. 마음의 상처가 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관계가 틀어지면 무엇보다 자기의 인생이 더 이상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지식에 대한 두려움]

대개 교사는 지식에 대한 두려움에 대하여 이야기하질 않는다. 왜냐하면 교사가 이것을 인정하면 교사로서 무능하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가 대학에서 많은 지식을 배웠다 하더라도 자기 학년이나 교과 지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없다. 지식이 폭증하는 시대에 교사가 그 많은 지식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만물박사인 경우가 많다.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모든 질문을 척척 받아내서 정답을 말하고 싶다는 것은 교사의 착각일 수 있다. 자신이 관심있는 과목 수업은 여유롭게 수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을 수업할 때 교사는 많은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게 된다. 중등학교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있는 단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단원이 있기에 학습 주제에 따라 임하는 마음 자세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수많은 행정 업무나 생활 지도에 시간을 쓰다 보면 정작 수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학생들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과로와 번아웃]

해가 갈수록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수업 이외에 생활지도나 행정 업무 등으로 바쁘게 지낸다. 많은 업무 처리는 교사의 몸만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지치게 한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면 일이 많아도 기쁘게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리고 교사 입장에서 그 업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할 때 기운이 빠진다. 다행히 교사에게 방학은 재충전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방학에도 연수나 각종 행사 등이 많이 있기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과로가 쌓이고 지속적으로 내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면 번아웃(소진) 상태에 빠진다. 교사가 번아웃이 되면 학생들이 더 이상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진다.

 

[치우친 신념과 왜곡된 가치관]

교사마다 삶의 경험 속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우선 순위 가치가 있다. 가치 1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교사가 수업에 임하는 접근 자세와 태도가 다르다. 어떤 선생님은 재미이고, 어떤 선생님은 학력 신장이고, 어떤 선생님은 질서이고, 어떤 선생님은 관계이다. 각 가치들은 매우 의미있다. 재미가 없으면 학생들이 수업을 지루해할 것이다. 수업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업 속의 질서가 무너지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없다. 관계가 없으면 배움이 일어날 수 없다. 각각의 가치들은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1가지 가치를 최고의 우선 순위로 삼고 나머지 다른 가치들을 놓치는 경우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컨대, 성적 향상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학생들과의 협력이나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을 잃어버린다면 성적으로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길 것이다. 만약 재미를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수업하려고 다양한 놀이나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좋지만 지식의 몰입을 의미하는 흥미로 연결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눈치만 본다면 재미는 있으나 알맹이를 잃어버린 수업이 될 것이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 황금 만능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일자리를 얻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소위 일류 대학을 진학하기도 쉽지 않을 뿐 더러 일류 대학을 나와도 고연봉을 받는 일자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어렵게 공부해서 사회에 진출했는데, 최고라고 생각한 돈을 많이 벌지 못했을 때 상대적인 박탈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낮은 자존감과 비교의식]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교사가 학생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교사가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자아존중감’, 줄여서 자존감’(self-esteem)이다. 자존감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다.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삶에서 마주하는 기본적인 도전에 맞서 대처할 능력이 있으며,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내적 경향이다. 자존감이 낮은 교사와 자존감이 높은 교사는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르다. 자존감이 낮은 교사는 자기 자신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주변 동료 교사들도 힘들게 만든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교사들은 대체로 자기가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교사는 자기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낮은 자존감은 비교의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자존감은 낮은 교사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비교의식에 빠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