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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판 "선생님이 달라졌어요"(2)

by 김현섭 2014. 11. 28.

인성초 수업 고민을 나누다(인수다)”

 

처음 인성초에서 수업코칭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내가 기꺼이 가겠다고 말한 이유는 방송국이나 교육청을 넘어 단위학교 차원에서 수업코칭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혁신의 과제 중 제일 힘든 것이 민주적으로 학교철학을 세워서 교육과정에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고, 학교 구조를 수업 중심 구조로 재편하는 일이다. 그 중에서 수업 중심 구조로 학교를 재구조화하는데 의미있는 접근이 수업코칭 시스템을 학교 안에 구축하는 일이다.

우선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학교의 수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의식을 바꾸는 첫 걸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공동체 만들기 연수를 통해 기존 수업 문화에 대하여 ?’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초점을 두었다. 답변보다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정답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복수 정답이 존재할 수 있고, 유일한 정답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조건이 달라지면 그 답변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질문이 살아있으면 시간과 조건이 달라져도 새로운 정답이 지속적이 나올 수 있다. 수업코칭의 핵심도 결국은 질문이다. 질문이 수업을 바꾼다. 그래서 수업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연수가 진행되었다. 교육철학, 수업코칭, 수업디자인 워크샵을 할 때 ?’라는 질문 던지기를 강조하였다. 처음 모든 인성초 선생님 수업을 참관했을 때 느꼈던 점은 학년과 과목이 달라도 수업의 흐름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수업의 단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수업의 풍부함을 온전히 발견하기도 힘들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인성초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찾아갔는데, 인천이라는 특수성, 성적 향상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사립학교의 폐쇄적인 인사 문화, 바쁜 업무로 인한 수업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수업코칭을 하려고할 때 일부 선생님들이 심리적인 반발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데 있어서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조금씩 상호 간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추진할 수 있었다.

수업 나눔 문화를 학교 안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업 공개 및 수업협의회 문화를 외부자 중심이 아니라 수업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수업공개 및 수업협의회를 학년군별로 실시하되, 철저하게 수업자 중심으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부장이 아니라 일단 수업코치가 중심이 되어 수업자 중심의 집단 코칭을 실시하였다. 집단 코칭시 수업자 중심으로 수업 나눔이 진행되다 보니 처음에는 일부 선생님들이 적응하기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업자의 이야기에 점차 경청하는 자세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수업자의 이야기에 경청할수록 수업자가 성찰이 깊어지고 진솔하게 수업 고민을 이야기하였기 때문에 수업나눔의 깊이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깊어질 수 있었다. 인성초의 경우, 사립학교이게 다른 학교에 비해 선생님들 간의 친밀도가 높아서 나눔의 깊이가 더욱 있을 수 있었다.

개별 코칭은 철저하게 개별 교사들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 4명의 개별 코칭 선생님들은 경력이나 성별, 교수 유형, 내면의 상태 등이 각기 달랐다. 그러기에 4명의 선생님의 상황에 맞게 코칭 접근 방식과 미션이 달랐다. 처음에는 레포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코칭이 이루어져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평가회를 통하여 이러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M.T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하였다. 전문 상담가의 개별 상담 활동이 피코칭 선생님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학교 안에 자생적인 수업 코칭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였다. 외부 전문 코치들의 도움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기에 수업 코칭 프로그램이 끝마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학교 내 교사 중 상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아 멘토교사(수업친구)로 세우게 되었다. 멘토 교사가 피 코칭 선생님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멘토 교사도 수업 코칭 과정에 참여하면서 수업 코칭에 대하여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인성초 수업코칭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인성초 모델을 잘 참고하여 학교 안에 수업코칭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좋겠다.


 

[수업 코칭 참여자 후기/P선생님]


제가 개인 코칭을 자원한 이유는 교수학습 능력 개발과 수업 기술의 향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첫 번째 수업을 보시고 수업코치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신 피드백과 대안은 학생들과의 관계 개선과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좀 더 웃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수업에 대한 피드백은 제가 발전하기를 바라던 부분이 아니었으며 크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수업코치 선생님께서 주신 미션은 저에게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미션은 받았지만 마음으로 크게 공감하지를 못한 상태에다 그게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란 의심의 생각은 미션은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 저는 성찰일지를 쓰는 것도, 미션을 수행하는 것도 모두 내키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션을 수행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어떻게 되나 일단 해보자란 생각으로 미션을 드문드문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매일 한 가지 이상 칭찬할 점을 발견하여 칭찬하기 미션은 한 번하기는 쉽고, 기억할 때는 쉬웠지만 매일 매일 칭찬을 하는 일도 칭찬할 점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의 칭찬할 점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 안아주기 미션이었는데 이것은 정말 잘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도 남과 부대끼는 것을 불편해하는데다가 아무 이유없이 안아주려니 정말 곤혹스러웠습니다.

완벽한 수행도 하지 못했고, 기꺼운 마음으로 하지 못했지만, 미션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은 점을 느낀 것을 제 자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작은 칭찬에도 정말 기뻐한다는 것과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행동이 아이의 마음을 열 뿐 아니라 교사인 제 자신의 마음도 아이에게 열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개인 상담을 통해서 내 자신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아이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교사의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각은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대해 침착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학생들의 교사 평가에서 아이들이 쓴 선생님의 좋은 점의 많은 부분이 예전에는 대부분 수업 내용 전달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면 이번에는 선생님은 우리 말씀을 잘 들어주신다’, ‘나를 이해하신다등의 선생님과의 관계와 관련된 면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1년 동안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미션은 받는데 답은 모르겠고, 누가 이렇더라라고 매일 알려줄 수도 없는 문제이다 보니 제가 가장 답답해하던 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의 이러한 평가의 변화가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수업은 정해진 틀에 맞추기 일색이고, 이미 교과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따분한 수업이 되기가 쉬운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칭을 통해서 깨달은 점은 내가 읽고, 생각하고, 체험한 모든 것이 수업의 교재가 되고, 도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교과서 내용과 똑같이 가르치지 않아도, 내가 여행하고 싶은 우유니 사막 이야기를 하며 용해와 지구의 융기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아이들은 교과서에 나온 지식보다 더 재미있게 수업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수업을 위해 애쓰신 수업코치와 멘토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멘토 교사 후기/정혜경 선생님]

1년 가까이 4분의 개인코칭 대상자 선생님들과 또 다른 4분의 그룹코칭 대상자 선생님들과 함께 수업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수업동영상을 분석해 보기도 하고, 강의도 함께 듣고 엠티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나 또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듯 간헐적인 코칭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왜 이곳에서 나와 관련도 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긴 시간동안 듣고 있어야하나 그런 생각들이 먼저 다가왔다. 후배 선생님들이 멘토라고 나에게 이런 저런 상담을 요청하고 도움을 바라는데 나의 나눔이 과연 얼마나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멘토라 불리우는 나의 정체성에 더욱 복잡한 심정을 더해줬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수업멘토로서 1년을 살면서 선생님들 내면의 역동을 보았고 그 역동을 보는 것이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경험케 되었다.

마주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어느 선생님의 고백.

나는 그런거 필요 없는데 자꾸만 강요하지 말라고 괴로워하던 어느 선생님의 눈물.

너무도 막막했는데 이제 조금 수업에 대한 눈이 떠지는 것 같다는 어느 선생님의 환희.

작년까지는 잘 몰랐는데 수업에 대한 엄청난 세계가 있더라고 놀라워하던 어느 선생님의 미소. . .

그 뒤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들의 이야기에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업을 세우려면 수업만 세우려 들면 안되고 교사를 먼저 세워야한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코칭은 적절한 질문을 통해 선생님 스스로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나가면서 성찰을 통해 서 나가야하는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 스스로가 코칭을 통해 세워지고 학급이 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1년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수업코칭 마지막 모임이 있었다. 코칭을 받은 4분의 선생님은 코칭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무척 즐겁게 풀어나가셨는데 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마음고생하며 여기까지 오신 선생님들이 고마워서, 어머나 저런 내면세계의 변화를 드디어 이뤄냈구나 대견스러워서, 학급에서 저런 변화를 경험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다 기뻐서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