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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 안에서 교사가 수업 성장하기

by 김현섭 2014. 4. 3.

자꾸 수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

새내기 교사에게 1순위 업무는 수업이다. 왜냐하면 수업 준비를 하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지도안을 작성하고 각종 학습지나 학습 도구를 준비하는 것 등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다음날 수업 준비를 위해 새벽 2-3시까지 열심히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직 경력이 4-5년 정도 되면 교육과정을 2-3번 이상 반복하여 가르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수업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는 주로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을 생활 지도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순위가 생활지도가 되고 수업은 점차 2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러다가 교직 10년 이상이 되면 기획이나 부장 등 학교 안에서 주요 행정 보직을 담당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1순위가 행정이 되고 2순위가 생활지도, 3순위가 수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교직 경력이 쌓일수록 수업 전문가보다는 행정 전문가로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경력이 많을수록 수업하기 힘들어하고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빼기부터

수업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살펴 보기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이외 업무 중 과감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단위학교에서의 수업 혁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기존 업무 중 중요하지 않는 업무를 과감하게 없애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업무 그대로 두고 수업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에 대하여 누군가 반대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으로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 교사의 수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

 

무엇보다 수업 중심으로 학교 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현재 공립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철학이 없고 학교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철학은 추상적이고 좋은 단어로 치장한 단어들이 아니다. 학교의 주체, 즉 학생, 학부모, 교사를 어떠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학교 자산과 에너지(인력과 예산)를 주로 어디에 투자하는가의 기준이다. 수업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수업자 입장에서 벗어나 학습자 입장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학생을 단순한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주체로서 인정하고 배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수업 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수업 중심으로 학교 철학을 세운다는 것은 인사 조직(교무 분장)을 수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업 관련 예산(수업 동아리, 수업 기자재, 관련 책, 학생용 워크북 등)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자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행정 중심으로 교무 분장 조직이 이루어져 있고 이에 따라 자리 배치가 이루어져 있다. 수업 관련 예산은 전체 학교 예산 중 비중이 적을 뿐 아니라 결재 과정에서도 쉽게 사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교사가 수업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많은 교사들이 새내기 교사 시절 만들어진 틀 안에서 별 고민 없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수업이란 잘하는 수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업이다. 교사가 늘 수업을 잘할 수 없고 때로는 수업을 못할 수 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업이란 현재 수업은 못하더라도 왜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지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수업인데, 이러한 수업은 앞으로 수업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수업 성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업 성찰 일지 쓰기 및 나눔 문화가 뿌리 내리고 학생 배움 일지 쓰기를 통해 학생들을 교사의 수업 거울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 동영상을 스스로 촬영하고 볼 수 있도록 수업 촬영 교실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수업 공동체 안에서 수업 성찰 일지 나눔 등을 통해 수업에 대한 고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교사 연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단 연수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업 관련 연수를 많이 실시한다고 해서 실제 교실 수업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최근 수업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수업 관련 연수가 많이 늘어났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 각종 연수가 열리는데, 주로 연수 시간 위주로 관리가 되다 보니 연수와 실제 수업이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연수와 수업코칭이 병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즉 연역적인 접근과 귀납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협동학습 연수가 진행되었다면 실제 협동학습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실제 수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수 프로그램도 대상별로 세부화해서 교과별, 교직 경력별, 문제 유형별, 관심별 등 소규모 맞춤형 연수 형태로 기획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다. 연수 방식도 강의식에서 참여식으로 진행하고 강의보다는 워크샵이나 세미나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기존 수업 강평회를 수업 나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수업 강평회는 주로 수업관찰자들이 수업자의 수업 장단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업 장학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수업자의 수업 고민에 대하여 수업 관찰자(수업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수업자가 자기 수업 성찰의 기회를 통해 수업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업은 교사 개인이 알아서 준비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교사들이 팀티칭으로 수업하거나 융합 수업이나 교육과정 재구성 과정을 통해 공동으로 협력하여 수업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덕양중학교의 경우, 공개 수업을 할 때 수업자 뿐 아니라 TF팀 형태로 관심자들을 모아 함께 고민하면서 수업 디자인을 하여 수업을 실행하고 이를 피드백한다. 소명중고등학교의 경우, 과목이 다른 교사들끼리 공동의 주제를 정해 함께 연구하면서 공동으로 수업 디자인을 하는 형태로 융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내 수업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수업 공동체는 구체적으로 수업 친구 만들기, 수업 동아리 활동, 혁신 학년제, 학년 협의회 및 교과 협의회 활성화 등으로 구현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각자의 수업 고민을 편안하게 나누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수업 친구를 만드는 것은 수업 공동체의 첫걸음이다. 수업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수업 동아리를 만들어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책 나눔이나 수업 나눔, 자료개발, 연수나 엠티 등을 통해 수업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혁신학년제를 통해 수업 혁신에 관심있는 교사들끼리 특정 학년을 전담하여 해당 학년을 중심으로 수업 나눔을 실시하고 수업 혁신을 학년 단위로 추진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 협의회에서 주로 행정이나 학교 행사 등을 주로 협의한다면 이제부터는 수업 자료 공유부터 시작하여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등학교의 경우, 교과협의회에서 수업 진도 확인이나 수행 평가 채점 기준 협의 등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수업 나눔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업 전문가를 학교 내 리더로 많이 세우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특히 수석 교사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평교사들이 인정하는 사람들이 수석교사로 많이 세워져야 하고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교사 교육, 수업 자료 개발 및 공유, 대외 협력 등 교사 중의 교사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좋은교사 회원 중 많은 교사들이 수석 교사로 세워지길 기대한다.

 

 

 

제도적인 뒷받침

첫째,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사가 수업 전문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거꾸로 교육과정 재구성 작업을 통해 교사가 수업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들이 자기가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교사별 평가제 도입을 통해 교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별 평가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둘째,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NTTP 활동, 시도 교육연구원 주관 교사의 학습동아리 지원 방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정책적으로 입안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역교육청을 학교지원센터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교육 행정 위계 구조는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단위학교로 이루어졌다. 행정 위계 구조는 가급적 단순할수록 좋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동일한 중등학교이지만 실제적인 업무 분량은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가 적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의 지도를 받지만 중학교는 거기에 더해 지역교육지원청의 지도를 받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지원청을 과감하게 없애고 학교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 교육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학교 컨설팅, 수업 컨설팅, 교수학습 지원, 수업 자료 개발, 진로 진학 지원, 자원 봉사 지원, 상담 및 학생 생활지도를 지원할 수 있는 종합 센터를 지역별로 만드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학교 교육활동을 관리 감독하는 행정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넷째, 동일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고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미국의 차터 스쿨(협약학교)처럼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율학교가 기본 취지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민간 분야를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교원단체, 교육시민단체, 민간 교육 단체 및 연구 기관 등이 학교 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 내 구성원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 밖 자원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거버넌스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