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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속에 살아있는 질문이 있는가?

by 김현섭 2014. 9. 24.

 

수업 디자인의 출발점은 핵심 질문을 뽑는 것입니다. 수업은 목표없이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할 때 학습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업 도입 단계에서 학습 목표를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유도하고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윤리 시간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정신 부분을 수업 시간에 다룬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습 목표는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하고 올바른 경제 윤리의 자세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 목표는 학생들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게 다가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생들 중에서 베버라는 학자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고 경제 활동에 종사하면서 경제 윤리에 대하여 고민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질문으로 바꾸면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 목표를 의문형으로 단순히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바꾼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흥미롭게 생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근대 초기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중국 황하문명이나 아랍 문명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덜 발달한 서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시작하고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지 경제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지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바꾸면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해류의 특징을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학습 내용 자체는 평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핵심 질문을 한국에서 미국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바닷길은 무엇인가?’로 정하여 수업을 풀어갔습니다. 정답은 해류를 따라가는 길이 가장 빠른 바닷길이므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바닷길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바닷길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태평양 해류의 흐름을 알아야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만 가지고 1시간의 수업을 이끌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수업은 질문과 질문으로 연결되어야 생동감이 넘칩니다. 물론 질문이 너무 많아도 산만해져서 학습하기 힘듭니다. 적절한 질문을 찾아 질문과 질문을 연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출발 질문과 도착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조선 시대 후기 신분제 사회의 변동과 공명첩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학습 내용은 조선 시대 후기 조선 정부가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팔 수 있는 제도인 공명첩을 도입함으로서 봉건 신분제 사회 질서가 흔들리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 단원에서 출발 질문과 도착 질문을 뽑아낸다면 다음과 같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출발 질문으로 엄격한 신분 질서를 강조하는 유교 봉건 신분제 사회인 조선 시대에 신분제를 흔드는 공명첩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을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착 질문은 만약 서울시장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수업 디자인의 출발점이 핵심 질문인데, 좋은 수업을 준비하려면 교사에게 좋은 질문을 뽑아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을 뽑으려면 먼저 학습 목표와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을 아무 생각없이 전달하는데 급급해 하지 말고 교사가 먼저 교과서에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교사가 교과서에 말을 걸어야만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하려면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질문을 평가없이 쏟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료 선생님들끼리 함께 수업디자인을 한다면 더욱 좋은 질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핵심 질문이 나오면 그에 따라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그에 맞는 교수학습모형이 찾거나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