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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사의 끝은 교장인가?

by 김현섭 2015. 9. 23.

예비 교사 시절 교사가 되는 것 자체가 목적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교직에 입문하게 되면 교사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교직 초기에는 교사로서 적응하는데 온힘을 쏟게 되지만 교직 10년이 넘어가게 되면 교직 및 학교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에 교사로서 또 다른 진로 고민을 하게 된다.

평교사로 마무리할 것인가? 아니면 교장으로 승진해야 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든다. 선배 교사들 중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약간의 조바심도 생기게 된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교사라면 누구나 제2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승진 준비를 할 것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대개 승진 문제에 대한 교사의 태도 유형에는 다음과 같이 5가지 유형이 있다. 오재길(2015)은 승진 무지형, 승진 올인형, 승진 포기형, 승진 배척형, 승진 자유형 등을 제시한다.

[승진 무지형]

승진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승진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잘 모르는 교사 유형이다. 최근에는 새내기 교사도 승진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유형의 교사들이 적다.

[승진 올인형]

승진에 대하여 온 힘을 쏟는 교사 유형을 말한다. 승진 올인형은 승진에 관련이 있는 부장 교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승진에 도움이 될 만한 학교를 지원하고 연구시범학교(프로젝트)나 연수도 승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추진한다.

교사들에게 승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가지게 된 이유는 승진 올인형 교사들 때문이다. 왜냐하면 승진에 도움이 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아예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기존 학교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승진 점수가 부여되는 자율형 공립학교, 연구학교, 벽지 학교, 비선호학교 등에 근무하려고 한다. 특정 선호학교에 특정 인맥, 학맥 교사들이 모여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각종 연구회 형태로 카르텔을 만들어 그 안에서 승진이라는 것을 매개로 이해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승진 올인형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교장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예스맨으로 활동하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평교사들과 오해와 갈등을 빚기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승진에 관심이 없는 교사 입장에서는 승진 올인형 교사들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므로 승진 올인형 교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기 쉽다. 진정성을 가지고 학교 업무에 열심히 참여하려는 교사까지도 승진 올인형으로 오해하여 견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승진 제도와 체제에서 발생한 문제인데, 승진 제도와 승진하려는 교사를 구분하지 않아서 승진하려는 교사 자체를 부정적인 관점으로 파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승진 포기형]

승진 포기형은 승진을 포기함과 동시에 안락을 추구하는 교사 유형이다. 승진을 하려면 승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에 열정을 가져야 하는데, 개인적 사정에 의해 승진을 포기하게 되면 열정을 가지고 학교 업무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승진 포기를 업무 포기로 이해하고 교직에 대한 열정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대개 여교사들은 결혼, 임신, 출산, 양육 등으로 인하여 일정 기간 경력 단절을 경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승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승진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방향에서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경제적인 안정이나 남편에 대한 외조, 자녀 교육 등에 개인적인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50대 교사 중 승진 포기형은 교육과 관련없는 개인적인 관심사나 퇴직 이후에 대한 준비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기존 학교 리더쉽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승진 배척형]

승진 배척형은 승진 자체를 악으로 생각하는 교사 유형이다. 일부 교원단체 및 교육 활동가들이 이러한 경향이 보인다. 나쁜 승진 구조 자체를 비판하면서 그 구조 안에서 승진한 사람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모든 사회적 제도가 선해만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현실 사회 구조와 제도는 선과 악으로 분명히 구분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제도 개선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좋은 제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 모두 교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교직 사회에 승진 배척형이 많아지면 좋은 교장이 나올 가능성이 더 없어진다. 그러므로 제도와 사람을 구분해야 승진 배척형 논리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승진 자유형]

승진 자유형은 승진 자체에서 자유로운 유형이다. , 승진 동기와 욕구, 승진하려는 사람, 그리고 승진 제도 자체를 구분하는 것이다. 승진하려는 동기가 권력욕 내지 명예욕 때문인지 소명의식과 사명감 때문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승진 자체는 배척이나 축하 대상이 아니라 가치 중립적인 도구라는 것이다. 승진을 수직적 개념이 아니라 직분과 보직의 개념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교장, 교감 등을 보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승진 자유형은 교장이 되어도 교장직을 다 수행했으면 깔끔하게 그만둘 수 있는 유형이다. 실제 교장을 하고 나서 자발적으로 평교사로 돌아간 사례들이 있다.

승진 자유형은 승진 올인형이나 승진 배척형 교사 중에서 승진 자유형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는 승진에 온 힘을 쏟거나 반대로 배척했는데, 이러저러한 경험과 성찰을 통해 승진 자유형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사 중에서 승진 자유형은 그리 많지 않다.

 

왜 승진하려고 하는가?

직업(職業)을 직+업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이란 직위를 말하고 이란 하는 일과 업무의 성격을 말한다.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에서 승진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직위 자체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해야 하고 무엇보다 왜 그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지에 대한 근본 동기와 욕구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 동기에 따라 그 직업을 수행하는 방향과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명예 욕구가 크다면 교장이 되었다면 자기도 교장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가질 것이고, 누군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면 크게 화를 내거나 그를 공격할 것이다. 안락의 욕구가 크다면 교장이 되었다면 교장실 안에서 복지부동하면서 사고없이 편안하게 교장직을 수행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소명의식과 시대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공동체 발전을 위해 고민할 것이고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학교 안에서 펼쳐나갈 것이다.

 

좋은 교사가 좋은 교장이다?

각 직업에 따라 그 역할과 그에 따르는 직무 역량이 다르다. 그러므로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선택하기를 원한다면 해당 직무 특성과 관련 역량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지 고민해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교사라고 해서 좋은 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교사 시절 교직 업무를 훌륭히 소화했던 사람이 정작 교장이 되어서는 평교사 시절만큼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의 주 업무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지도하는 것이지만 교장의 주 업무는 학교 조직을 경영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면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행정 지원 및 경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교장을 해야 한다. 개인적 인품은 훌륭하지만 경영 마인드가 없는 교사가 교장이 되면 학교 내 갈등이 일어나기 쉽고 학교가 더 발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구 학교의 경우, 교사 라인과 교장 라인이 이원화되어있고 자기 능력과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적 인사 체제와 문화에서는 일원화된 문화가 있어서 유능한 사람은 교장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평교사로 머물고 있는 것처럼 여긴다. 이러한 기존 인사 제도와 문화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한 교직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힘들다.

 

승진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기존 승진 제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승진을 수직적 단계 상승으로 이해하지 않고 수평적 역할 전환으로 바꾸어야 한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를 하기 싫어서 학교 관리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경영 및 행정 마인드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학교관리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승진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관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 교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별도로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수석교사는 매우 의미가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 및 수업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수석교사로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 서구학교에서는 교장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평교사에 비해 근무 시간이 길고 업무 난이도와 업무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비율을 늘이고 일정 기준 이상의 교사들 중 희망자들을 중심으로 교장 연수를 실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교장 자격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장 승진 방식을 개선하는 것보다 교장의 역할과 지위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교장 외에 어떠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가?

교사-부장-교감-교장의 일원론적인 구조를 깨고 다양한 진로 탐색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는 얼핏 평교사로 남거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가능한 진로 직업

주로 하는 일

관련 역량

교육전문직(장학사, 장학관)

내지 교육관련 관료

교육 정책 및 행사 입안 및 추진 등

업무 이해력 및 기획력

업무 추진력

갈등 조정 등

수석 교사

수업컨설팅, 교사교육, 교육과정 재구성 등

수업 역량

공감 능력 및 대인 관계 능력 등

교육관련 연구기관

교육 관련 정책 및 연구 프로젝트 수행 등

연구 역량

업무 기획 및 추진력 등

대학 교수

각종 교육 관련 연구 및 프로젝트 추진, 강의 활동 등

연구 역량

수업 역량 등

교육시민 단체 상근자

교육시민단체 및 교원 단체 사업 기획 및 각종 행사 추진 등

업무 이해력 및 기획력

업무 추진력

갈등 조정 등

대안교육 활동가

대안학교 교사 내지 학교관리자 역할 등

철학 및 자기 성찰능력

기획력, 업무 추진력 등

사교육 학원 강사

학원 수업, 교재 집필 등

수업 역량

기획력, 자료개발능력

공감 능력 및 대인 관계 능력 등

정치인

(교육감, 국회위원, 교육의원 등)

교육관련 정책 입안 및 추진, 각종 정치 활동 등

기획력, 업무 추진력

이질적 집단에서 의사소통 능력 등

종교인

(목사, 선교사 등)

설교, 목회, 선교지 학교 설립 및 운영 활동 등

영성 및 자기 성찰능력

기획력, 업무 추진력

이질적 집단에서 의사소통 능력 등

비교육분야

자영업 및 기타

업종에 따른 다양한 역량

 

 


교사로서 출발해도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 학교 안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만들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로서 기존 승진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소명과 적성을 찾아 교육적 가치를 위해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사들이 교사로 시작해서 다양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사로 시작해서 교사로 정년퇴임을 하자거나 교장으로 승진해야 한다는 식의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길도 있으니 자기를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소명의식과 사명감에 따라 자기 인생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