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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속에서 교사가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by 김현섭 2014. 3. 3.

교사가 자기 수업을 성찰하게 되면 자기가 직면하고 싶지 않는 근본 원인과 마주쳐야 한다. 내면의 상처와 두려움을 만나게 되면 사람은 기본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직면하기라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면의 한계를 직면하고 돌파하지 않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교사가 내면의 힘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거나 회복해야 한다. 요즘 교사들은 소명 의식이나 사명감이라는 단어 자체를 낯설어 한다. 교직은 다른 직업에 비해 현실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나를 교사로 불러주셨다는 것을 깨달을 때 힘든 상황이나 위기 앞에서 이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수업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유는 주변의 교사나 학교 관리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1차적인 이유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함도 아니다. 사람에게 인정받기 보다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교사의 응답에서 힘이 생긴다. 소명을 잃어버리는 순간 직업인으로서 교사는 앙꼬없는 찐빵 신세가 된다.

그리고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수업에 대한 질문을 통해 교사의 개인적인 신념과 교육 철학을 점검해야 한다. 모든 교사들은 자기만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살아가거나 살아가는 방식대로 생각한다. 질문이 없으면 기존 학교 문화 속에서 동화되어 살아간다. 교사는 살아가는 방식대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대로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문화, 수업 문화, 나의 개인적인 신념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이 있어야 내면적인 힘이 생긴다. 기존 수업 문화에 대하여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익숙한 수업 문화에 대하여 질문을 통해 낯설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사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모든 면에 있어서 끊임없는 성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수업은 잘하는 수업이 아니라 질문과 고민이 있는 수업이다. 수업 속에서 질문과 고민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상처없이 살수 없다. 교사는 오히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학교 관리자나 동료 교사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상처를 받는다. 교사가 상처를 받았고 상처를 안고 살 수 밖에 없다는 깨달아야 한다. 많은 교사들이 자기가 상처를 받았는데도 상처를 받았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처는 알아도 상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상처를 안받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상처받은 치유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교사는 공동체적인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에서는 교사가 먼저 긍정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관계를 제대로 배우려면 필히 교사가 공동체에 속해야 한다. 어떤 교사가 말한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싱글인 30대 후반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방학 한달 동안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자기 방에서 말하지 않고 생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미덕은 개인주의이지만 사실 개인주의는 성경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죄악이다. 우리는 이기주의를 부정적으로 이해하지만 개인주의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최대의 적이다. 내 할일을 다했다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죄가 아닌가? 개인주의는 교만에 이르게 하는 출발점이다. 독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교만이나 독단에 치우치게 되면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상처와 갈등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교만과 독단에 대하여 마주치게 된다. 교만에 빠지지 않으려면 교만에 빠졌을 때 견제하고 책망할 수 있는 멘토나 친구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공감과 격려를 받게 되면 교사는 내면의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수업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교사가 수업 공동체 안에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교사가 먼저 좋은 것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나쁜 것을 경험하게 되면 좌절하거나 냉소주의 내지 분노 상태에 빠지기 쉽다. 학습된 무기력은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교사가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서 탈출하려면 좋은 것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지 말고 교사가 먼저 독서를 통해 성장과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매우 필요하다. 교사가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악순환 구조를 끊어내고 선순환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가 질문을 가지고 실천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속의 좋은 것을 경험하기 힘들다면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통해 경험해야 한다. 좋은 수업을 많이 보아야 내 수업의 좋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을 보고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실패와 고난을 통해서 내면의 힘이 생긴다. 실패와 고난은 자기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의지를 꺾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실패와 고난의 이유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서 물어보고 도전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내적인 힘이 생긴다. 회피는 성장을 멈추게 하고 도전은 성장을 촉진한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 속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지만 실패를 했을 때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실패없이 성공이 생길 수 없다. 기존 수업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면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도입해 보면 성공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교사 자신이 프로젝트 수업의 경험이 없거나 지도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실패를 경험하면 다음번에 프로젝트 수업을 시도할 때 실패의 경험을 통해 극복 요령이 생긴다. 십자가를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다. 실패하면 실패한 이유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다. 내면의 힘은 궁극적으로 결과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교사가 수업 속에서 내면의 힘을 기른다는 것은 자기 틀에 자기를 가두어 두거나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 수업 스타일은 이러하니까 다른 수업 스타일을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면 이것은 잘못된 오해에 빠진 것이다. 내 수업 스타일의 장단점을 이해한다면 나와 다른 교사의 수업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는 자신의 장전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수업은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수업 스타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 성숙의 방향은 자신의 수업 스타일에서 정반대의 수업 스타일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기 한계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힘은 강함에서 나오지 않고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수업의 힘은 박학다식한 지식과 정교한 수업 모형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은 자칫 수업에 대한 자만심으로 흐를 수 있게 할 뿐이다. 작년에 성공한 수업이 올해는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수업은 사람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늘 겸손해야 한다. 교사, 학생, 지식이 하나로 소통하는 공동체적인 앎이 교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