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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회피하지 않고 학교 내 갈등 해결하기

by 김현섭 2014. 4. 30.

요즘 학교 출근하기가 싫어요. 학교 안에서 저만 일벌레인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느라 퇴근 시간을 넘기기 일쑤인데, 주변의 선배 선생님들은 저에 비해 별로 일이 많아 보이지도 않고 칼 퇴근하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전체 교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잘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장회의에서 부장 선생님들도 여러 가지 의견을 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요즘은 거의 침묵만 지킬 때가 많아요. 교장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고 적당히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갈등의 원인

학교는 다양한 관계망의 복합체이다. 학교 안의 관계망을 살펴보면 교장-교사, 부장-부장, 교사-교사, 교사-학생, 학생-학생, 교사-학부모 등이 존재한다. 그런데 학교 교육 활동을 운영 과정에서 종종 갈등이 발생한다. 서로가 지향하는 교육 철학과 이해 관계가 다르다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주후(2004)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 갈등의 원인을 다음과 같다.

 

1. 의견 수렴 과정

2. 업무 분장

3. 행정 잡무

4. 인사 관리

5. 학생 생활 지도 등

 

학교 갈등 원인의 첫 번째 요인은 의견 수렴 문제이다. 학교 내 의사 결정 구조에 있어서 교장 선생님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거나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독점될 때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갈등이 생긴다.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지향하는 교장 선생님들은 쉽게 독단적인 태도로 빠져서 학교 구성원과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분장 문제는 부서 간 갈등과 부서 내 갈등이 있다. 부서 간 갈등은 교감이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많이 생긴다. 교감이 업무 간 업무 분담을 잘 하지 못하거나 부서 간 충돌이 생길 때 이를 잘 조정하지 않고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을 때 생긴다. 부서 내 갈등은 부장 교사가 무능하거나 부원들 간의 업무 분담을 잘 하지 못할 때 생긴다. 학교 안에도 무임승차자와 일벌레가 있긴 마련이다. 일벌레 교사는 무임승차자 교사에 대한 불만이 있고, 무임승차자 교사는 일벌레 교사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승진올인형 교사로 여기며 무시한다.

행정 업무에 따른 갈등도 있다. 예전에 비해 교사들이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많이 늘었다. 3월의 분주함이 12월까지 연결되고 있다. 업무와 잡무의 차이는 교육과정 관련 여부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둘의 구분이 모호하다보니 모든 것이 잡무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제는 업무를 줄이는 노력이 또 하나의 업무가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인사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다. 부장 교사는 부장 교사를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있고 1등수를 누가 받을 것인가 등의 승진 점수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다. 이는 교원승진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생길 수 밖에 없는 갈등이다. 교사들은 담임 학년이나 담당 시수 등으로 인하여 갈등을 빚기도 한다.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에 따라 교사 간 관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학생 생활 지도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갈등,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 등이 일어난다.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학생 생활 지도 철학과 방식의 문제, 교사 자질로 인한 문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갈등에 따른 상처

일단 갈등이 일어나면 갈등 주체 모두가 내면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상처를 받으면 서로 간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교장 선생님과 평교사가 학생 캠프 추진 문제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교장 선생님이 안전 문제로 인하여 학생 캠프 추진을 반대했지만 그 이유에 대하여 교사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면 교사는 교장 선생님에게 반감을 가지게 된다. “교장이면 다야,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야 교육적으로 의미있다고 해서 추진하는 일인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반대만 해그에 비해 교장 선생님 입장에서는 교사가 강하게 어필할수록 해당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쉽다. “저 선생님은 자기 주장만 강하지, 내 말은 잘 안 듣는 것 같아.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시키지도 않는 일을 자꾸 추진하려고 하는 의도가 뭐야!” 내면의 상처는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특정 사안에서 비롯한 갈등이 그 사안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확대되어 갈등 양상이 확장된다. 서로에 대한 기본 신뢰가 있고 상대방을 존중할 때의 갈등은 성숙하게 해결될 수 있지만 그 전제가 무너졌을 때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관계에 대한 불편함이 일에 대한 충돌로 이어진다.

 

갈등 해결의 자세

갈등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잘 표현하지 않는다. 갈등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태도가 있고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에 대한 대처 자세는 회피형, 공격형, 화해형 세 가지 방식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회피형 방식으로 갈등을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회피는 갈등이 없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갈등을 심화시키고 숙성시킨다. 그래서 사소한 갈등이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소한 일로 인한 갈등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큰 갈등으로 이어진다.

갈등을 과연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 갈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신체적인 에너지와 강력한 심리적인 집중력이 생긴다. 조직 안에서의 갈등은 조직 구성원들이 갈등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조직이 성숙해진다. 그러므로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교 내 갈등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의사결정 문제이다. 학교 내 의사결정이 특정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의해서 결정되고 다수는 그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책임만이 주어진다. 그렇게 되면 다수에게 동기 유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학교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그 책임을 추궁한다. 그러면 교사들은 반감을 표출하거나 하는 척만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 상에 있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 의사 결정 구조를 참여적인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 이 말은 학교 내 모든 의사결정을 모든 교사에게 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해야 할 사안 중 중요한 일은 전체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고 실무적인 일은 해당 실무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개별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참여자 대상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학교관리자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 신흥중학교에서는 교무회의시 형태로 자리 배치를 하였다.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기 위한 시도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은 시도가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사진 : 신흥중 교무실 형 회의]

 

모떠꿈(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방식도 좋은 회의 방법이다. 모든 회의를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겠지만 학교 안에서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학교 비전 세우기나 학기별 학교 교육 활동 평가회에서 도입하면 좋다.

 

 

[사진 : 모떠꿈 워크샵]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패(lose)-(win) 전략을 통해 결과적으로 승(win)-(win)을 추구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승(win)-(win) 전략이 가장 좋은 해결 방식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경우, (win)-(win) 해결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성숙한 교사는 자기 이익을 포기하는 패(lose)-(win) 방식을 선택한다. (lose)-(win)은 나만 피해를 보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승(win)-(win)이 된다. 하지만 승(win)-(lose) 방식은 결과적으로 패(lose)-(lose)로 이어지기 쉽다. 세월호 선장의 선택 문제를 생각해보면 된다. 기독교사의 최대 자산은 자기 부정이다. 자기 이해를 초월할 수 있어야만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다. 자기 부정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갈등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듯이 갈등을 해결하는 것보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가장 좋다. 갈등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노는 것이다. 업무로만 사람들을 만나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쉽고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학교 세우기(School Building) 활동을 해야 한다. , 학교 구성원들끼리 자주 회식하기, 이유없이 놀러 가기, 경조사를 서로 챙겨주기, 쉬는 시간에 긍정적인 수다 떨기, 체육대회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축제시 교사팀 출연하기 등을 해야 한다. 잘 놀지 않으면 잘 일할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교사들끼리 잘 노는 것이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방식이다. 100% 일하는 것보다 70% 놀고 30% 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