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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평범(?)한 학교도 학교혁신을 할 수 있을까?

by 김현섭 2015. 3. 31.

큰 학교에서도 대단한 헌신과 결단(?)없이도 학교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신능중 김성수 선생님이 가졌던 질문이었다. 원래 다른 학교로 가기를 원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상 가지 못하고 신능중으로 발령받게 되었을 때, 김성수 선생님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었다. 사실 현재 언론에 부각되는 혁신학교의 좋은 사례들은 준비된 교사들이 작은 학교에 모여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혁신을 일구어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학교 문화에서 학교 규모도 큰 학교에서 학교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있다. 혁신학교 정책을 처음으로 추진하였던 경기도교육청도 최근 혁신학교 2.0’이란 이름으로 혁신학교의 성과가 일반 학교로 확대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능중학교의 학교 혁신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택과 집중, 어떻게 할까?

신능중학교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평범한 중학교이다. 2013학년도 혁신학교로 지정받았으나 당시 학교 분위기는 교내 폭력 문제로 인하여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교사들도 혁신학교 철학에 그리 투철한 편도 아니었다. 혁신학교 지정 이후 1학기 동안 연수도 개최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긴 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교사들끼리 모여 고민하면서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수업 혁신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막상 수업 혁신에 집중하려고 하니 막막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20136월부터 전교사가 모두 돌아가며 학년 중심으로 수업 공개를 하기로 하였다. 좋은교사운동의 수업코칭연구소를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당시 학습연구년 교사인 박준영, 김남경, 오유선 선생님 등 좋은교사운동 출신 수업코치 선생님들을 초빙하여 1학기 동안 수업 친구 만들기 문화를 조금씩 정착시켜 나갔다. 서로의 수업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많은 교사들의 호응을 얻게 되어 2013년 자체 평가회를 통하여 수업 친구 만들기 운동을 지속하기로 하였다.

2014년도부터는 학년 중심에서 벗어나 제비 뽑기를 통하여 무작위 형태로 수업 나눔을 풀어갔다. 공감을 넘어 도전과 직면의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신을진 교수님, 김효수 선생님, 최수일 선생님 등 외부 전문가 선생님이 수업 코치로 와서 수업 나눔을 이끌어주었다. 이러한 노력은 교사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하였고 수업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매년 자체 학교 생활 만족도 검사에서 만족도가 80% 정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수업 나눔]




기존 수업 강평회 문화를 수업 나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심도있는 수업 나눔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조영근 선생님을 중심으로 수업에 열정이 있는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수업디자인 모임이 수업 동아리 형태로 조직되었다. 한울중학교 수업동아리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업디자인 모임을 참고하여 시작되었다. 먼저 한울중학교 선생님들이 쓴 아이들이 몰입하는 수업 디자인책을 함께 읽고 토의하면서 집단 지성을 통한 수업 디자인 모임을 시작하였다.

 



 



 

자발적인 희망자를 중심으로 사전에 수업 지도안을 만들어 수업 디자인 모임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수업지도안 및 학습지를 수정 보완해 갔다. 1회 정도 정기적으로 약 10여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수업 공개를 하고 수업 나눔을 진행하니까 심도있는 수업 나눔이 가능해졌다. 수업 디자인 단계부터 교사들이 참여하니까 다른 수업자의 수업이라도 수업의 방향과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수업 참관을 할 수 있었기에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수업디자인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학교 혁신의 과정은 외부 전문가(성열관, 이형빈 교수)들에 의하여 연구 논문 형태로 정리되기도 하였다.

 

[초안 학습지] 


  



[피드백 이후 학습지 사진]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수업 디자인 모임 뿐 아니라 학교별로 운영되는 수업 나눔에도 이러한 수업 디자인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올해부터 과감하게 학년별로 융합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3-4월에는 관계’, 5-6월에는 생태’, 9-10월에는 진로를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수업디자인 모임에서는 한울중학교 선생님들처럼 그 성과들을 모아 단행본이나 자료집을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수업공동체의 발달 단계와 고민들

학교 내 수업 공동체는 대체로 3단계 발달 과정을 거친다. , 1단계 수업 고민을 공유하는 수업 수다 단계, 2단계 수업 고민에 대하여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수업 나눔 단계, 3단계 집단 지성을 통하여 사전 협의회를 통해 수업 디자인을 함께 하는 수업 디자인 단계가 있다. 신능중학교는 이러한 단계를 서두르지 않고 1년에 한 단계씩 차분하게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었던 것은 김성수 선생님 뿐 아니라 이다정, 류한나, 박서정, 조영근 선생님 등 함께 수업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선생님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학교 내부의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고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혁신이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혁신학교처럼 퇴근 시간 이후까지 밤늦게 학교에 남아서 일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과 시간 안에서 가급적 수업 고민들을 풀어가면서도 어느 정도 학교 혁신의 성과를 이루어간다는 점에서 일반학교의 혁신학교화를 추진하는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아직도 풀지 못한 고민들도 있다. “수업 혁신을 위해 혁신 주도자들이 좀 더 푸쉬(?)할 것인가, 아니면 기다리면서 천천히 진행할 것인가?”, “협력수업을 좀 더 추구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공립학교 특성상 초기 혁신 주도 교사들이 인근 학교로 전근을 갈 수 밖에 없고 교장 선생님도 바뀌게 될 경우, 어떻게 이러한 혁신 노력을 지속할 것인가?” 등이다.

하지만 신능중의 학교 혁신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고민들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혁신은 예전 혁신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학교 혁신은 교육 본질의 회복을 향해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