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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꼴찌도 행복한 학교?!

by 김현섭 2014. 7. 23.

K군의 이야기

K군은 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이후 가정 형편이 매우 나빠졌다. 어머니는 직장 생활로 인하여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공부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K군은 이내 온라인 PC 게임에 빠져 들었다. 게임하는 동안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밤늦게 게임을 하다 보니 학교에 등교해도 오전 시간은 늘 비몽사몽이었다. 게임에 몰입할수록 성적은 더욱 떨어졌고 중학교 내신 성적은 95%가 나왔다. 그 성적으로 갈수 있는 학교는 별로 없었다. 특성화고교나 실업계 고교를 입학하고 싶어도 성적이 되지 않았다. 결국 집 근처에 있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보니 중학교 시절 놀았던 던 것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에 비해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성적은 중학교때 보다 더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공부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동안 멀리했던 온라인 PC게임을 다시 하게 되었고 학교 생활도 점점 재미없어져서 종종 무단 결석도 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을 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결국 엎드려 잠을 자는 시간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3 대상 직업학교도 알아보았지만 출결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입학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이 되어도 인생의 목표라는 것이 뚜렷하지 않았다. 친구의 소개로 저녁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어 쓰는 재미로 살아가게 되었다. 밤늦게 잠을 자다보니 대개 오전 수업 시간에는 부족한 잠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반 인문계 고교에서 하위권 학생들은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에서 겪는 문제점 중의 하나가 학습 부진학생들 문제이다. 현재 서울의 경우, 일반고 커트라인이 중학교 내신 성적 기준 98%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비록 입학은 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학생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단위 학교 차원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문계 고교 특성상 대학 입학을 전제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입학생 중 상당수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학습 무기력에 빠져 있어서 쉬운 학습 과제를 제시해도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으려는 학생이 많다. 이러한 하위권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대학 입학보다는 고교 졸업장을 따는 것이다.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고교 졸업장도 따지 못하면 사회 생활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권 학생들이 많이 있는 일반고 교실의 경우, 전반적인 학습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 위해 진학하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과 대학 입시를 포기한 다수의 하위권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공존하는 일이 생긴다.

핀란드의 경우, 중학생의 30%만 인문계 고교에 입학하고 나머지 70% 학생들은 직업계 고교에 입학한다. 대학 출신이나 고교 출신이나 임금이나 사회적 지위에서 큰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만 인문계 고교에 입학해서 공부한다. 그러다보니 교사 중심, 지식 중심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한국은 핀란드의 사회적 상황과 다르다. 고교 출신자와 대학 출신자의 임금 격차가 크고 사회적 지위나 인식도 많이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는 성적이 낮아도 대학에 진학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인문계 고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교육보다는 수용과 관리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인문계 고교에서 하위권 학생들을 받았다면 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입을 전제로 한 기존 인문계 고교 교육과정을 고수하다보니 학생 수준과 교육과정 수준이 맞지 않은 일이 생긴다. 그 커다란 괴리에서 교사는 방황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교 체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과감한 구조 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삼각산고 전경 사진]

 

서울 삼각산고등학교 직업기초과정 이야기

삼각산고등학교는 학습부진과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을 위한 대안 교실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개교 이래부터 학습 부진 학생들도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그 결과 2011학년도에는 특강반이라는 이름으로, 2012, 2013학년도에는 나다(나는 나다)반이라는 이름으로 대안교실을 설치하여 부분운영을 하였다. 2012학년도 부분 운영의 경우, 작곡 작사 배우기, 연극 시나리오, 드럼 연습, 연극, 그림 표현, 독서 등의 특별 체험 활동을 실시하였다. 2013학년도 부분 운영의 경우 국어 어휘력 향상, 기초 수학, 영어 노래 부르기, 11 진로 상담, 야외학습 등 일반 교과의 기초 학력 증진을 중심으로 운영하였다.

2014학년도에는 전일제 형태로 별도의 학급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부분 운영제는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원적 학급별로 빠지는 수업 시간이 불규칙하여 정규 고사에서의 공평성 문제가 있고 일부 학생들은 기존 수업 시간에 대안교실학급이라는 특이한 특권 의식이 생기고 기존 담임교사와 대안학급 지도교사의 지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부분이 생기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그에 비해 전일제 운영은 정기 고사의 공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대안교실반 자체로 수강하는 교과목의 경우, 별도의 성적 산출이 가능해졌고 그 학급 안에서 새로운 리더가 세워지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대안교실을 위한 별도의 예산(5천만원)이 필요하고 대안교실 지도교사의 업무 부담 문제, 낙인 효과 문제, 교육과정 편성상의 어려움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각산고등학교에서는 교육부와 지자체 예산을 끌어와서 필요 예산을 충당하였고 대안 교실을 희망하는 학생들로만 학급을 편성하였고 낙인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대안교실이라는 명칭 대신에 직업기초과정이라는 것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였다.

대안교실 수업은 외부 전문 강사를 초청해서 이루어지는 특별 수업이 많고 대안교실 학생들을 위한 과목을 신설하였다. 심화과목인 환경과학’, ‘지역의 이해’, ‘한국 사회와 문화을 설치하여 수강하고 있고 자기 계획에 의한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생활필수 영어, 직업 영어 용어, 기초 회화를 다루는 실용영어를 개설하여 별도의 영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영수는 다른 일반 학급과 함께 평가하지만 대안교실 학생들만 수강하는 과목의 경우, 대안교실 학생들로만 평가해서 내신 성적을 산출한다. 매주 수요일은 학교 밖으로 나가 직업 탐색 및 인턴쉽 활동을 하고 있다. 이때 학생 희망에 따라 자동차 정비, 제과제빵, 바리스타, 봉제 디자인 등의 다양한 직업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4월은 직업 탐색, 5-10월은 외부 기관 위탁 교육, 11-12월은 개인 작업장 인턴쉽 활동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및 교육기관과 연대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직업 인턴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고2 과정에만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효과를 살펴보면 3-4명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출결 상황이 1학년에 비해 좋아졌고,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많이 향상되었다. 영어 읽기 등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좋아졌고, 다양한 직업 체험 활동을 통해 미래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기 책임감이 많이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운영상의 한계도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학습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 입학이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수업 내용의 난이도가 올라가면 학습 참여 의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수학 수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대안교실 운영은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대폭 향상시키거나 온전히 학습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뀌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안교실 운영을 통해 하위권 학생들이 학습 자체를 포기하는 일을 막아내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더 고민해야 할 것들

대안교실의 긍정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고교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없이 대안교실 운영으로만 하위권 학생들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위권 학생들로만 구성되는 교실이 과연 교육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 이질적인 학생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는 교실이 가장 이상적인 교육의 방향이라면 대안교실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안교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지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나 배려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일부 학생들도 있는데, 교사들이 그것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점제 학교 운영 등 학교 교육과정을 좀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단위학교보다는 지역사회나 각종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그리고 가정 환경, 학력주의라는 사회 구조적 요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 교사나 단위학교에서 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성급한 일반화는 또 다른 오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위권 학생들도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사회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균열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