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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에서 관계와 질서는 공존할 수 있을까?

by 김현섭 2015. 2. 28.

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교실에서 질서를 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인가요? 질서 세우기를 추구하면 자유와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요? 자유와 관계를 추구하면 질서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요?



자유와 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그런데 자유와 질서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자유나 관계를 강조하면 수업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지만 자칫 질서가 무너져서 배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질서를 강조하면 딴 짓하는 학생들은 줄어들지만 자칫 수업 분위기가 경직되거나 학생들이 배우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습니다.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계선이 무너지면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이 너무 높으면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학생들이 안전감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반대로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이 너무 낮으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무질서해지고 딴 짓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배움이 온전히 일어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워야할 것인가요?

다음 도표를 통해서 점검해보면 교사가 현재 관계 세우기와 질서 세우기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체크해서 그 결과가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좀 더 고민해야 합니다.

관계 세우기

질서 세우기

-학생 이름 외우기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기

-가벼운 스킨쉽을 하기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기(아이 컨텍)

-우리반만의 학급 행사(학급 세우기 활동 등)

-모둠 세우기 활동

-학급 레크레이션 활동

-학생들에게 고운말 쓰기

-개인별 상담하기

-수업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기

-출석 체크시 자기 감정 상태 말하기

-사회적 기술 표현(칭찬하기 등)을 자주 사용하기

-일기 검사시 교사가 적절한 피드백하기

-학생들과 학급 규칙, 수업 규칙 만들기

-규칙 내용을 교실에 게시하기

-학급 규칙, 수업 규칙을 일관성있게 운영하기

-합리적인 보상과 통제 방안 마련

-타임 아웃 등의 다양한 방법 모색

-문제 학생을 학급반장이나 질서 담당자로 세우기

-첫 수업시간에 수업규칙 제시하기

-반성문 쓰기, 시 외우기

-방과후 남아서 부족한 내용 채우기

-별도의 과제 부과

-학급 내 개인별 역할 분명하게 정하기

-경청하기 훈련

 

대개 저경력 교사들은 관계 세우기를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질서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고경력 교사들은 질서 세우기는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관계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직 경력이 쌓여도 수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질서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면 수업 자체는 잘 진행되는 것 같지만 관계 세우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사가 수업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수업이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의미있는 배움을 기대하기 힘들어집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교사가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관계 세우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수업 시간에 만나는 모든 학생들이 이름부터 외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관계 세우기의 핵심 기술은 칭찬과 격려, 경청입니다. 학생 이름 외우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관심사와 삶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학생들의 이야기에 경청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교사에게 동일한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가 그리 쉽게 정리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교수유형에 따라 경계선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형심리학 측면에서 바라볼 때 형이나 형 선생님은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목표 달성 및 과업 중심의 형 선생님이나 완벽주의와 질서를 추구하는 형 선생님은 교사의 의도대로 학생들이 잘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기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반대로 형 선생님이나 형 선생님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관계와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하는 형 선생님이나 창의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학생들과의 친밀성을 추구하고 학생들이 알아서 잘 따라주기를 기대합니다.

경계선이 너무 높으면 경계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경계선을 올려 주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지침을 명료하게 제시할 수는 없지만 경계선 수준과 상관없이 경계선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배움이 살아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경계선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는 범위에서 교사의 교수 유형에 따라 적절하게 경계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파커 파머는 이를 가르침의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역설이라고 말합니다. , 역설이 살아있어야 좋은 수업이라는 것입니다. 가르침의 공간은 다정하면서도 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서 세우기의 첫 걸음은 수업 규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수업 규칙을 정하는 방법은 교사 중심 방법과 학생과의 협약 방법이 있습니다. 교사 중심 방법은 교사가 수업 규칙을 정하여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그 규칙에 대하여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는 것입니다. 교사 중심 방법에 있어서 중요한 전제는 학생들에게 동의를 얻는 것입니다. 동의를 얻지 못하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처벌 중심으로 진행하면 학생들은 반항, 보복, 후퇴의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항이란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거부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으로 선생님은 나를 통제할 수 없어. 내가 왜 그 규칙에 따라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복이란 당한 만큼 되돌려 주는 태도로서 어떻게든 상관없어. 내가 당한 만큼 돌려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후퇴는 일종의 퇴행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자책처럼 그래 나는 원래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거나 속임수처럼 다음에는 걸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의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교사가 생각하기에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 규칙을 3개 이하로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업 규칙이 많으면 일단 학생들이 기억하기 힘들고 교사도 많은 규칙들을 관리하기 힘듭니다. 많은 수업 규칙을 운영하려면 자칫 학생들과의 관계만 깨질 수 있거나 제시만 하고 실제로는 수업 규칙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수업 규칙을 사용합니다.

1.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기 (대충 넘어가지 않기)

2. 거짓말하지 않기 (보고서 작성시 출처밝히기, 수행평가시 거짓으로 넘기기,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하기 등)

3. 정당한 이유없이 교사에게 대들기

학생들과의 협약 방법은 수업 규칙을 정할 때 교사와 학생들이 질문과 토의과정을 통해 함께 만들고 준수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막상 협약 방법으로 수업 규칙을 정한다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협약 방법으로 할 때에는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질문을 통해 수업 규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수업에 참여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추상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도록 하면 좋습니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이 생기는 경우

수행 평가 과제 등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숙제나 공부를 하는 경우

수업 전 교실 청소 상태가 좋지 않거나 종을 쳐도 자기 자리에 앉지 않는 경우

모둠 과제시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등

학생과의 질문과 토의 과정을 통해 협약 방법으로 만든 수업 규칙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바른 태도와 자세로 수업에 임하자. (칭찬하기)

2.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칭찬하기)

3. 경쟁하지 말고 협동하자. (격려하기)

4. 자기 역할에 충실하자. (수행평가 감점 처리)

5. 떠들지 않고 집중하자. (떠든 경우 1차 주의, 2차 타임 아웃)

6. 잠이나 졸지 말자. (1차 깨우기, 2차 앉고 일어서기 20)

7. 친구들의 이야기에 경청하자. (1차 주의, 2차 친구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8. 정시 시작 정시 마침을 하자. (늦은 시간만큼 식사를 늦게 하기)

9. 장난을 치지 말자. (1차 주의, 2차 장난친 친구와 함께 앉고 일어서기 20)

10. 꼬박 꼬박 책을 읽자.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다음날 선생님에게 별도로 검사받기)

11. 발제를 미루지 말자. (1차 다음날 선생님에게 검사받기, 2차 교장 샘과 면담하기)

12. 숙제를 열심히 하자. (숙제를 못하면 수행평가 감점하기)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다 (2014.3.4.)

교사 중심 방법에 비해 학생과의 협약 방법은 구체적인 규칙들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많은 규칙들을 다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서화하고 이를 복사하여 교실에 붙여서 활용하면 좋습니다.

수업 규칙의 운영 원칙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일관성있게 관철하기입니다. 부드럽다는 것은 관계성을 바탕으로 규칙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계없이 질서만 강조하는 것은 관계만 깨져서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단호하다는 것은 규칙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수업 규칙을 정한 이유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규칙을 운영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학생들과 협약의 과정을 통해 규칙을 수정 보완하면 됩니다. 일관성이 상실되면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고, 질서도 함께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 가지 운영 원칙을 꼭 기억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합니다. 수업 규칙을 어겼을 때 말로 잔소리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접근입니다. 행동이란 수업 규칙에서 제시한 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너무 소란하게 행동하면 학생들이 조용할 때까지 침묵하거나 교실을 소등 내지 점등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타임 아웃, 반응 대가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