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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속의 내 한계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by 김현섭 2015. 3. 27.

나는 내성적이라서 활동적인 수업은 나에게 많지 않아

내가 이 나이에 학생들 앞에서 재롱을 피워야 해? 아이들이 나에게 맞추어 가야지!”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수업했기 때문에 중학교 수업은 나랑 맞지 않아

저 선생님은 젊고 컴퓨터를 잘 활용하니까 매체활용수업을 잘하는 것이지 난 그런 수업하기에는 힘들어

나는 네모형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수업을 하라는 것은 고통이야. 성실하고 꼼꼼하게 잘 지도하면 되지.”

 

교사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수업의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의 내 수업인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껴져도 지금까지 교직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업 습관이나 방식을 갑자기 바꾸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업 혁신에 대한 외부적인 압박이 들어오면 정서적인 반발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수업을 좀 지루해요.”

선생님, 숙제가 너무 많아요. 이거 안하면 안되요?”

 

가끔 학생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면 겉으로는

 

넌 수업시간에 제대로 참여도 안하면 그런 이야기하니?”

네가 얼마나 숙제를 열심히 했다고 그런 말을 해. 어제 내준 숙제는 했어?”

 

라고 오히려 쏘아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교사의 내면에서는 학생들이 던진 말들에 상철르 받습니다. 교사가 내면에 상처를 입으면 극단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내가 노력한다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인정받기는 힘들 것같고, 어차피 욕 먹을 바에야 더 세게 나가야지라고 강하게 나가기도 합니다.

 

MBTI나 다중지능이론, 도형 심리학 등 심리 유형이론을 어설프게 배우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교사가 자기 유형을 규정하고 그 유형을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그 유형을 유지하는 논리로 잘못 사용합니다.

ISTJ 유형이니까 독창적인 것을 나에게 강요하지마. 나에게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해줘.”

난 세모형이니까 학생들과 관계 맺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해.”

하지만 심리 유형이론을 제대로 공부해보면 교사가 성숙해짐에 따라 다른 유형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애니어그램에서는 성숙의 방향이라는 것으로 이를 더욱 강조합니다.

 

최근 경기도 K중학교에 방문하여 수업 참관을 하였습니다. 운율과 라임에 대한 주제로 진행된 음악 수업이었습니다. 음악 선생님은 교직 20년차인 40대 선생님으로 학교에서 부장을 맡아 분주하게 살아가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고민은 중학생들이 음악 수업을 어떻게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선생님은 음악 시간이 학생들에게 기다려지는 수업 시간이 되길 바랬습니다. 음악 시간이 쉼표의 역할이 되길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교육과정 재구성을 과감하게 시도하여 일단 기존 교과서를 내려 놓고 원점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사로부터 음악을 풀어가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관심있는 대중 음악을 소재로 운율과 라임을 풀어갔습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 흥겨운 나는 문제없어!’라는 가요를 스테레오 오디오를 이용하여 들으면서 모두가 따라 불었습니다. 교사가 신나게 노래부르자 선생님의 밝은 에너지가 학생들에게 전염되어 학생들도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운율과 라임에 대한 개념을 간단히 설명하고 인기 걸그룹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대중 가요 속에 녹여있는 운율과 라임을 분석하여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K-POP 스타에서 출연자의 랩 노래과 개콘 힙합의 신코너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선생님이 학교 철학에 대하여 설명하고 학교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관련 단어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단어를 활용하여 모둠별로 랩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랩 만들기를 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그 단어들을 활용하여 자작 랩 가사를 만들어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활용하여 직접 불렀습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열광적이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박수를 쳤고, 환호성과 함께 일부 학생들은 기립 박수로 선생님 노래에 반응하였습니다. 이후 모둠 랩 만들기 활동은 잘 진행되었고 모둠별로 만든 자작 랩 가사를 칠판 나누기 방식으로 발표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업 나눔을 하면서 선생님 수업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선생님의 전공이 작곡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음악 선생님들은 다 노래를 잘하고 피아노를 잘 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음악과 안에서도 자기 전공이 있기 때문에 자기 전공이 아닌 부분을 수업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성악을 전공한 선생님이면 음악 시간에 주로 합창을 많이 시도하고 작곡이면 다양한 악기를 활용하는 것을 많이 시도합니다. 자기 전공이 수업에 영향을 많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전공이 작곡인데,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작곡을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노래에 자신이 없어도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40대 연령 특성상 랩은 잘 맞는 장르가 아닙니다. 실제 선생님의 랩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었습니다. 제가 수업을 참관하면서 놀랍게 생각한 것은 이 지점이었습니다. 자기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 이것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부장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하고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1순위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수업이 무너지면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교사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사 내면에서 다른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내가 어설프게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오히려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현재 수업도 큰 문제가 없는데, 그렇게까지 내가 해야 해?”

교사의 내면 속에서 두려움이 자리 잡으면 새로운 시도 자체를 포기합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사랑은 두려움을 이긴다고 말합니다. 학생에 대한 사랑이 수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할 때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과연 나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오늘도 다시 한번 자문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