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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재미와 흥미의 차이

by 김현섭 2014. 9. 29.

내 수업은 재미있는가? 흥미있는가?

재미와 흥미는 얼핏 보면 그다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혼용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재미와 흥미는 개념이 비슷하긴 해도 분명 다릅니다.
재미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좋은 보람이나 성과’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그 소설 책 내용이 재미있어’라고 말한다면 전자의 정의와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소설 책을 읽어보니 즐거운 기분과 느낌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젯밤 낚시를 했는데, 물고기가 많이 잡혀서 큰 재미를 보았어’라고 말한다면 후자의 정의와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힘들어도 큰 보람과 성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흥미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특별히 주의하려는 감정, 경향, 감정’입니다. 개인이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흥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 요즘 심리학에 흥미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심리학이라는 대상이 다른 것에 비해 관심이 많이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미와 흥미의 공통점은 좋은 기분과 느낌, 감정을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개념의 차이점은 대상에 대한 관심 여부입니다. 대상에 대한 관심과 지속성이 낮으면 재미일 수 있고 반대로 높으면 흥미일 수 있습니다.

재미와 흥미를 수업 속에서 이해하면 그 차이가 좀 더 명료해집니다. 수업에서 다루는 지식과 관련성과 지속성이 높은 것은 흥미이고 상대적으로 낮으면 재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선생님 수업이 재미없어요’라는 표현입니다. 내 수업이 학생들에게 지루하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많은 교사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 쉽습니다. 학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익숙한 용어는 흥미보다는 재미이기 때문에 재미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할 때 재미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교사들도 재미라는 단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많은 교사들이 재미있게 수업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때리거나 집중하지 못할 때 수업의 재미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컨대, 수업 내용과 상관없는 재미있는 이야기하기, 개인기 보여주기, 놀이, 교육 마술 등을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열심히 집중하거나 웃습니다. 학생들의 이러한 반응에 교사는 큰 자극을 받습니다. 그런데 다시 수업 이야기로 돌아가면 학생들의 집중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재미있는 방법에 비해 수업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방법들은 오히려 수업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배움에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재미있는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만 기억하고 배움 자체를 놓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교사들이 재미를 추구하다가 수업이 망가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교사가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재미있는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재미만을 추구하는 일이 지속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수업 속에서 배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려면 재미보다는 흥미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쾌락적 감각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즉 수업 속의 흥미란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에 대하여 학생들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과 상관없는 활동이나 방법으로는 흥미 유발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교사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흥미 유발은 수업 시간에 다루는 지식(대상)과 학생의 관심사가 연결될 때 생깁니다. 대개 수업 준비할 때 지식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지식과 학생의 관심사를 연결하는 것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사는 준비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쏟아내지만 학생들은 그 지식을 자기의 삶으로 충분히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관심사와 욕구가 무엇인지 교사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한용운의 ‘복종’이란 시를 감상하고 해석하기를 다룬다고 가정해 봅시다. 먼저 학생들이 평상시 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고리타분한 그 무엇으로 이해하는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등 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한용운이 말한 ‘당신’은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교사가 스스로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상의 답변도 교사가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과서에는 ‘당신’을 절대자, 잃어버린 조국, 연인으로 해석한다면 시를 감상할 때 당신이란 단어 대신 절대자나 조국 내지 사랑하는 이성 친구 이름을 넣어서 시를 읽고 감상을 해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당신’을 부모님이나 친구로 해석하면 동일한 시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를 배운다면 학생들은 시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자기 삶의 감정과 생각을 시로 표현하기를 좋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호기심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초등학생일때는 질문이 참 많은데, 중고등학생이 되면 질문 자체가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지식의 양이 많아지고 교사가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거나 무시하는 일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지식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지식을 우겨넣는 일이 생기게 되면 새로운 지식을 접해도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이 잘 던져야 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유연하게 피드백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막는 것은 배움을 막는 일입니다.
흥미는 학생이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일 때 갖게 생깁니다. 대개 수학 수업은 선생님이 기본 개념과 핵심 원리를 설명하고 예제 문제를 풀어주고 연습 문제를 학생들에게 풀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면 선생님이 문제를 풀고 그냥 다음 진도 내용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경우, 학생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문제를 푸는 것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문제를 푸는 것을 구경하는 것과 학생이 직접 문제를 푸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일제 학습, 설명식 수업의 문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설명 수업이나 시청각 수업 등은 자칫 학생들을 구경꾼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 디자인을 할 때 지식에 대하여 학생들의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학습 활동을 통하여 학생들을 배움으로 초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업 디자인을 할 때 학습 활동을 너무 많으면 오히려 배움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습 활동은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배움도 익힘의 과정을 거쳐야만 자기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활동이 곧 배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적절한 여백이 필요합니다. 여백의 미는 동양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도 필요한 미덕입니다.
학생 내부의 관심사와 외부의 자극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학생마다 관심사는 다릅니다. 그러기에 교사는 학생 내부의 관심사를 고민해야 하지만 그러한 내적 경향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외부의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수업 도입 단계에서 흥미 유발을 어떻게 하느냐가 나머지 수업 시간의 배움의 몰입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자극은 학습 주제와 관련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질문도 매우 좋은 접근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질문이 좋은 수업을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
파커 파머가 말한 진리의 공동체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를 말합니다. 유가적인 측면으로는 교학상장(敎學相長), 도가적인 측면으로는 물아일체(物我一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교사, 학생,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만 합니다.

 

 

내 수업은 재미있는 수업을 지향하는가? 흥미있는 수업을 지향하는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