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철학과 가치는 무엇입니까?

“우리 학교 철학과 가치는 무엇입니까?”

학교컨설팅이나 학교 대상 정책 연구를 할 때 꼭 던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하여 선생님도, 학생도, 학부모도 막힘없이 명료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학교 관리자로 그러한 경우가 있다. 특히 대체로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는 학교 철학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경우가 많아서 학교철학을 알고 있어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교육목표와 교육활동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러 학교들의 학교 철학들을 살펴보면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는 교육’, ‘더불어 성장하는 교육’,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 등을 제시한다. 그런데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는 교육’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교육계획서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행복’, ‘성장,’ ‘소통’, ‘창의’, ‘미래’, ‘융합’ 등을 핵심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에서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에 대한 설명과 해석이 잘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인터뷰 경험에 비추어볼 때, 학교 철학에 대한 서술 방식이 장황하고 길수록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철학을 잘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풀무학교의 ‘더불어 사는 평민(平民)’처럼 굵고 짧은 표현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언어로 학교철학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학교 철학의 의미를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통해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설명과 활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좋다.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대개 교훈(校訓)에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성실’, ‘봉사’, ‘협동’, ‘자립’, ‘근면’ 등 전통적인 도덕적 가치들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 교육 목표나 활동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학교는 학교 가치가 실제적인 교육활동의 방향이긴 하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너무 많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교가치에 따른 교육활동들이 너무 많아서 교사들이 과다한 업무로 인하여 집단 소진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창덕여중 학교가치

 

학교철학과 학교비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학교 교육과정 문서들을 살펴보면 학교철학과 학교비전을 잘 구분하지 않거나 중첩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학교철학과 학교비전을 반대로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철학은 학교 공동체가 지향하고 공유하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말한다. 그러므로 학교철학은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관, 지식관, 학생관, 교사관, 학부모관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대개 학교 철학을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그 아래 교육주체들이 추구하는 학생상, 교사상, 학부모상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학교비전은 학교공동체가 추구하는 미래학교 모습과 계획을 말한다. 비전(vision)의 사전적인 의미는 ‘미래상이나 계획, 전망 등’을 말한다. 비전의 단어에는 ‘앞을 내다본다’는 의미가 있다. 학교비전 사례로서 ‘존중과 배려로 더불어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 ‘참여와 소통이 살아있는 학교공동체’, ‘더불어 사는 삶을 가꾸는 행복한 평화교육공동체’ 등이 있다.

학교철학과 학교비전은 비슷하지만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학교철학은 시대적인 요구나 학교의 변화와 상관없이 유지되고, 학교 교육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학교비전은 학교 공동체가 지향하는 방향이므로 학교철학에 비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라 비전을 수정 보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철학은 학교 교육활동의 토대와 강령이라면, 학교비전은 학교 교육활동의 미래지향적 방향성과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학교철학을 기반으로 학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학교 모습 내지 학교가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학교 공동체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덕양중 학교철학과 학교비전

창덕여중 학교철학

학교철학의 역할과 공유

학교철학은 학교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그런데 공식적인 학교철학과 달리 실제 학교 운영에 있어서 다른 기준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학교철학이 ‘더불어 사는 평민’인데, 명문대 입시에 목표를 두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교육과정 편제를 하고, 교실 자리 배치, 도서관 및 기숙사 배정 등에 있어서 성적 우수 학생들에 우선권을 준다면 과연 어떤 것이 학교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교철학으로 창의인성교육을 제시했지만 특별교실 리모델링 예산이 주어졌을 때, 미술실 대신 컴퓨터실을 먼저 리모델링을 했다면 과연 어떤 것이 학교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교장의 철학과 경영방침이 곧 학교철학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강조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학교철학은 학교구성원들의 공유해야만 학교철학으로서 의미가 있다. 학교철학은 학교관리자, 교사, 교직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공유해야 학교철학의 의미를 가진다. 사실 사람마다 자기의 생각과 경험, 신념 등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마다 개인 교육철학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학교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장과 교감도 서로 다른 학교철학과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교철학은 학교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공유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학교 인적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학교철학에 대한 공유나 수정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학교구성원들의 철학들을 조율함으로서 공통의 목표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공립학교의 경우는 사립학교에 비해 학교관리자나 교사들이 자주 교체되기 때문에 12월이나 2월 새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학교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철학의 공유 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교 교육 활동이 잘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담초 학교철학과 수업 이야기

세종 소담초등학교의 학교철학은 ‘홀로서기와 함께하기로 삶을 가꾸는 교육’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 차원에서 학교 철학을 분석하면 ‘홀로서기’란 ‘자율적인 행동 역량’을 말하고, ‘함께하기’는 ‘공동체역량’을 말한다. 삶을 가꾸는 교육은 생활중심 교육과정을 말한다.

소담초 학교철학

일반적으로 수학과 수업 특성상 개인 학습 수준차가 벌어지기 쉽고, 코로나 상황에서 기초 학력 문제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고학년 특성상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부담도 크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소담초에서는 ‘홀로서기’와 ‘함께하기’라는 학교철학에 맞추어 소담협력수업모델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소담협력수업모델의 진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 스토리텔링 등을 통한 학습 동기 유발 (문제해결(PBL)수업) ∙ 학습 목표 제시 ∙ 교사의 기본 개념 설명 ∙ 교사의 기본 문제 풀이 설명 ∙ 단계별 학습과제 제시 및 학생 참여(1단계 학습지 / 2단계 교과서 / 3단계 익힘풀이책 / 4단계 알파-심화문제) ∙ 학습수준별 모둠 구성 (배움이와 나눔이 모둠 구성, 스스로 학생 모둠 구성) ∙ 모둠별 학습과제 활동 ∙ 교사의 개별 피드백 활동(코티처의 팀티칭 활동) ∙ 단계별 상황판 제시 및 학습 진도별 과제 수행 정도 게시 ∙ 교사의 최종 마무리 및 차시 예고

이러한 소담협력수업을 수업모형 차원에서 분석하자면 기존 문제해결수업(PBL), 개별화 수업,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 모형, 팀티칭 등을 소담초 스타일에 맞추어 새롭게 모델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구태여 기존 수업모형과 비교한다면 개별화수업과 협동학습을 접목한 모둠 보조 개별학습(Team-Assisted Individualization, TAI) 모형과 유사하다.

소담협력수업모델의 특징은 첫째, 개별화 수업과 협동학습의 장점을 결합하였다는 것이다. 교사의 개별학습 지도 활동과 또래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잘 살렸다. 둘째, 교사들의 팀티칭을 통해 공동 수업디자인을 실천하고 팀티칭 형태로 수업을 운영하였다는 것이다. 1반 수학 수업시 1반 담임 선생님이 전체 수업을 진행하지만 2, 3반 담임 선생님이 코티쳐(협력교사)로 참여하여 개별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학생들의 배움을 잘 관찰하고 학생들의 배움 상태에 맞추어 리듬있게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학습 진도 과정을 학생이 스스로 게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넷째, 단계별 진행과 학생의 주도성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배움이, 나눔이, 스스로 학생 역할을 학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섯째, 블록타임제 운영으로 역량 중심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2시간 연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해당 학습과제를 충분히 집중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소담협력수업이 잘 운영되려면 학생들만 협력수업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먼저 집단지성에 기초하여 공동 수업디자인을 해야 하고, 팀티칭이 가능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수업 혁신에 집중해야만 가능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교육 활동의 최종 목표는 궁극적으로 학생 배움을 통한 행복이어야 한다. 수학과 특성상 학습 수준의 개별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소담초에서는 ‘홀로서기’와 ‘함께하기’라는 학교철학에 따라 개별화 수업과 협동학습, 팀티칭, 문제해결학습의 결합을 통해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학교철학은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생활교육, 돌봄 등에서 일관적으로 잘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바로 교육철학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는 교육 현실에서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학교 교육 활동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교 교육 활동의 선택과 집중의 근거가 바로 학교철학과 가치라는 것이다.

이제 다시 첫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 학교의 철학과 가치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