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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교육과정 디자인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by 김현섭 2019. 5. 25.

교육과정 디자인은 교사 개인 차원만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정 디자인을 위해서는 제도적, 정책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국가차원, 지역차원, 학교차원, 교사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국가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지원 방안

 

국가 수준 교육과정 연구 및 피드백 체제 강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국가 기관에서 교육과정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지역 수준, 학교 수준, 교사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대한 피드백 체제를 구비하여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발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추구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백년지계를 준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하지만 교육부-교육청-교육 지원청-학교라는 4단계 위계 구조에 국가교육위원회가 덧붙여지면 의사결정 단계가 한 단계 더 늘어나므로 관료주의의 폐단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대강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세밀화하지 않고 대강화함으로써 지역, 학교, 교사에게 교육과정 재구성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의 지방 자치 및 분권 추구

실질적인 교육 자치는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교육청이나 학교에 과감하게 이행하여 지역 및 학교의 자율권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전문성 및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검인정 교과서 제도 확대 및 심의 기준 완화, 자유 발행제 준비

현재 초등학교는 국정 교과서 체제이지만 조만간 일부 교과목에서 검인정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과목 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 검인정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전 과목 검인정제로 운영되고 있는 중등학교의 경우에도, 심의 기준이 까다롭고 상세하다 보니 교과서들이 엇비슷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출판사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심의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유 발행제를 도입해 학교나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성취 기준을 보완하여 교육과정의 질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능 절대 평가제 전환

고교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대학 수능 시험을 절대 평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 평가 체제에서는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시험의 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수능 시험을 잘 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래의 수능 취지에 맞게 선발 기능보다 자격 고사 기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시 현실이 왜곡되어 있을수록 교육의 본질을 중심으로 입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교사별 평가제 도입

현재의 통일된 평가제가 아닌 교사에게 개별 평가 자율권을 주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고, 행정 업무 축소 등을 통해 추가되는 평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며, 교육 주체들의 사회적인 합의도 이끌어 내야 한다.

 

 

2. 지역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지원 방안

 

교육 지원청 축소 혹은 폐지 및 학교 지원 센터(교육과정 지원 센터) 구축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단위 학교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지원청을 축소 내지 폐지하고 그 자리를 학교 지원 센터(교육과정 지원 센터)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이 학교의 상위 행정 기관이라면 학교 지원 센터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상위 행정 기관의 축소나 폐지를 통해 불필요한 공문을 줄이고 교사들이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교육과정 지원 컨설팅 확대 (민간 교육 단체 중심)

교육청에서는 단위 학교가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장학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 교육 단체에서는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해 주는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서구 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을 제공, 검증, 지원하는 교육과정 연구기관이나 재단이 존재한다.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적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행정 기관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민간 전문 기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교장 공모제 확대 및 공정한 운영

교장 공모제는 교장의 교육과정 자율권과 책무성을 강화한다.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학교장이다. 그러므로 교육 철학과 교육과정 운영 역량이 있는 유능한 사람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자율 학교 내실화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 예산 확대

자율 학교인 혁신학교, 특성화고, 자사고의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는 물론, 일반 학교도 자율학교 수준으로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좀 더 부여하는 대신 재정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 배정되는 교육과정 운영 예산을 확대하여 연구 시범학교나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학교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인가 대안 학교도 제도권 안에서 지원될 수 있도록 대안학교지원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인 지원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학습 공원 개념 도입 및 마을 교육 공동체 지원 사업 추진

학습 공원이 도입되고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 및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학교 밖에서도 학생들의 배움이 의미있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학교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지원 방안

 

학교 자치의 실현

학교 자치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 교육 운영 권한을 학교가 갖고 교사, 학부모, 학생의 교육 3주체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일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학교가 학교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그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자치의 핵심은 교육과정 자율성이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들을 짜깁기하기 보다는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자체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육과정 부서 강화 및 학교 교육과정 연구소 설립

교무부, 연구부 기능을 조정하여 교육과정 운영의 전문성을 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부서를 별도로 두거나 교원 업무 조직 형태를 교육과정 지원 센터 중심으로 구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고교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성고의 경우, 교과 대표를 학과장으로 부르고, 학과장들이 교육과정 지원 센터에 모여 교육과정 운영을 협의한다. 나아가 학교 수준 교육과정을 잘 연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안에 교육과정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석 교사 역할 조정 및 교육과정 디렉터 문제

교육과정 중심으로 교원 업무 조직을 개편할 때 수석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 디렉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 전문성이 아닌 교육과정 전문성이 높은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 디렉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감은 행정 지원부서 디렉터의 역할을 하고, 수석 교사는 교육과정 운영 디렉터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4. 교사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지원 방안

 

교사 수준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교사가 곧 교육과정이므로, 교사 수준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교사 수준 교육과정 및 평가 자율성이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 및 평가 역량 강화 연수 실시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교육과정 기획 및 운영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교육과정 및 평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연수를 실시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 전문성 추구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디자인하여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가 직접 학습 교재를 개발하여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지식 유연성 확대 및 코칭으로서의 수업 필요성 강조

미래 교육에서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교육과정이 강조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중등 교사들도 전공과목 외에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교원 임용 시에도 부전공이나 복수 전공자를 우대하고, 교원 임용 이후에도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연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교사로 하여금 수업을 티칭이 아닌 코칭의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일어나도록 촉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에의 자발적 참여 노력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은 자발적인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에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집단 지성에 의한 교육과정 기획 활동을 통해 교육과정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년 협의회, 교과 협의회 차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디자인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