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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모르는 것도 가르치는가? 생각나는 것만 가르치는가?

by 김현섭 2015. 9. 2.

“20대 교사는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가르친다. 30대 교사는 아는 것만 가르친다. 40대 교사는 시험에 나오는 것을 위주로 가르친다. 50대 교사는 생각나는 것만 가르친다. 60대 교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

인터넷에 떠도는 교사에 대한 우스갯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단순한 웃고만 넘기기에는 씁쓸하다.

 

인생 발달 단계와 교사의 성장 과정

대개 교사는 빠르면 20대 초반, 늦으면 20대 중후반에서 교사가 된다. 62세 정년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한 사람이 30-40년 정도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다.

각 연령대별 교사의 삶에 대하여 살펴보자. 현실적으로 20대 교사는 기간제 교사나 강사 신분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인 조건이 아닌 상황에서 많은 학교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새로운 교직 업무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정규직 교사가 되어도 막내 교사로서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이 있고, 새내기 교사로서 학생들을 생활 지도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관계와 질서를 조화시키면서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을 세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과 친밀성을 형성하는 것은 쉽지만 질서 세우기에는 상대적으로 힘들다. 새내기 교사들은 미리 수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수업 진행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교사와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세우고자 하는 욕구와 학교에 대한 소속감가 상대적으로 크다. 인생 발달 단계 상으로는 결혼과 취업이 가장 큰 고민이고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시기이다.

30대 교사는 학교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한 시기로서 학교에서 많은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수업에 있어서는 교육과정 뿐 아니라 교수학습방법 등 수업 디자인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긴다. 수업 준비가 다소 부족해도 수업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기에 수업보다는 행정이나 생활지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시기는 업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다. 인생 발달 단계 상으로는 결혼 이후 자녀가 출산하고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시기이다. 남교사는 상대적으로 가사 업무에 대한 부담이 적다보니 학교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교사는 임신, 출산, 양육 등으로 인하여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하여 학교 업무 경험 단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40대 교사는 어느 정도 교직 경험과 연륜이 쌓이게 되면서 학교 실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쯤 학교 안에서 대개 부장이나 기획 업무를 담당한다. 안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고 생활지도나 행정 업무에 있어서 능력을 발휘한다. 지식보다 지혜가 발달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외부의 흐름에 대하여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자신 만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방향과 이념, 철학,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인생의 후반전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고민하면서 승진과 안정 사이에서 새로운 진로 방향을 탐색한다. 이 시기에는 성취, 승진, 인정 욕구가 상대적으로 큰 시기이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에게 비판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매우 힘들어 하고 때로는 외부 비판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한다. 인생 발달 단계 상으로는 십대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녀 교육과 진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아진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 나이와 교사 자녀 연령이 비슷해지면 학생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깊어지고 수용의 폭도 넓어진다.

50대 교사는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수업이나 생활지도 업무보다는 행정이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대개 수업과 생활지도보다는 행정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수업 능력은 40대에 비해 정체되거나 퇴보되는 측면이 있다. 이 시기에는 학생과의 질서 세우기에는 강하지만 학생과의 세대차이가 벌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관계 세우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50대 교사는 교장, 교감, 장학사 등 학교 관리자나 교육전문직으로서 활동하거나 수석교사나 부장 교사로서 후배 교사들을 돕는 일을 하거나 중간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승진을 포기한 경우, 학교 업무 외에 다른 분야(자녀 교육, 재테크, 취미 생활 등)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업무가 가중되면서 상당수의 50대 교사들이 명예 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시기에는 성취, 지배, 명예, 존경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 예전보다 원만해지거나 반대로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 또한 신체적 건강과 능력이 감퇴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자연스럽게 꺼리게 된다. 그래서 많은 수업 시간을 담당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지혜와 문제 해결력은 높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되면서 보수적 성향을 띠게 된다. 이 시기는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노년기를 실제적으로 준비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교사의 성장 단계에 따른 덕목들

성인기의 발달단계를 연구한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인생 발달 단계에 따른 덕목을 긍정 방향과 부정 방향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에릭슨에 의하면 20대 성인기는 친밀감 대 소외감, 30-50대 장년기는 생산성 대 침체성, 60대 이후 노년기는 통전성 대 절망감으로 설명한다. 필자는 교사의 성장 단계도 인생 발달 단계별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교사는 열정냉정이다. 긍정적인 20대 교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치우침을 통해 경험을 쌓아간다. 손해가 나더라도 의미가 있다면 그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수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수업을 임한다. 학생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 과정에서 온전한 기쁨을 누린다. 학교 행정 업무에 있어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부정적인 20대 교사는 이해 관계에 대하여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는 열심히 학교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때는 적당히 선을 긋는다. 선배 교사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당당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수업 준비는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열심히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저경력 교사라고 해서 많은 수업 시간을 담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교사가 되기 전까지 그동안 미루어왔던 개인 사생활의 기쁨(연애나 취미 생활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30대 교사는 안정체념이다. 긍정적인 30대 교사는 교직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 업무를 안정적으로 감당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일이 마치지 않으면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업무를 처리한다.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고 대학원 진학 등 자기 능력 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에 비해 부정적인 30대 교사는 개인주의라는 울타리가 예전보다 견고해진다. 승진과 학점 등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없는 한 자발적으로 힘든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비난을 받지 않는 선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을 최대로 누리려고 노력한다.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하여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여교사의 경우, 어느 정도 체념을 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을 띠기도 한다.

40대 교사는 몰입대체이다. 긍정적인 40대 교사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행동하고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 등에서 그 능력이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다. 일에 대한 성취 의욕이 높고,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을 온전히 누린다.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활용하게 된다. 그에 비해 부정적인 40대 교사는 학교 업무 수행에 전력을 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일을 한다. 학교 업무 이외에 다른 분야에 눈길을 두고 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한다. 교사는 기본적인 능력이 일반인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재테크, 자녀 교육, 운동,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50대 교사는 지배소외이다. 긍정적인 50대 교사는 학교 운영이나 업무, 후배 교사를 섬기는 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관심사의 수준이 교사 개인의 수업과 생활지도 영역을 넘어 학교 운영 전반이나 다른 교사들을 돕기 위한 영역 등으로 확장된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후배 교사들을 진심으로 섬긴다. 그에 비해 부정적인 50대 교사는 자기 관리에 실패하여 무능력해지거나 능력이 있어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태만한 태도를 가진다. 심지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냉소주의자로 살아간다. 학교 운영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가만히 있지만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자기의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다. 열정적인 사람들을 비꼬거나 비난한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교직 문화에서 학교 관리자도 부정적인 50대를 쉽게 통제하기 힘들다. 특히 학교관리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교사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교사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직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령대별로 교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학교가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수업코칭이나 연수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30대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거나 육아에 지친 교사들을 배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40대 교사들이 학교 업무에서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50대 교사들이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고경력 교사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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