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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차이점은?

by 김현섭 2014. 12. 18.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한국협동학습센터의 김현섭입니다.

선생님이 질문하셨던 내용에 대하여 간단히 답변을 드립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용어상 혼동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이유와 차이점 등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역사적인 배경과 흐름


미국에서 원래 협동학습은 사회심리학적 성과를 교육학에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심리학을 바탕으로 협동학습이 발전하면서 1960년대 개별학습에 기반을 둔 열린교육 운동에 비판하였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존슨 형제들, 슬래빈, 케이건 등을 중심으로 협동학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열린교육 운동이 전개되면서 열린 교육의 한 가지 형태로 협동학습 모형 중 과제분담학습모형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열린교육 운동과 협동학습 운동은 시기적으로나 맥락적으로나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열린 교육운동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기에 미국과는 달리 열린교육과 협동학습이 구분되지 않고 소개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당시 열린 교육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미국의 열린교육운동과 한국의 열린교육운동은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열린교육의 정의를 광범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사 중심 수업 전략을 빼고는 나머지는 모두 열린 교육의 범주로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교실 붕괴 담론이 등장하면서 열린교육운동이 보수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그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협동학습이 현장에 뿌리를 내리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의 설립입니다. 학교 설립자인 김요셉 목사님이 미국에서 협동학습을 배워서 단위학교에서 협동학습을 실천하면서 우리나라에 협동학습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던 협동학습이 좀더 알려지게 된 계기는 좋은교사운동에서 주관 협동학습 세미나였습니다. 이후 특히 제가 활동하고 있는 협동학습연구회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협동학습을 연구하고 운동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하였습니다.

협동학습 도입 초기에는 협동학습, 소집단 협력학습, 협력학습이라는 세 가지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대에서 협동학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인교대 정문성 교수님이 쓴 "협동학습의 이해와 실천" 출간 이후 협동학습이라는 단어로 통일되었습니다. (협력학습과 협동학습의 용어 차이점이 이 책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래서 10여년동안 협동학습이라는 단어로 사용되다가 2010년 이후 구성주의 교육학자들(성열관 교수님 등)에 의하여 협력학습이라는 단어가 다시 새롭게 대두되었습니다. 구성주의 교육학자들이 사용한 협력학습의 개념은 비고츠키를 비롯한 사회적 구성주의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학술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사회심리학을 배경으로 한 협동학습은 교수학습모형으로서 발달한 흐름이고,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배경으로 한 협력학습은 교육철학적 접근으로서 발달한 흐름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협동이나 협력이라는 가치를 강조하지만 이를 접근하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협동학습과 구성주의가 만나 상호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교수학습모형으로서 협동학습은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지만 교육철학적 담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고, 교육철학으로서 협력학습은 반대로 철학적 담론은 풍부했으나 교수학습방법적인 측면은 부족했기에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습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 분모가 많았기에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90년대 중반에 케이건이 개발한 협동을 위한 협동학습(co-op co-op) 모형입니다. 구성주의를 배경으로 프로젝트 수업과 과제분담학습모형을 결합한 접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2010년대 구성주의 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협력학습은 혁신학교 도입과 맥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혁신의 대안으로서 '배움의 공동체'가 부각되고 있었는데, 배움의 공동체의 한계로 인하여 다른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었던 구성주의 교육학자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협력학습이었습니다. 

협력학습을 주장하는 구성주의 학자들은 협동학습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구조화된 접근과 행동주의심리학에 영향을 받은 보상체계에 대하여 비판합니다. 협동학습은 교사 중심 교수 전략이라고 보고 비판하면서 학생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협력학습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미 협동학습이 교육계에 잘 알려진 상황에서 협력학습을 주장하는 교육학자들은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협동학습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주장을 하려면 기존 담론에 대한 비판을 해야 보다 선명하게 주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을 혼동하면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구성주의적 맥락에서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을 구분하면서 협력학습이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계 안에서 이 둘의 개념이 혼동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구분되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배움중심 수업을 이야기하면서 배움중심 수업 사례로서 협동학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교육청에서는 협력학습 안에 협동학습을 한 부류로 집어 넣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개념상 차이점에 대하여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2. 개념적인 차이점


개념적으로 정리하자면, 조별 학습이 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 협동학습이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 협력학습이 탈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조별 학습은 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로서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학습 효율성, 모둠간 학습 격차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협동학습은 구조화된 접근을 시도합니다. 즉, 구조화란 일종의 틀을 사용했다는 말인데, 다시 말해 세부적인 절차 진행, 개인별 역할 부여, 보상 체제 활용 등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하여 협력학습은 구조화된 접근에 대하여 비판합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극대화하고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협동학습에서 교사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합니다.

그런데 협력학습의 탈구조화된 접근은 이론적으로는 명확히 구분될 수 있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비구조화 접근과 크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자발성 여부를 빼면 외형적으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자발성 여부는 쉽게 교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사가 협력학습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조별학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학생, 학습 효율성 등의 조별학습의 문제점이 그대로 발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조별학습과 협력학습이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은 개념적으로 분명 차이점이 존재하나 실제로는 공통점이 더 많이 있습니다.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협력학습의 단순함을 협동학습의 정교함이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조별 학습 단계에서 협력학습 단계로 넘어가려면 많은 시행착오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협동학습 단계에서 협력학습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인하여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을 대립적인 관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주장을 하려면 기존의 것을 비판해야만 새로운 주장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움의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협력학습을 주장하는 구성주의 철학자들은 협동학습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우며 비판합니다.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에 대한 차이점 논란 문제는 월간 좋은교사 저널에서도 특집 기사로 다룬 적이 있으므로 나중에 좋은교사 홈페이지를 통하여 검색하면 좀더 세부적인 논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단어 특성상 협동과 협력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협력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이고 협동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협력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협동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이 학습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수평적 관계에서의 협동이 수직적 관계에서의 협력보다 좋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협력학습을 주장하는 구성주의 철학자들은 협력이라는 단어를 광의의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교사-학생을 넘어서 학생-학생, 교사-교사, 학교-학교, 학교-지역사회 등으로 협력의 범주를 넗혀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학생간 협동을 강조하는 협동학습은 협력학습의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협력과 협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둘의 관계를 규정지을 수 있겠지만 이는 학자마다 다른 입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정리되기 힘들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차이점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을 상호보완적 관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협력학습을 주장하는 구성주의 철학자들은 제 입장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협력학습과 협동학습 중 어느 것이 더 옳은가라는 논쟁은 현재 상황에서는 이미 정치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기에 그 논쟁 자체가 별로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학습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주제로 논의가 전개되어야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