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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진로+진학+학습코칭)+집단지성=고3지도

by 김현섭 2015. 1. 22.

(진로+진학+학습코칭)+집단지성=3 지도

 

인문계 고등학교의 정체성은 입시에 대한 관점과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를 유형별로 구분하자면 입시 올인형, 입시 선택과 포기형, 입시 거부형, 입시 대안형 등이 있을 수 있다. 입시 올인형은 일부 특목고나 자사고처럼 학교교육과정을 철저하게 입시 위주로 구성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편법이나 파행적인 수단을 다 동원하는 학교를 말한다. 입시 선택과 포기형은 일반 인문계 학교처럼 대학에 갈 수 있는 소수의 우수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은 포기하고 각자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방임하는 학교를 말한다. 입시 거부형은 일부 대안학교의 사례처럼 입시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학교 교육과정을 입시와 상관없이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입시 대안형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는 전인교육에 대한 당위성과 입시라는 현실적인 한계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입시에 대한 대안적 노력을 기울이는 학교이다. 여기에서는 입시 대안형 학교를 추구하고 있는 소명중고등학교의 고3 학생 지도 사례를 통하여 고3 학생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소명학교에서는 학기초 오리엔테이션(해오름) 프로그램을 23일 동안 진행하고 나서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고3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오리엔테이션(해오름) 프로그램을 가졌다. 장소 결정 및 섭외, 프로그램 구성 등 전 과정에서 고3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오름 기간 중 졸업 여행, 졸업 앨범, 체육 대회 참여 여부, 자율학습 참여 방식 등의 실제적인 고3 생활에 대한 계획을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고, 학교, 학급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다질 수 있었다.

 

진로+진학+학습코칭

담임 교사가 개별적으로 입시 지도를 하는 일반 학교 문화는 달리, 3 담임 선생님들끼리 한 팀을 이루어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연합 코칭을 실시하였다. 3 담인 교사 3명과 학습코칭 전문가 선생님 1명이 팀을 이루어 역할을 세부적으로 분담하였고 연합 코칭(수시모집전형 1, 정시모집전형 1회 등)을 실시하였다.

진로 코칭은 고1때부터 7MM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7MM란 일종의 진로학습동아리로서, 7가지 영역에서 빛과 소금된 제자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개별 학생의 관심사 등에 따라 동아리를 구성하여 꾸준히 3년 동안 활동하였다. 그 활동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하여 나중에 수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과정 안에 졸업 소논문 쓰기 과목이 개설되어, 3 1년 동안 자기 관심사와 진로에 맞추어 관련 분야에 대한 소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1학기에는 소논문 작성, 2학기에는 수시 및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활용하였다.

생활기록부를 기존 2가지 양식에 더해 학생들이 교육활동에 대한 성찰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졸업 소논문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생활기록부를 통해 학생발달상황을 한 눈에 잘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고, 생활기록부를 꼼꼼하고 자세하게 기록하도록 하였다.

입학 때부터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플래너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별 학습 코칭이 이루어졌다. 8월 여름방학에는 담금질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집중적으로 자율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데, 자기주도적 학습과 개인 선택형 보충수업, 그리고 휴식과 간식이 어울려지는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나태하기 쉬운 여름 방학 기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고 공동체의식을 다시 한 번 다질 수 있었다.

진로진학의 날을 통해 고3 학생 뿐 아니라 전교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대상을 개방하였고, 관심있는 모든 학부모들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의 진로진학을 통합한 프로그램 운영 현황 소개, 최근의 입시 제도의 동향과 방향, 그에 따른 학교의 노력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학교 밖 입시 전문가(대교협, 좋은교사운동)와 연계할 수 있었고 학부모들로부터 입시에 대한 신뢰를 얻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입시 지도

수시모집전형 지도는 담임 교사가 학생 특성과 수준에 맞추어 맞춤형 개별 지도한 것을 토대로 연합코칭(3교사 1학생)을 하였다. 상위권과 중상위권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중심으로, 중하위권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 중 진로를 중심으로 관련 대학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작 및 모의면접 중심으로, 하위권 학생들은 면접과 실기전형의 종합학교, 전문대학을 중심을 지도하였다. 그 위에 연합 코칭 활동을 통해 세부적인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였다. 정시모집전형 지도는 3개 학원 진학 배치표, 진학 정보 사이트, 온라인 무료 상담프로그램 등을 통해 1차 자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학생과 학부모와 협의하였다. 대학 학과를 정한 다음 개별 지도를 통해, 대학 입학처에 직접 전화하여 전년도 커트 라인 등의 정보를 얻어 개별 지도를 하였다.

 

수능 이후 지도

수능 이후 파행적 학사 운영을 막기 위해, 1학기 때부터 교육과정 위원회를 통해 수능 이후 고3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도시탐험 프로젝트 활동, 라브리공동체 체험학습, 졸업소논문 발표, 학교축제 참여, 학생기획 졸업여행, 1일 카페 및 바자회, 초등학교 공부방 도우미 봉사 활동, 모의면접 준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기획단계부터 학생주도형으로 운영하였다.

 

입시 문제도 집단 지성으로 해결하자

소명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당수의 고3 학생 대상 프로그램은 이미 다른 학교들에서도 실시하고 있거나 했던 내용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과 다른 부분은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 개인주의의 한계를 깨고 집단 지성을 통해 입시 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 노하우를 잘 공유하지 않는 교사의 개인주의 문화를 거부하고, 3 담임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 지성의 힘을 입시 지도에도 잘 활용하였다. 둘째,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은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명학교는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상시 교육활동이 내실있게 진행하고 그것을 잘 기록하고 정리한 것이 나중에 입시 지도에 큰 힘이 되었다. 셋째, 4년 간의 지속적인 진로교육과 진학입시지도를 통합해서 연속선상에서 진행하므로 수시와 정시전형에서 주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넷째, 기존 관행과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소명학교의 경우, 비인가 대안학교의 특성상 현행 입시 제도에서는 많은 한계와 제약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힘은 결국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3 담임 교사 짤막 인터뷰 (소명중고등학교 박경은 선생님)

Q. 3 담임 교사를 담당했을 때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은?

- 3 담임은 처음이라 심리적인 부담감이 매우 컸어요. 게다가 첫 졸업생, 첫 입시라는 부담감과 고3 지도 경험의 부족, 제가 맡은 반은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입시 지도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Q. 입시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입시 지도 전략은?

- 일단 학생들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멘토링시간과 졸업소논문시간에 1:1 상담 활동을 통해 개별 학생이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예컨대, Y학생은 학습 태도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평상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학기 초 영화 감상문을 5편을 쓰게 했어요. 감상문을 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과 감각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시켰으나 잘 따라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성적보다는 적성 위주로 입시 지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수시를 통해 P대학 영화학과에 합격하였고 H예술원에도 합격할 수 있었어요.

성적이 좋고,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학생들은 수시보다는 정시 위주로 지도했어요. 반대로 학습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학생들은 진로교육을 토대로 일찍부터 수시전형으로 방향을 정해 입시 지도를 했어요. S학생의 경우, 수능 성적은 8등급이었지만 2-3등급에 속한 서울 J대학, 인천 Y대학, 경기 Y대를 동시 합격했어요. 수시 전형에 맞추어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심층 면접 등에 대한 준비를 함께 했어요. 공부보다는 어류연구를 무척 좋아했기에 그에 맞추어 물고기에 대한 관찰일지 쓰기, 과학과 수업에서 수족관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 국어과 수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기와 모의 면접 활동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도록 했어요. 원서를 쓸 때는 저와 학생, 학부모님이 함께 밤새워 작성했어요. 그러기에 수시 면접할 때에도 입학사정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하여 당황하지 않고 학생이 잘 답변할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 같아요.

Q. 3 진로진학 코칭 방식은?

-담임 교사가 먼저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을 1:1 면접을 통해 사전에 학생 분석을 했어요. 여름방학 직전 고3 담임 교사들과 진로진학 상담 교사가 함께 연합코칭을 했어요. 담임 선생님들도 각자의 달란트에 따라 역할 분담을 했어요. 한 선생님은 학생 상담 기초 자료를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고, 한 선생님은 기존 입시 자료집을 분석하고 정리하였고, 한 선생님은 관련 기관에 직접 전화하야 정보를 확인하고, 한 선생님은 직접 질문하면서 상담 자료를 만들어갔어요. 4명이 함께 고민하면서 진로진학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여름방학 학습 계획까지 지도했어요. 이러한 노력이 심리적인 압박감에 있는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구체적인 학습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했어요.

Q. 3 담임 교사로서의 보람과 느낌은?

일단 학생들이 교사를 믿어주고 잘 따라준 것이 고마워요. 학생 개별 특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준 것이 가장 보람이 있어요. 남들이 안된다고 말할 때 결과적으로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찾고 두드리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기에 힘들었지만 고3 담임 교사로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