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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선생님의 수업은 행복합니까?

by 김현섭 2014. 4. 11.

선생님의 수업은 행복합니까?

 

최근 인천에 있는 Y초등학교에서 수업 참관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었는데, 수업을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제가 힐링을 받았습니다. 그 수업은 교육과정 재구성이 잘 이루어지고 수업 모형이 정교하고 구조화된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보는 순간 수업 관찰자로서의 냉철한 이성은 어디론가 마비되었습니다. 대신 수업 속의 행복 에너지를 제가 충전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수업 참관자가 아니라 나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서 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업 참관이 마친 뒤에야 비로소 제 이성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방과후 따뜻한 봄날 학교 근처 공원으로 봄을 관찰하러 가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수업 참관 이후 그 수업의 행복 비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교실은 자유와 질서가 공존된 교실이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아도 선생님은 잔소리를 하지 않았고 대신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다함께 노래를 부를 때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율동하면서 큰 소리로 불렀지만 피곤한 일부 아이들은 엎드려서 다른 친구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노래가 마치자 모든 학생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였습니다. 그 수업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살아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언어는 생동감이 넘쳤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엄마처럼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교사 뿐 아니라 학생들도 기쁨을 누리는 수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업 행복의 근원은 그 선생님에게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내면은 매우 건강했고 아이들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가르치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내면이 건강해야 수업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었습니다.

 

행복한 수업을 하려면 교사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학생들도 수업 속에서 행복을 누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하고 나면 기운이 펄펄나는 선생님이 있다면 반대로 수업을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이 마치고 나면 에너지를 얻기 보다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교사가 다루는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수업을 온전히 즐길 수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상처를 받으면 수업시간에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힘듭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살아있지 못하면 건조한 수업으로 전락합니다. 교사의 내면이 건강하지 못하면 수업 시간에 일어나는 좋은 것도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어떤 학생이 교사에게 싸가지 없는 말을 해도 교사의 내면이 건강하면 그 학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고민하고 긍휼한 마음으로 학생을 품지만 교사의 내면이 건강하지 않으면 교사가 상처받은 만큼 그 학생에게 그 이상으로 돌려주고 싶어합니다. 수업 진도에 늘 쫓기고 시험을 염두해 두고 수업을 하면 수업 속에서 에너지를 얻기 힘듭니다.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 중의 하나로 전락하면 더 이상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행복한 수업의 기본 전제는 교사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만 행복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가짜 행복입니다. 교사만 행복한 수업은 진짜 행복 수업이 아닙니다. 어떤 선생님은 자기 수업에 대하여 늘 만족하고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 수업을 지겨워하거나 수업에서 배움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업은 진정한 행복 수업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교사는 수업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지만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을 결코 행복한 수업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교사만 자족하는 수업은 자기 기만에 빠진 것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서 신나게 수업을 하였지만 정작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에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자기가 열심히 수업 준비한 것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도 자기 수업에 대하여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열심히 수업 준비하는 것을 저에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선생님의 관심사는 오로지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것, 열심히 준비한 것을 풀어가는 것이었기에 정작 학생과의 만남은 소홀하였습니다. 수업을 보면서 내내 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선생님 눈빛에서는 학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투명 인간이 아닌데, 투명 인간처럼 여기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행복한 수업은 교사의 자족을 넘어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을 교사가 발견하면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S중학교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선생님은 평상시 수업을 하고 나면 힘이 넘칩니다. 학교 안에서 중요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기에 다른 교사들보다 일도 많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많이 느끼는 선생님입니다. 게다가 최근 가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마음 고생을 참 많이 하고 있는 선생님입니다. 많은 일들로 인하여 지쳐 있다가도 수업만 하고 나면 에너지가 넘칩니다. 개인적으로 그 선생님의 수업을 실제 가까이에서 참관할 기회가 많은데, 수업할 때 선생님의 모습이 학교 안에서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수업할 때 선생님의 눈빛은 살아있고 아이들과 지식을 통해 삶을 이야기할 때는 늘 생동감이 넘쳐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수업을 해도 더 이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사실 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일부 학생들이 선생님 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그 학생에게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선생님은 곰곰이 그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과감하게 수업을 뒤집었습니다. 수업의 주도권을 과감하게 학생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을 동요하기 시작하였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날 선생님이 불가피하게 결근하는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보충 수업이나 자습 시간으로 때울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날 수업을 학생들이 진행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자원하여 또래 교사로 자원하였습니다. 담당 교사없이 수업하는 그 시간 제가 그 수업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일부로 수업 중간에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4명의 학생들이 팀 티칭 형태로 수업을 했는데, 두 명의 학생이 설명하고 한 학생이 컴퓨터를 조작하고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어느 학생이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또래 교사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이때 설명을 듣고 있던 학생 중의 한명이 그 답변에 대하여 대신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그 선생님은 예전처럼 다시 수업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신나게 교실로 향하는 선생님의 발걸음을 보면서 저도 그 행복 에너지에 감염된 것을 느낍니다.

 

선생님의 수업은 행복합니까?

수업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되나요? 아니면 파김치가 되나요?

내 수업이 행복하다면 그 행복을 다른 선생님과 나누어주십시오. 다른 선생님도 행복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수업이 불행하다면 그 고민을 다른 선생님과 나누어 주십시오. 내 고민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한 수업을 위한 발걸음,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