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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플래너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이유는?

by 김현섭 2015. 6. 24.

자기주도적 학습? 플래너?

요즘 고등학교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플래너를 만들어 학생들에 배부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 차원에서 플래너를 강조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플래너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려지거나 사물함 구석에서 깨끗한 상태로 처박히는 경우가 많다.

학교 차원에서 플래너가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학습 동기 유발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플래너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깊이있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 관리를 잘해야 성적을 올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학습 유형과 상관없이 플래너 양식대로 쓰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플래너는 네모()형 학생들에게 맞게 개발된 것이다. 네모형 학생에게는 기존 플래너가 큰 도움을 주지만 학생들의 다수인 동그라미()형 학생이나 별()형 학생 입장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셋째, 플래너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다. 플래너를 꾸준히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플래너가 잘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플래너의 가치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점검하지 않고 학생 자율로만 맡기다 보니 소수의 학생들만 활용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플래너에 대한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해서는 먼저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야 한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할 일을 정리하는 플래닝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스케쥴링은 다르다. 인생의 목표에 대하여 제대로 다루려면 진로와 진학, 성품 교육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안산 경안고 LSP(Life Scale Planning) 이야기

이러한 방향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학교가 안산 경안고이다. 첫 계기는 플래닝 운동을 펼치고 있는 TMD 교육그룹과 신앙과 플래닝을 결합한 RPS 프로그램을 개발한 라이즈업 무브먼트를 통해 소수의 경안고 선생님들이 플래닝의 가치를 깨닫고 학교 차원에서 플래닝을 시작한 것이었다. 플래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진로, 진학, 성품 교육을 접목하여 자체적으로 LSP(Life Scale Planning)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창의적 특색활동 수업과 토요학교를 통하여 수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LSP는 크게 학생 대상, 교사 대상,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 재량 과목으로서 창특 수업을 통해 일단 1,2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당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로 탐색, 자아 발견, 학습 습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는데, 1학년은 기본과정이라면 2학년은 심화과정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주당 1시간의 수업으로는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아 토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560명 학생 중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인 3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멘토 학생 숫자의 문제로 인하여 현재 144명의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다. 1학년 멘티 학생 144명을 섬기는 36명의 2학년 멘토 학생이 있다. 2학년 멘토 학생은 봉사활동 시간이 부여되고 그 활동 내역이 생기부에 기록된다. 그리고 2학년 멘토 학생을 돕는 졸업생인 대학생 멘토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고교 재학 시절 LSP 과정을 이수한 선배들이다. 이들에게는 봉사 활동 시간이 부여되고 강사비도 지급되고 교사가 이들을 돕는 구조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되어있다. 창특 수업과 토요 학교, 그리고 이러한 피라미드 구조 관리 방식이 결합되어 학교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많이 바꾸어 놓았다.

일시

멘토링 교육(10:50~12:30)

진로 교육(09:00~10:40)

3

6()

LSP토요학교 학생 설명회(8교시), 학부모 설명회(19:00)

9~13

멘티 선발 완료

14

LSP토요학교 입학식(09:00~13:00): 시청각실, 각반 교실

21

주간플래닝시스템

MLST 학습전략 사전검사

시간관리유형분석&셀공시간표

나를 알아가는과정

기본교육 1차시

28

시간일기, 일일피드백&셀공시간표

기본교육 2차시

4

4

개교기념일 휴일

11

시험플래닝

3주 플랜 수립법 교육

나를알아가는과정

기본교육 3차시

18

3주 플랜 멘토링

기본교육 4차시

25

3주 플랜 멘토링, 시험 피드백 방법 설명

기본교육 5차시

4/27~4/30: 1차 지필 평가

5

2

학교장 재량휴일

9

주간플래닝시스템

&수업성공/예복 습관

시험피드백 점검 & 플래너 배부(주간플래닝)

세상을알아가는과정

심화교육 1차시

16

주간플래닝, LAUA, 예복습 교육

심화교육 2차시

23

주간플래닝, LAUA, 예복습나눔

심화교육 3차시

30

주간플래닝, LAUA, 예복습나눔

심화교육 4차시

6

6

현충일휴무

13

시험플래닝 시스템

LAUA, 예복습나눔, 3주 플랜 수립 교육

세상을알아가는과정

심화교육 5차시

20

LAUA, 예복습나눔, 3주 플랜 멘토링

심화교육 6차시

27

LAUA, 예복습나눔, 3주 플랜 멘토링

심화교육 7차시

7

4

시험주 휴무

11

분기플래닝 시스템

3주 플랜 피드백

· 방학 플래닝 수립 교육

세상을 알아가는과정

심화교육 8차시

18

· 방학 플래닝 수립 점검

성과공유회

-의자게임을 통한 느낀점 공유(시청각실에서 편성, 강당에서 실시)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LSP를 통해 학습 동기 부여가 잘 이루어지고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의 경우, 실제로 성적도 많이 오르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만족도 점수가 지난 3년간 최고 점수인 4.7(평균 3.7)이 나왔다.

창특 수업을 듣기 전엔 제 공부방법이 잘 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들은 후 제 공부방법의 잘못된 점과 고쳐야 할 점, 실천해야 할 것 등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시험기간에만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공부했지만 어떻게 플래너를 세워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새로 배우게 되었다.”

전보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생각-행동-습관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구체적인 꿈의 설계가 생겼습니다. 적성에 맞는 꿈을 찾게 되고 미래 구상 활동으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좋은 성과가 나타나자 학교 차원에서도 LSP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TF팀이 생겼다. TF팀 뿐 아니라 교사 수업 동아리 멤버와 신우회 멤버들도 뭉쳐서 현재 LSP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부모 대상 LSP가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플래닝과 성품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소망은 대신고처럼 학교 차원에서 LSP를 접목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 아침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담임 교사를 중심으로 플래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수업시 예복습 질문을 미리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주말에 평가회를 통해 상시 피드백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신고의 경우, 1년에 4번 진로 축제(자아발견, 직업 세계 발견, 역할 모델 탐색, 포트폴리오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안고 LSP 활동 결과들은 자기 소개서와 학생생활기록부에 반영되어 실질적인 학생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대학 진학률 문제를 넘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성장을 통해서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회복하기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경안고의 노력은 고민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