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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잘 질문하지 않을까?

by 김현섭 2015. 3. 9.

수업에서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교사 : “지난 시간 해류의 특징에 대하여 설명했는데,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학생들 : “.....”

교사 : “아무도 대답을 못하네.”

(출석부를 뒤적이며) “경희야, 해류에 특징에 대하여 설명해 볼래.”

경희 : “....”

교사 : “정답을 모르면 교과서를 펴보세요. 선생님이 지난번 해류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중요하다고 별 표시하라고 한 것 기억하고 있죠?”

 

어떤 수업에서 도입 단계에서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서 이 선생님의 질문을 분석한다면 이 질문들이 학생들의 배움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오히려 부담감만 주고 있는 것인가?

수업은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수업에서 교사의 가르침은 있었으나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은 수업이 아닐 것이다. 반대로 교사의 가르침은 없었으나 학생에게 의미있는 배움이 있었다면 좋은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의 가르침 없이 학생의 배움이 지속되기는 힘들다. 많은 수업을 관찰해보면 가르침은 있으나 배움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르침과 배움의 간극이 커질수록 좋은 수업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교사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가 위해서는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을 연결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을 연결하는 고리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질문이 살아있으면 좋은 수업이고, 질문이 없으면 좋은 수업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수업에서 교사의 질문이 왜 중요한가?

교사의 질문은 학생들의 배움 상태와 수준을 알 수 있다. 수업에서 학생이 배운 지식과 이해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잘 이해하고 있으면 답변이 가능할 것이고 잘 이해하지 못하면 답변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배움 상태와 수준을 알고 있어야 그에 맞게 가르침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학생들이 1단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사가 열심히 2단계를 설명한다고 배움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교사의 질문은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특히 수업 도입 단계에서 지식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출발 질문이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흥미 유발 질문이 없이 전시 학습 확인 후 바로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교과서 진도를 나간다. 학생들이 그 수업에 참여할 것인가, 그렇지 않는가는 수업 도입 5분 정도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해류의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습 목표를 다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류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 그러면 교과서 1893째줄 해류라는 단어에 네모 표시를 해볼래요...’라고 시작하는 것과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이 많이 검출된 지역을 다음 그림으로 표시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이 어떠하나요?’라고 시작하는 것 중에서 어떠한 시작이 학생의 배움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 교사의 질문은 배움으로의 초대장이다. 초대장 없이 수업이라는 만찬장에 학생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교사의 질문은 학생의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람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질문한다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답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학생들이 답변하기 머뭇거린다면 지희야, 네가 사는 이유는 무엇이니?’라고 특정 학생을 선택하여 질문한다면 답변을 이끌어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가 이 질문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오늘 배울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질문에 대하여 행복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에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나요? 선아야, 선아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질문은 생각을 낳게 하고 생각은 배움을 일으킨다.

 

수업에서의 학생의 질문은 배움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에 대하여 잘 이해했다면 그 지식을 토대로 심화된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오늘 포스트모던니즘에 대하여 배웠는데, 제가 좋아하는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도 그러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나올 것이다. 반대로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에 대하여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포스트 모던니즘에 대하여 배우긴 했지만 아직도 모던니즘과 포스트 모던니즘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이렇게 이해하긴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는다면 그 수업에서 가르침이 있었을지라도 배움은 충분히 일어났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업에서 질문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왜 수업 시간에 학생은 잘 질문을 하지 않을까? 교사의 질문에도 학생들이 잘 대답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질문을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원래 한국 학생들이 질문하지 않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을 관찰해보면 학생들이 얼마나 질문이 많은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질문이 너무 많아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 정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점차 교실에서 질문은 사라진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잘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학습 내용이 많거나 난이도가 높으면 질문이 사라지게 된다. 유치원 단계나 초등학교 1, 2학년 저학년 시기는 교육과정상 지식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이 시기는 인지적 영역보다는 정의적, 실천적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 들게 되면 교육과정의 분량과 난이도가 많이 올라간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시기 이후부터는 교육과정상 분량과 난이도가 대폭 높아진다. 지적 호기심보다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기에도 버거워진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사라진다. 질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교사나 친구들에게 드러나는 일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있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둘째, 다른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하여 예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점차 질문과 대답을 잘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부터는 교우 관계에 관심이 많아지고 내 행동에 대하여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민감하게 된다. 이른바 왕따현상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어떤 학생이 정답을 잘 말한다면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를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잘난 척 하는 행동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한 시선을 느끼게 되면 정답을 알고 있어도 선생님에게 답변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지식에 대하여 질문하려고 하지 않는다. 교사가 자신을 구체적으로 직접 선택하여 질문하지 않는 이상 답변하거나 질문하지 않게 된다.

 

셋째, 질문에 대한 교사의 태도나 반응 때문에 질문이 사라지게 된다. 학생의 질문에 대하여 교사가 무시하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 질문을 할 필요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름대로 궁금해서 질문했는데, 교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대충 답변을 하면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선생님에게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수동적으로 답변하거나 질문 자체를 피하게 된다.

 

교사가 좋은 질문을 잘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질문이 수업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사들은 정작 실제 수업에서 좋은 질문을 잘 던지지 못하는가?

첫째, 교사의 학창시절과 성장 과정에서 좋은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다. 교사들은 일제학습, 경쟁학습 문화 속에서 공부했다. 일제 학습, 경쟁 학습 문화에서 질문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한다. 객관식 시험은 신뢰도가 높은 평가 방식으로 많은 학생들을 한 줄 세우기에는 좋은 도구였지만 타당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닫힘 질문, 저차원적 질문 속에서 성장했기에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열린 질문, 고차원적 질문을 하기 쉽지 않다.

둘째, 대학시절 교원 양성과정에서 좋은 질문에 대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초중고 시절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교대나 사대에 입학해도 좋은 질문을 사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기회가 거의 없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질문법에 대하여 배우지만 실천적으로 좋은 질문을 만들고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삶으로 배운 것만 우리는 실천할 수 있다.

셋째, 교육과정상 많은 학습 내용과 진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닫힌 질문에만 익숙하다. 교육과정의 내용과 난이도가 높으면 수업에서 지식을 이해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여유가 있어야 열린 질문,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진도 나가기 급급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넷째,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교사 입장에서 열린 질문,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질문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업 진도를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질문이 없어야 진도 나가기 좋다. 또한 교사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학생들이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할수록 학생들이 불평할 수 있다. 학생들도 질문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려면

 

학생들에게 질문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질문을 한 학생에게 교사가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칭찬 스티커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냥 질문하라고 하면 학생들이 무반응의 태도를 보이기 쉽다. 오랫동안 질문하지 않았기에 질문을 하라고 해서 쉽게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엉뚱한 질문만 해도 칭찬하거나 보상을 해주면 닫힌 입술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질문 샤워 게임을 해보는 것이다. 질문 샤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질문 샤워 게임

 

41모둠 형태로 구성한다.

각 팀의 1번 학생이 나오면 나머지 각 팀의 1번 학생들이 해당 학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해당 학생은 질문에 대하여 답변할 수도 있고 패스할 수도 있다.

해당 학생이 질문이 마친 뒤 가장 좋았던 질문과 그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교사가 좋은 질문을 한 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개인 보상을 수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