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혁신

수업의 본질에 대하여 고민하다

by 김현섭 2015. 8. 11.

수업은 교사의 가르침(교수) 활동과 학생의 배움(학습)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가르침과 배움은 깊은 상관 관계가 있다. 교사의 가르침은 있으나 학생의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가르침은 배움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교사가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사의 가르침은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는가이다. 가르침은 있으나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죽은 수업이다.

하지만 배움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의 결과로 일어난다. 배움은 외부의 자극이 내부에 들어와 가득차게 된 상태를 말한다. 배움은 수동적이라면 깨침은 능동적이다. 배움은 의도된 가르침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이 있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루어지는 배움이 존재한다. 의도한 배움과 그렇지 않은 배움은 구분되어야 한다. 수업을 바라볼 때에는 의도한 배움은 1차적으로 바라보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어난 배움은 2차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배움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배움 자체를 절대화시킨다. 배움 자체를 절대화하는 순간 가르침은 상대화되고 상수가 아니라 변수로 작용한다. 구성주의적 접근은 배움을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가르침을 약화시키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배움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배움에 대한 강조가 지나치면 가르침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르침과 배움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수업자의 주요 고민이다. 교사의 가르침은 지식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고 체험을 하도록 한다. 청각형 학생들은 설명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고 시각형 학생들은 시범 보이기나 판서나 매체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체험형 학생들은 체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사의 교수 유형, 학생의 학습 유형, 학습 주제의 특성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과정은 지식 중심, 학생 중심, 사회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교과 중심, 학문 중심 교육과정 등 지식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접근하면 학문적인 탁월성을 성취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삶과 괴리되거나 사회의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힘들 수 있다. 경험 중심, 생활 중심 교육과정 등 학생의 삶과 경험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접근하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만 학문적 체계성을 놓칠 수 있다. 재건주의 교육과정, 핵심 역량 중심 교육과정 등처럼 사회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면 실용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겠지만 학문적 체계성이나 학생의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교육과정 개편의 흐름은 이 삼각형의 범주 안에서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변해왔다. 한 방향을 강조하면 나머지 두 방향을 놓치기에 현실에서의 완벽한 교육과정을 구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수업은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느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경우, 잠자는 학생을 교사가 깨우고, 그것이 쉽지 않으면 타임 아웃을 통해 잠이 깰 때까지 교실 뒤편에 서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잠자는 경우가 많으면 수업 이후 개별 지도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법이 실제 수업에서 늘 효과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의 근본 원인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지난 밤 숙제나 게임을 하느라 제대로 자지 못해 잘 수 있고 어떤 학생은 기초 학습 부진으로 인하여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지루해서 잘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교사가 수업을 지루하게 진행하기에 학생이 잘 수도 있다. 각 원인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것이다. 절대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할 것이고, 기초 학습 부진이 근본 원인이라면 기초 학습 부진을 채울 수 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 교사가 수업을 지루하게 진행한다면 학생 참여식 수업으로 전환하여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수업을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각각의 원인은 쉽게 해결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이라면 게임 중독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쉽게 고쳐지기 힘들다. 기초 학습 부진은 장기간의 학습 부진의 누적으로 인한 경우가 많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 교사의 교수 습관은 교직 경력 기간 만큼의 수업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기에 단기간의 연수와 노력으로 쉽게 고쳐지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수업 문제를 고민해 보면 쉽게 생각하여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기존 수업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롭게 수업을 바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의 교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침은 있으나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만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업 혁신 담론들은 각기 강조점이 다르고 각 담론들은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서 교사는 혼란을 경험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업의 본질을 고민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권에 따라 수업 문제의 원인도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수업 혁신 담론을 교조적으로 따른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 수업 혁신 담론은 우리 수업 문화를 바꾸어 가는데 분명 참고가 될 수 있으나 모범 답안이 되기 힘들다. 사대주의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자세를 버리고 우리 수업 문제를 우리의 고민을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