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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는 마을의 섬인가?

by 김현섭 2015. 6. 5.

최근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지역사회의 연계 방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지역 사회도 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혁신교육지구마을결합형 학교이다. 지자체 단체장 선거마다 단골 메뉴로 지역 사회의 학교 교육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필자는 지자체(구청) 산하 교육지원팀 직원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해당 구청은 타 구청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인근 지역에 혁신교육지구와 혁신학교들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해당 지역 인구까지 줄어드는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청 차원에서 어려운 가운데도 교육 지원 예산을 책정하여 구청이 교육청과 학교들과 연대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었다.

 

왜 학교와 지역 사회가 연계되어야 하나?

학교와 지역 사회의 연계 필요성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학교와 지역 사회의 연계 문제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서로가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학교가 가진 자원과 지역 사회의 자원을 공유하면 상호 이익이 된다. 공원이나 지역체육센터가 그리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는 지역 주민을 위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과 체육관, 지하 주차장 등을 제공할 수 있다. 학부모 교육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평생 교육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학교 교육활동에 지역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교육적 활동을 할 수 있다. 학부모나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교육 활동에 기여할 수도 있고 지역 복지시설이나 NGO와 연계하면 여러 가지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학교 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용적인 접근은 학교와 지역 사회와의 연계 체제를 구축하는데 한계점을 노출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지역 사회에 학교 시설을 임대하면 그만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생기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시설 임대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비용 자체가 얼마되지 않고 그 비용도 교사나 시설 관리자에게 직접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과 후 활동이나 창체 활동 외부 강사는 지역 사회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모셔올 수가 있고,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나 학교 시설 투자 등은 지역 사회가 아니더라도 상급 기관인 지역교육청이나 시도 교육청 지원 사업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실용적인 접근을 넘어 가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학교는 지역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자녀가 교육을 받는 공간이 학교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사회에서 기반을 가지고 생활한다. 학생과 지역사회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지역 사회 문화와 분위기가 학생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활기찬 지역의 학생들은 활력이 넘치지만 쇠락하는 지역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목적이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라고 정의한다면 학생의 변화는 학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가정과 지역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마을공동체가 살아나고 가정-학교-마을이 연대하여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기 고향을 사랑해야 고향에서 일하고 있는 부모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당수의 학교가 지역 사회와 잘 연대하지 않고 있다. 연대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립학교의 교원 인사 제도를 살펴보면 평교사의 경우, 5년 정도가 되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다.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은 그보다 근무 기간이 더 짧은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지역 사회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해당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어떠한 기회로 인하여 학교와 지역 사회가 좋은 연대를 맺어도 시간이 지나면 연대의 주체(사람)가 바뀌기 때문에 연대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교원 정기 전보 기간을 늘이거나 전보 제도를 폐지한다면 지역 격차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교사들의 반발이 클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대부분 해당 학교의 지역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이 지역 사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학교의 관계는 느슨한 형태로 유지되거나 아예 교류가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마을공동체의 가치와 지역사회에 대한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과 지역 사회에 대한 가치 공유가 일어나야 연대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온마을 학교 홍동중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귀농 1순위 지역이 바로 홍동마을이다. 1958년 풀무학교가 이 마을에 설립되면서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운동이 시작되었다. 인구 4000명도 안 되는 작은 면단위에 없는 것이 없다. 홍동마을 안에는 많은 시설과 기관들이 있다. 유기농 및 친환경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 좋은 마을 건설을 위해 목공예 장비를 갖추어 놓은 '갓골목공소', 풀무학교 설립자인 이찬갑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 지은 '밝맑도서관'이 있다. '그물코출판사''느티나무헌책방'이 있고 농업교육과 생태체험을 위한 '환경농업교육관'도 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문을 연 사랑방 ''이 있고, 논 생태교육장인 '논배미',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공부하며 일하는 '꿈이 자라는 뜰', '풀무신협''풀무학교 전공부', '갓골농업연구소''반짇고리공방', '갓골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동체가 있다.

이 마을에 홍동중학교가 있다.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홍동중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라 일반 공립학교라는 것이다. 홍동중학교에서 사용하는 온마을학교라는 표현은 마을과 학교가 교육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홍동중학교 해누리 공연장은 지역사회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개방하여 마을 축제 공간으로 사용하고 여기에서 마을 주관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학부모 아카데미나 학생 공부방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현재 학교 특색 사업으로 뮤지컬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대학인 청운대 예술대학과 MOU를 체결하여 대학생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 최근 그리스에 이어 페임작품 공연도 개최되었다. 물론 청운대말고도 충남교육연구소 등 15개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마을 탐구가 격주 2시간씩 배정되어 진행되는데, 이때 학생들이 마을에 있는 생협, 공방, 농장, 연구소 등에 가서 체험 활동을 한다. 지역 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교육 농장 체험, 논 생물 조사 활동, 지역 생태 환경 주사 및 환경 보존 활동, 마을 도서관 주관 인문학 수업 참여, 풀무신협 주관 홍성문화유적답사 활동 참여, 문화예술 동아리 및 방과후 학교 강사 활동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모 아카데미도 재학생 학부모만 대상으로 운영하지 않고 관심있는 마을 사람에게는 누구나 공개하여 운영하고 있고 아카데미 강의 기획부터 강사초청에 이르기까지 운영 전반을 학부모회에서 직접 주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교육유관기관들이 연대하는 햇살배움터 교육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여러 네트워크들 중에서 공립학교가 대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연대 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교사들이 우선 마을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긴 하지만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관련 업무들을 잘 감당하고 있다. 홍동중학교는 공립학교이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지역에 터전을 잡고 있는 지역주민으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 가정, 마을이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홍동마을이 마을공동체의 좋은 모델이라면 홍동중학교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좋은 연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제2의 홍동중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