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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일반고 살리기?

by 김현섭 2014. 7. 2.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학교 정책과 관련한 핫 이슈는 혁신학교와 자사고 문제였다. 소위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혁신학교를 늘이고 자사고를 축소 내지 폐지하겠다는 주장이었고 소위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그 반대 입장을 취하였다. 결과는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승리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사전 여론조사에서 보수 후보들이 유리하다고 나왔으나 결과적으로는 진보 후보가 최종 선택을 받았다. 혁신학교들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진보 후보 지지 운동이 일어났고 다수의 시민들이 이에 호응한 것이다. 부산의 경우, 정치적으로는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것도 교육계에서의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교육감을 중심으로 일반학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앞으로 어떠한 지원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좋은교사운동 시위 사진]

 

일반고(인문고) 문제의 근본 원인

일반고의 문제는 최근에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결과적으로 하향 평준화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어나자 이에 대한 참여 정부의 대안은 수준별 수업이었다. 고교 평준화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나온 정책적인 대안이었다. 그러나 수준별 수업의 한계로 인하여 하향 평준화라는 비판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평준화에서 다양화로라는 구호 아래 자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교육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 자립형 사립학교(자사고) 정책이었다. 그런데 자사고 정책은 결과적으로 학교서열화 현상을 부축였다.

현재 고교 상황은 성적을 기준으로 볼 때 특목고-자사고-특성화고-전문계고-인문고라는 위계 단계가 형성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아랫 단계에 해당되는 학교가 일반고(인문고)이다. 성적 우수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고(인문고)는 슬럼화되었다. 일반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고교 현황 자료]

 

현재 서울의 경우, 중학교 내신 성적 기준 98% 학생도 일반고(인문고)에 진학할 수 있다. 현재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의 입학 성적을 분석해 보면 중학교 내신 성적 기준 60%-80%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50% 이내에 드는 중상위권 학생은 전체 학생 비율의 30% 내외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교 선택제 실시 이후 학교별 입학 성적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되었다. 일반 고교인 서울 S고등학교의 경우, 자체 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60점 이하의 학생이 전체 학생의 77%를 넘었다.

하위권 학생도 그에 맞는 학교를 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문계고(직업계 고교)에도 진학하기 힘든 학생들을 억지로 일반고에 수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위권 학부모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일반고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고(인문고)의 원래 목적은 대학 진학이다. 그래서 일반고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 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하위권 학생이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 교사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약 30%에 해당하는 중상위권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지역사회나 언론에서도 학교 평가 기준을 대입 및 진학 결과로 평가하다 보니 교사들은 대학 진학이 가능한 소수의 중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70%에 해당하는 다수의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업을 잘 따라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중하위권 학생들을 수준별 수업을 한다고 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들도 중하위권 학생들을 포기한다. 중하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교 진학 이후 열심히 공부하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 평가 체제에서 중상위권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성적 향상을 확인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학년이 되면 자기 성적으로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면 결국 자포자기하면서 잠을 자거나 학업 이외의 다른 과외 활동에 전념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고 점프업?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게 되자 정부 차원에서도 일반고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반고 점프업 사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반과제

진로별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 운영 강화

직업 교육 및 문화예술교육 기회 확대

수준별 맞춤형 학습 지원 확대

학교생활부적응학생 지원 체제 강화

교원 인사 제도 개선 및 사기 진작

학급당 학생수 감축

역점 과제

일반고 진로 진학 역량 강화

교육과정 거점학교 확대 운영

일반고 집중 지원 학교 선정, 지원

고교 2,3학년 연계 교육과정 운영 지원

 

사업 내용은 거창하지만 학교에서 실감할 수 있는 내용은 예산 지원 정도이다. 다른 내용들은 일부 거점 학교에서만 운영되는 것이거나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당장 실현하기 힘든 것들이다. 서울의 경우, 142개교에 71억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중복 학교를 제외하면 단위학교에서 약 4-5천만원 내외로 예산 지원이 나온 상태이다. 그런데 예산 추가 지원만으로는 일반고 문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서울교육 2013, 일반고 점프업 이미지]

 

그렇다면?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고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이에 따라 학교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학교의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현재의 학교 지원 정책이 학교서열화 현상만 부추기게 된 것에 대하여 인정해야 한다. 학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목고의 정상화, 자사고 축소 내지 폐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반고(인문고)의 성격을 원래 취지대로 대학 진학만으로 국한할 것인가 아니면 취업 등으로 영역을 넓힐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일반고 성격 규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이러한 일반고 성격 규정에 따라 두 가지 방안이 가능하다. 대학 진학만으로 국한시킨다면 현재 일반고의 수를 줄이고 특성화고나 전문계고를 늘려야 한다. 중상위권 학생들만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특성화고나 전문계고에 진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현재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인하여 추진되기 힘들 것이다.

일반고 성격을 취업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다면 일반고를 종합고등학교화해야 한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진로에 따라 예체능교육을 받게 하거나 취업을 목표로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는 전자보다는 후자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후자 방안 입장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단 일반고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단 상위권, 중상위권, 중하위권, 하위권으로 학생들을 구분해 본다면 상위권, 중상위권 학생들은 대학 진학에 맞추어 접근해야 하고 중하위권, 하위권은 취업까지 염두해야 한다.

일반학교가 모든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진로진학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점제 학교 방안이다. 학점제 학교란 대학처럼 전공 선택, 전공 필수, 교양 필수, 교양 내지 자유 선택 등으로 계열화하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교과목을 설치하고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자기 진로와 관심사 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점제 학교의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현재 이우중고등학교에서 학점제 형태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위권 학생들의 직업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대안교실 운영도 필요하다. 현재 서울에서 14개 학교가 시범적으로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이우중고등학교의 학점제 운영 사례와 삼각산고등학교의 대안교실 운영 사례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우학교와 삼각산고 이야기는 추후에 별도로 실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