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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철학이 교육과정 만났을 때

by 김현섭 2014. 11. 3.

좋은교사운동 일부 선생님들이 몇 년전 효촌초에 들어가서 좋은 학교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고생과 보람을 얻었는데, 이를 인터뷰 형태로 정리해 보았다. 박선아, 박준혁, 정인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질문 : 효촌초등학교에서 처음 들어가서 좋은 학교 만들기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선아 샘 : 어느날 동두천 양주 협동모임을 할 때 효촌초 학부모님들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효촌초 학부모들이 수소문 끝에 이 모임을 소개받고 찾아왔습니다. 효촌초를 혁신 학교, 좋은 학교로 만들고 싶은데, 함께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눈물로 호소하셨는데, 이에 몇몇 선생님들의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정인영 샘 : 전 나중에 학교에 참여하긴 하였지만 작은 학교, 새로운 학교에 대한 꿈이 있어서 소개받고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 선생님과 학교 철학과 방향이 동일했기에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질문 : 하지만 학부모님들의 요청만으로는 학교에 가기 쉽지 않았을텐데...

박준혁 샘 : 대개 학교 내 남자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술, 승진 등을 주로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기독교사로 동료 교사들과 관계를 맺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조현초의 혁신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게 되면서 좋은 학교에 대한 소망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뛰었기 때문에 특별히 계산하지 않고 시작하였고, 3명이 기도하면서 마음이 자연스럽게 모아졌습니다.

 

질문 : 학교 교육 철학이 좋은교사운동에서 강조하는 관계의 회복인데, 어떻게 철학을 세워가고 공유했는가?

박선아 샘 : 학교에 막상 들어와 보니 학부모들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고 지역 토박이 학생들과 외지 출신 학생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학교 관리자와 평교사의 관계도 마찬가지구요. 좋은학교 만들기 위원회 주관 워크샵 때 남부초 안종복 교장 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의 회복으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3명의 선생님들이 쉽게 마음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교장 샘은 학교 철학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고, 평교사들은 주로 신규 교사들이 많아 철학에 대한 마인드가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직원회의를 통해서 문제의식과 철학을 공유하려고 노력했었고, 체육 대회를 준비하면서 핵심 가치를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내면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큰 학교에 비해서 쉽게 학교 철학을 세우고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질문 : 철학이 교육과정 속에서 어떻게 반영하게 되었는가?

박선아 샘 : 관계의 회복이라는 철학 속에서 6대 핵심 가치를 도출했습니다. 처음에는 역량을 고민했는데, 역량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치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가치를 6가지로 정리하면서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에 담았습니다. 6대 가치는 꿈(Dream), 의미있는 배움(Edu-learning), 사회적 기술(Social skill), 흥미(Interest), 봉사(Giving), 생태(Nature)입니다.

6대 가치

목표

세부 활동

(Dream)

나를 발견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꿈 회복 과정

다중지능검사와 애니어그램을 통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위 클래스, 가정과 연계한 상담 프로그램

의미있는 배움(Edu-learning)

학생의 학습이 살아나는 배움 중심 교육과정

기초 튼튼학습주제별 프로젝트 핛브 운영

인문고전 창의지성 체험 프로젝트

배움 중심의 협동학습 전개

학예회 대신 학습 발표회

사회적 기술(Social skill)

더불어 삶을 일깨우는 공동체 우선 교육과정

전학년 다모임 활성화

학교 세우기 OT 실시(school building)

사회적 기술 훈련

회복적 생활교육과 비폭력대화

흥미(Interest)

문화 예술적 감흥을 키우는 신명 나는 교육과정

학년군 단위 예체능 수업 운영

언어예술로 특성화된 방과후 운영

문화예술청 지원수업 운영(힐링뮤직 : 관현악, 고전음악 등)

봉사(Giving)

재능과 가진 것을 가치 있게 하는 나눔 지원 교육과정

NGO단체 연계 행복한 기부습관 만들기

학생 자치 자원봉사 활동

또래 튜터 활동 및 학업봉사 활동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아리 활동

생태(Nature)

자연과 더불어 살고 회복시키는 생태 학습 교육과정

텃밭 가꾸기

생태 체험장 운영 및 관리

주변환경 살리기 캠페인

 

 

 

 

질문 : 효촌초만의 독특함은 무엇인가?

박선아 샘 : 창의지성 인문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실시하였고, 나니아 연대기 등을 통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배움 찬찬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에 대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였습니다. 외부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진정성이 있게 접근하고자 노력하였고 효촌초만의 특수성에 맞추어 접근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신규 교사들이 할 수 없다는 학교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속도보다는 천천히 풀어가자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질문 : 교육철학과 교육과정, 의사결정 및 소통, 수업, 생활지도 및 학생 자치, 행정, 학교 행사 및 학교 문화, 거너번스 등의 각 분야별로 평가를 한다면?

박선아, 박준혁, 정인영 샘 : 교육철학을 잘 잡아서 교육과정에 반영했고 속도보다는 과정을 중시여기고 민주적인 거너넌스를 통해 이룩했기 때문에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합의 후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학교 교육 활동 평가회를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업 문화 혁신에는 공감했으나 작은 학교 안에 여러 개의 수업 동아리가 생기다 보니 고경력 교사와 저경력 교사 사이의 수업 고민 나눔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개별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수업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지도 및 학생 자치 문화는 예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학생 자치 문화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행정 문제는 행정 실무사들이 단순 행정 업무를 처리하게 됨으로써 교사들의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부장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교 행사는 형식적 행사는 거의 사라졌고 행사의 기본 취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합의 과정을 통해 학교 행사를 추진하다보니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학교 행사를 축제처럼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효촌초는 동문회가 발달되어 있다보니 동문회를 통해 지역 사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학급 다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고, 가정 방문 등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수시로 소통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질문 : 좋은 학교 만들기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는다?

박선아 샘 :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갈등시 상대방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박준혁 샘 : 혁신 주도 그룹과 나머지 그룹 사이의 정서적인 거리감과 기독교사 문화와 비기독교사와의 문화의 차이도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 주도 그룹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이해 관계를 포기하고 더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혁신 주도 그룹이 아닌 선생님들이 이를 따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갈등을 경험할 때 마다 성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천천히 추진하자고 생각하였습니다. 수평적인 대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그 말의 느낌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학교에서 진정 원하시는 바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소외된 학생에 대한 배려를 하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효촌초 선생님들이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효촌초 선생님들이 고난을 통해 연단되는 모습을 보면서 효촌초 다음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