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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과교실제, 꼭 해야 하나요?

by 김현섭 2013. 7. 23.

교과교실제를 하지 않으면 안되나요?”

?”

사실 수업시간마다 교실을 이동하는 것이 번거로워요. 선생님이 늦게 오시면 교실이 잠겼을 때 복도에서 기다려야 하구요

맞아요. 게다가 홈베이스와 교실과의 거리가 멀어 이동하다 보면 쉬는 시간이 다 지나가요.”

교과교실제 실시 이전과 수업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구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면 다른 주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도가 나온다. 그렇다고 교사들도 교과교실제에 대하여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교과교실제를 실시하고 나서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예전 방식에 비해 더 좋아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교과교실제 운영상 블록타임제를 실시하다 보니 연속 수업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예전 방식에 비해 수업 진도량이 많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2시간을 연속해서 수업하려고 하니까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교실 공간이 부족한 편이어서 공용 교과교실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교실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정리 정도 및 청소 상태가 좋지 않고 도난 사고도 많아졌어요.”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왜 교과교실제를 확대하려고 하는가?

교과교실제란?

교과교실제란 기존 중고등학교에서 일반 교실+특별 교실위주로 교사가 이동하여 수업하던 방식에서 교과목 특성에 맞게 특성화된 교실로 학생들이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방식을 의미한다. , 대학교 운영 방식처럼 학생들이 해당 교실에 가서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해당 과목 수업을 듣는 수업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전교과교실제(일명 선진형 교과교실제)는 일부 과목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을 교과교실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과목에서만 교과교실제를 적용하는 경우, 영어과 수학 등 일부 교과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교실제는 운영 방식에 따라 교사에게 1개의 교실을 배정하는 1교사 1교과교실제와 여러 명의 교사가 공동으로 한 교실을 사용하는 공용교과교실제가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1교사 1교과교실제가 상대적으로 운영하기 쉽지만 공간 활용도가 낮고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는 공용 교과교실제를 권장하고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공용 교과교실제는 공간 활용도가 높고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운영하기 상대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교과교실제를 실시하고 있는 많은 학교들이 공용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교과교실제는 일반 교실을 다양한 교과의 특성에 맞추어 교실을 리모델링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과교실제의 핵심은 학생 선택 중심의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소프트웨어)을 위한 수단으로서 교과교실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과교실제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교실제는 결코 수업 혁신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교과교실제의 장점은 특색화된 교과교실에서의 최적화된 수업이 가능하고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며 블록타임제 수업을 통한 수업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그에 비해 교과교실제의 단점은 학생들의 이동상의 번거로움 및 육체적인 피로감이 발생하고, 교과교실 청소 및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고, 적은 교실 수를 가지고 있는 학교에서는 운영상이 매우 어렵고, 학생 도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높고, 부분 블록타임제 운영시 시간표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 등이다. 그러므로 교과교실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기 학교에 맞는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점제 학교

 

교과교실제의 현실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려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학점제 학교를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점제 학교란 대학교에서 전공 필수, 전공 선택, 교양 필수, 교양 선택으로 세분화하여 학점을 관리하는 것처럼 중고등학교에서도 필수와 선택 과목을 나누어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점제 학교를 운영하려는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함이다. 참여정부 시절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수 진영 쪽의 비판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수준별 수업 정책이 나왔다. MB 정부에서는 학교자율화 정책을 통해 자사고, 마이스터 고교 등 다양한 학교들을 추진하고 지원하였다. 그 결과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간 격차, 일반 인문계 고교의 슬럼화 현상 등 학교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학점제 학교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나누어서 학생 모집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되, 그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성적, 기호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학점제 학교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어 의미있는 학교혁신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학점제 학교는 학습 수준과 진로 방향이 다른 다양한 학생들이 한 학교 안에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학점제 학교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현실적인 한계들이 많이 있다. 학점제 학교에 대한 이해,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등이 잘 이루어져야 학점제가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점제 학교를 전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고등학교에서 교과교실제를 추진하는 것은 교과교실 구축이라는 하드웨어의 보완 이상의 의미를 담기 힘들다. 물론 고교와 달리 중학교에서의 교과교실제는 특색화된 교과 수업을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블록타임제 수업의 교수 전략

 

블록 타임제란 기존 수업을 2차시를 하나의 블록 형태로 만들어 연속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는 외국 선진 학교들을 살펴보면 블록타임을 70-100분 정도 진행하고 블록과 블록 사이에도 쉬는 시간이 없다. 적당히 이동하는 시간이 존재하고 1블록과 2블록 사이 브레이크 타임(20-30)이 존재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서 블록 타임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블록 타임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블록타임제의 장점은 첫째, 학생 중심, 활동 중심 수업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문제해결(PBL) 모형,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 활동을 강조하는 수업이기에 기존 1차시 수업에서 풀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블록타임제를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면 학습의 몰입도를 올릴 수 있다.

둘째, 교과교실제의 단점을 블록타임제가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교실제는 학급 중심제와는 달리 학생들이 교과교실을 이동하면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기존 시간표대로 운영하는 경우, 학생들의 육체적인 피로도가 높아진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기 어렵다. 그런데 블록 타임제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이동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셋째, 기존 수업에 비해 교사 입장에서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2차시 수업을 준비하는 것과 1블록 타임 수업을 준비하는 것을 비교해 볼 때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1차시 수업에 비해 1블록 수업 준비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2차시 수업에 비해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블록 타임제의 단점은 기존 강의식 수업에서는 최악의 수업이 될 수 있다. 2시간을 연속하여 강의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차원에서 블록 타임제를 강조하는 것은 교과교실제 운영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블록 타임제를 통해 교사의 수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블록 타임제 수업이 기존 수업의 관점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1시간 + 1시간이면 2시간이지만 블록 타임제를 실시하면 수업진도적인 측면에서는 1시간반 정도 분량의 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학생 활동 중심, 경험 중심 수업은 기존 교사 중심, 지식 중심 수업에 비해 지식의 분량을 많이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셋째, 블록타임제 수업을 시간표상 구성하기 쉽지 않다. 전체 수업을 블록타임으로 구성하면 수업 시간표를 구성하기가 기존 방식에 비해 쉽지만 기존 수업 시간표와 혼합하여 블록타임제를 구성하는 경우, 시간표 구성이 쉽지 않다. 또한 시간표를 변경하려고 하는 경우, 다른 수업(시간, 교사, 공간 등)과 충돌되기 쉽기 때문에 매우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학생 중심, 경험 중심 수업을 준비할 때는 블록 타임제 수업이 유리하지만 교사 중심, 지식 중심 수업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특히 수능 중심의 대입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강의식 수업, 문제 풀이식 수업에 익숙한 수업 문화 속에서 학생 중심, 경험 중심 수업에 적합한 블록 타임제 수업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과교실제는 기존 학급중심제와 비교할 때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수업 혁신이라는 대의적 관점에서 볼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구 선진국가들에게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단점에 비해 많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점제 학교 운영이 학교 혁신의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 교과교실제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과교실제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단점들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학교 구성원들이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해결하지 않는다면 절반의 성공으로 그치거나 오히려 학급중심제 운영 방식보다 혼란감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다. 수업 혁신과 학교 혁신의 관점에서 교과교실제를 보다 긍정적으로 접근하여 수업 혁신의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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