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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유행에 따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by 김현섭 2015. 10. 5.

수업 혁신 담론에도 유행이 있다?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이 수업 혁신 운동의 흐름에도 유행이 있다. 열린 교육 운동으로부터 시작해서 살펴보면 ICT 교육, 교사 중심 교육과정 운동 및 검인정 교과서 운동, 신문활용교육(NIE), 스마트 교육, 협동학습, 배움의 공동체, 협력학습, 프로젝트 수업, 배움 중심 수업 등을 거쳐 현재는 하브루타 수업, 거꾸로 수업, 교육과정 재구성, 학급긍정훈육법 등이 많은 교사들에게 관심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수업 혁신 담론 유행 흐름에 대하여 두 가지 상반된 태도가 존재한다. 한 부류는 적극적으로 유행을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주도해나가려는 교사들과 또 한 부류는 새로운 담론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거부하는 교사들이 있다. 예컨대, 협동학습의 경우, 긍정 그룹은 기존 조별 학습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학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좋은 대안으로 여기지만 부정 그룹은 기존 조별 학습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비판하거나 행동주의 한계에 빠진 수업기술 정도로 여긴다. 거꾸로 수업의 경우, 긍정 그룹은 수업을 획기적으로 바라보는 혁신적 관점과 대안으로 여기지만 부정 그룹은 기존 예습 활동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마치 대단한 것처럼 부풀려있다고 비판하면서 컴퓨터 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교실에서 활용하기 힘든 대안이라고 말한다.

혁신 이론에 의하면 조직 안에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류가 생긴다. 혁신 주도 그룹, 적극적 수용 그룹, 소극적 지지 그룹, 반대 그룹 등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두 가지 상반된 태도 사이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수용하려는 그룹과 상황을 관망하면서 따르는 소극적 지지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교사들은 이러한 상반된 입장 사이의 어디 쯤에서 자기 입장을 세워놓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대세의 흐름에 눈치를 둔다. , 다수의 평범한 교사들은 적극적 수용 그룹이나 소극적 지지 그룹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수업 혁신 담론이 위로부터의 개혁 운동의 경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우리나라는 특유의 빨리 빨리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수업 혁신 담론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고 대세라고 인정되면 빠른 시일 안에 교실에 적용하여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그러다가 짧은 시간 안에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그리고 다른 수업 혁신 담론이 등장하고 대세가 그쪽이라고 판단되면 그 전까지 추종하던 수업 혁신 담론을 포기하고 새로운 수업 혁신 담론으로 갈아탄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수업 혁신 담론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냉소주의자들이 등장한다. 수업 혁신 담론 자체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기존 수업 방식이 좋다는 수구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수업 혁신 담론이 유행처럼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하는 척하다가 원래 수업 방식으로 회귀하는 태도를 가진다.

 

유행하는 수업 혁신 담론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유행하는 수업 혁신 담론의 배경에는 우리 교실 및 당시 정치 사회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 문민 정부의 수업 혁신 정책의 일환으로 열린 교육은 도입되었다. 군사 문화를 비판하고 민주적인 대안을 모색하던 김영삼 정부 입장에서 기존 경직된 일제학습의 틀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열린 교육은 매력적이었던 대안이었다. ICT 수업은 IMF를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로서 정보통신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에 있어서 필연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루어진 수준별 수업의 전면 도입은 당시 고교 평준화 정책이 결국 하향 평준화로 전락해 버렸다는 보수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론 성격이 있었다. 신문활용교육(NIE)은 스마트폰 등장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신문사들이 뉴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신문활용교육이 등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은 진보와 보수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심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교과교실제, 학생중심 교육과정, 블록 타임제, 자유학기제, 창의인성교육, 스마트 교육 등을 강조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혁신학교, 배움중심 수업, 창의(집단) 지성, 질문이 있는 교실 등을 강조하였다. 진보 진영의 수업 혁신 담론 맥락에서 구성주의, 협력학습, 배움의 공동체, 프로젝트 수업, 프레네 수업 등이 강조되었다. 보수 진영은 주로 하드웨어 개선이나 매체 활용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면 진보 진영에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수업 혁신 담론 유행의 출발점은 미국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열린 교육, 수준별 수업,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 구성주의, 거꾸로 수업, 학급긍정훈육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나 유럽의 발도로프 수업, 프레네 수업 등도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학자나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담론을 소개하는 경향이 크다. 외국에서 시작된 담론들은 그 나라의 문화적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도입이 되면 처음에는 관심을 끌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시간에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행에서 사라지게 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수업 혁신 담론은 정부나 학자 그룹보다는 교육감이나 현장 교사 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질문이 있는 교실정책은 세월호 사건 이후 새로운 교육 방향을 모색하는 진보 교육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문을 강조하는 하브루타 수업은 좋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도입되니 거꾸로 수업은 집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익히는 방식으로 순서를 바꾸자는 것인데, 순서를 바꾼 파격성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일부 수업에 열정이 있는 교사들이 적극 호응함으로써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운동은 혁신 학교 운동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혁신 학교 운동 이전에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강조되었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교사의 자율권이 거의 없었기에 교육과정 재구성 운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재량활동 증가 등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검인정 교과서 체제 등장으로 교과서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교육과정을 다소 경직된 형태로 운영하는 일반학교와 달리 혁신학교에서는 그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그 성과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교육과정 재구성이었기에 최근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융합 수업 등이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나 학급긍정훈육법은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한 정책 이후 기존 생활 지도 방식으로는 학생 생활 지도가 어렵게 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각되기 시작되었다. 회복적 생활 교육의 부각은 그만큼 학생 갈등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학급긍정훈육법도 그만큼 학생 생활 지도와 훈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에 더욱 더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는 유행하는 수업 혁신 담론에 대하여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각 수업 혁신 담론에는 탁견이 있다. 열린 교육은 기존 수업의 경직성에 대하여 비판하면서 다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ICT 교육과 스마트 교육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교실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예전의 검인정 교과서 운동과 현재의 교육과정 재구성 운동, 경기도교육청의 배움중심수업은 교사가 교육과정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신문활용교육(NIE)은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시사적인 문제를 교실에서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협동학습, 협력학습, 배움의 공동체, 프로젝트 수업 등은 교사의 가르침에서 학생의 배움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학생의 배움의 주체자로서 인식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겨별학습이나 경쟁학습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협동 내지 협력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하브루타 수업은 질문의 중요성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고, 거꾸로 수업은 배움과 익힘을 교실에서 구현해 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학급긍정훈육법은 관계성을 토대로 질서 세우기와 훈육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교사는 이러한 탁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기 수업 안에서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행에 따라 적극적으로 도입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유행 사조가 바뀌면 통째로 버리고 새로운 수업 혁신 담론만 추구한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가 된다. 이러한 태도는 일종의 사대주의자와 같다. 대세에 따라 움직이지만 자기 철학은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대로 수업 혁신 담론 안에 교사가 갇혀있어서는 안된다. 자칫 교조주의에 빠지거나 강조의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교육 철학과 성찰없이 수업 혁신 담론을 추구하다보면 혁심 담론 주창자들이 말하는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따르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자기가 신봉하는 수업 혁신 담론과 자기를 동일시 여기는 태도를 가지기 쉽다, 그래서 누군가 자기가 추구하는 수업 혁신 담론을 비판하면 자기가 비판받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감정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생긴다. 강조의 오류란 강조하는 것만을 진리로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 배움에 대하여 강조의 오류에 빠지게 되면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반대로 가르침은 별로 의미없다고 여기는 태도가 생긴다. 강조의 오류에 빠지면 흑백논리로 이어지기 쉬운데,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자기가 추구하는 것은 선으로 여기고 그 외의 것들은 악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므로 교사는 유행에 너무 민감하거나 반대로 거부하는 태도 모두가 문제가 있다. 교사의 교육철학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고 비판적인 태도를 지닐 수 있다. 자기의 교육철학 없이 흔들리거나 신봉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자세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업 혁신 담론에 대한 연구와 실천,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은 교사로서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이지 가장 빠른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