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수업 동아리가 필요한 이유와 수업 동아리 활동 원칙

1. 수업동아리가 필요한 이유

교사는 누구나 수업을 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감당하는 수많은 업무들 속에서 수업이 차지하는 시간적 비중은 크지만 업무의 우선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수업이 다른 업무에 비해 우선 순위가 낮은 이유는 업무 성격상 비공개적이기 때문이다. 행정업무나 생활지도 업무는 공개적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문제점이 쉽게 드러난다. 그런데 현재의 수업 문화는 개인주의적 문화 속에 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교실은 교사만의 공간으로 운영된다. 일상 수업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루어지다 보니 수업이 잘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힘들고 그것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다. 공개 수업은 구조화된 형태로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일상 수업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개 수업은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변질되어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교사도 경력이 쌓임에 따라 수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최근 교원평가제가 도입되었으나 교사의 자발적인 참여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것이 명칭 그대로 교원능력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원평가제는 기본적으로 수업 컨설팅이 아니라 수업 장학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교원평가제가 내실있게 운영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질적인 수업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자발적으로 수업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어야만 수업의 질을 실질적으로 올릴 수 있다. 현재 교육계에서 알려진 수업을 잘하는 교사들의 공통된 특징은 각종 교과연구회나 교과모임 등 교사 자율연구모임 활동을 통해 성장한 교사라는 것이다. 특출한 능력을 가진 교사가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성장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위 수업 전문가(교사활동가)들은 교사 자율연구모임을 통하여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성과를 공유하고 피드백하면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사 자율연구모임은 대부분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진다. 학교 생태계 안에서는 행정 업무를 중시여기기 때문에 행정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지만 정작 수업에 대하여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수업 전문가 양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행 학교문화에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은 수업보다는 행정 업무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교 생태계 안에서 교사가 수업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학교 문화를 바꾸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즉, 학교가 행정 중심 구조가 아니라 수업 중심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수업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교사 자발성에 근거한 수업 동아리이다. 수업 동아리 활동은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수업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수업 동아리 활동은 같은 학교 교사들끼리 수업에 대하여 고민을 나누고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는 수업 동아리 활동의 방향과 다양한 실천 사례를 통해 수업 동아리를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업 동아리 활동 운영에 대하여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2. 수업 동아리 활동의 원칙

성공적인 수업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필요한 원칙에는 자발성, 공동체성, 전문성 등이 있다. 이러한 원칙들이 살아있어야 수업 동아리 활동이 잘 운영될 수 있다.

(1) 자발성

수업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자발성을 토대로 해야 한다. 강제적으로 동아리를 편성하여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기존의 교사 동호회의 경우, 모든 교사들이 형식적으로 가입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 동아리는 기존 교사 동호회 활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수업 동아리 활동의 원동력은 교사들의 자발성에 달려 있다. 자발성이 살아있어야 동아리 활동이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고 내실을 다질 수 있다. 처음 수업 동아리를 모집할 때부터 희망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동아리 구성원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수업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면 학기초 신청한 교사도 중간에 탈락하거나 지속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회원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강제적인 힘으로 해당 교사에게 제재를 가한다면 역효과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회원들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구성원을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입과 탈퇴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되, 가입한 사람들이 자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임 운영을 지혜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수업 동아리 활동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처음부터 부여하는 것이 좋다. 모임 방식이나 내용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자발성은 관계성과 전문성과 관련이 있다. 즉, 구성원들의 사회적 친밀도가 높고 전문성에 대한 필요들을 채울 수 있어야 지속적인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공동체성

수업 동아리 활동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수업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목적이 교사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모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모임의 성격이 분명해야 구성원들도 오해하지 않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공동체성을 다지기 위해서는 관계성을 세워나가야 한다. 관계성을 세우기 위한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수다’와 ‘잘 먹는 것’이다. 수다 형식을 통해 학교 생활하면서 겪는 고민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함께 식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고 수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한 모임 안에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업 동아리 안에서 이루어진 사적인 고민 이야기를 외부에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아리가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심리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개인적인 고민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의 레포를 중시 여기듯이 수업 동아리 안에서도 레포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모임 안에서의 공동체성이 어느 정도 다져지면 의미있는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고 피드백을 통한 수업 성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3) 전문성

수업 동아리 모임에서는 수다가 살아있어야 하지만 자칫 수다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수다에서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수업 동아리 모임에서는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것을 뛰어넘어 문제점의 근본 원인에 대하여 고민하고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동아리 구성원들의 구체적인 필요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필요에 맞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외부 수업 전문가를 초청하여 연수를 진행할 수도 있고 독서 스터디 과정을 통해 함께 배워나갈 수 있다. 각자 개인적인 수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고 수업 공개를 통해 상호 피드백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수업 동아리가 기존 동호회 수준을 넘어서려면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