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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장 선생님이 교장실에 없는 이유는?

by 김현섭 2014. 9. 25.

학교 안에서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인천 신흥중 선생님들을 만나 그동안의 학교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신흥중학교는 좋은교사운동 출신 일부 선생님들이 학교에 들어가 수년 간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교육감이 바뀌면서 학교 혁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모델학교로서 신흥중학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질문 : 학교 교육 철학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교육활동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습니까? 학교 핵심 가치로 소통, 신뢰, 협력, 위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신흥중학교의 핵심가치는 학교 변화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2012년도에 모든 교사들이 모여서 함께 정한 가치입니다. 우리 학교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교사에게 묻고 토의한 결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기존 학교는 주로 경쟁과 속도, 효율, 비교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와 반대되는 가치를 찾아 4대 가치를 도출하였습니다. 즉 소통, 신뢰, 협력, 위로가 그것입니다. 이 시대 주류의 가치를 역류하여 공교육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따르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재 4대 가치가 학교 운영과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요 결정 시 과연 우리 학교의 가치에 맞는지, 우리 학교가 이 가치대로 운영되는지 늘 점검합니다. 학교 핵심 가치는 학교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안에 따라 이야기할 때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이 가치를 확실하게 내면화한 것은 아니고, 실제 수업이나 교육과정 속에는 이 가치가 충분히 들어가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향후 주제 통합 수업을 통해 이 부분을 보완하고 싶습니다. 조만간 학교 유리 출입문에도 핵심 가치를 표어로 붙이려고 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진정성 있게 교사들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이를 극복했나요?

먼저 전체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교직원회의 시 자 형태로 자리 배치를 하고 주요 사안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론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였습니다. 2012년의 경우, 배움찬찬이 학생들을 위한 수업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방과후 수업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하반을 2개 반으로 늘려서 배려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둘째, 대개 초빙 교사가 부임하면 부장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평교사로 활동하도록 하였습니다. 초빙 교사가 기득권을 가지지 않고 평교사로 다가갔기 때문에 기존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맺는데 정서적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셋째, 교장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과의 기획(부장)회의를 통해 이야기해도 실제로는 의사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교직원회의를 통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장실 자리를 교무실로 옮겨서 찾아가는 결제 체제를 만들고 직접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예전 교장 선생님에게 보고한 것처럼 부장 선생님이 성적 분석표를 만들어 왔는데, 보지도 않고 돌려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넷째, 덜어내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일을 하였습니다. 잘못된 관행으로 흐르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과감하게 없애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직원들과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 : 전체 교직원 회의 장면]

 

 

 

교장실에 교장 선생님이 계시지 않고 교무실 구석에서 일을 하시는 이유는?

교장실이 1층에 따로 있기는 하지만 주로 회의실이나 외부 손님 접견실로 사용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2층 본교무실에서 평교사, 교감 선생님 등과 같이 근무합니다. 원래는 학교장의 학교 운영 방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여 학교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방향을 잡아 주기 위해 통합한 것입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학생과 평교사들과 격이 없는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장 선생님 자리가 교무실 입구와 탕비실 근처라 어수선한 위치라서 작은 이동식 유리 칸막이를 만들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행정실과 교무실을 통합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교무실에 교장, 교감 선생님이 같이 있다 보니 교감 선생님이 불편해 하시고, 평교사 선생님들도 불편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색한 불편함은 사라졌고, 교장 선생님이 인격적으로 교사들을 대하셨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진 : 교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

 

 

덜어내기와 더하기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덜어내기는 교장 선생님이 한 번에 없앤 것(국가수준성취도 평가 결과로 담임을 호출해 비교 시키면 꾸중을 하는 것 등)도 있고 전체 토의를 통해 없앤 것도 있습니다. 전체 토의를 통해 줄여야 할 업무를 받고 규정 검토 후 이상이 없으면 없앴습니다. 그래서 전결규정 확대, 결재라인 간소화, 위원회 통폐합 등을 했지만 이런 것이 업무를 크게 줄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행정전담 인력 배치가 실질적인 행정 업무 경감에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더하기는 학교 혁신에 관심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 동아리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또한 전체 토의를 통해 학교 조직, 의사결정 방식, 수업, 생활지도 등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였습니다.

다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빼기를 한 자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더하기가 들어가서 역동을 일구어 내야 하는데 다른 영역과 달리 수업의 영역에서는 더하기가 잘 되고 있지 않아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최근 수업 혁신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업 공동체 만들기 연수를 실시하고 있고, 수업 중심 구조로 만들기 위한 구조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진 : 수업공동체 만들기 연수 장면]

 

 

310부장 체제로 교원 업무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젊은 교사가 교무부장을 하고 있는데...?

몇 번의 논의를 토대로 학교가 행정이 아닌 배움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설득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행정 업무와 담임 업무를 행정부서와 학년부가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장점은 일단 교사 만족도가 높고 평교사는 학생지도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단점은 행정 업무 부서에 근무할 지원 교사가 적고 모두 담임 교사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행정 업무를 안 하면서 생기는 여유 시간을 과연 학생과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냥 편한 학교는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인천시 최연소 교무부장이 나오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보직과 근평 점수, 성과급을 연계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도 부장 자리를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학교 혁신 주도 그룹이 실제적인 학교 업무를 맡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학교를 혁신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 사이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학교를 유지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교사의 의사결정 및 소통 구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신흥중학교 존중의 약속은 어떻게 나왔고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일단 주요 안건은 기획(부장)회의에서 1차 토의합니다. 전체 교직원회의는 원이나 네모 형태로 앉아 서로의 얼굴을 보게 합니다. 전달 사항은 교무부장이 일괄하고, 함께 결정하거나 논의할 주제가 있으면 의견을 모으는 시간으로 진행합니다. 최종 결정은 학교장이지만, 학교장이 부장단과 전체 교사의 의견을 모아온 것에 대해 반대한 적은 없습니다. 부장단과 전체 교사의 의견을 수용해 늘 결정합니다.

존중의 약속은 2014학년도 봄방학 워크숍에서 교사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의 일환으로 우리 교사가 함께 지킬 약속을 정했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통해 함께 생활지도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고, 교사들의 만족도와 참여가 참 좋았습니다. 존중의 약속을 정하는 과정이나 절차는 참 좋았는데, 그 약속을 모두 잘 지키고 있는지,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지, 기억하게 되뇌어 주었는지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신흥중학교 존중의 약속 함께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책임지기

업무기한 서로 지키기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기

칭찬, 인정, 공감, 격려의 말하기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수용하기

뒷담화 없이 투명하게 소통하기

논의가 길어져도 충분히 토론하고 과정을 인정하기

 

인터뷰를 통해 신흥중학교의 힘은 진정성과 소통, 그리고 학교 철학과 핵심가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학교는 좋은 교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