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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모험으로 사는 학교?

by 김현섭 2015. 9. 11.

트로이 성이 함락된 지 10년 그리스의 오딧세이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아서 고향에 들어가지 못한다. 부인 페넬로페는 포악 무도한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고 재산과 가축도 그들에게 넘어갔다. 아테네 여신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도움으로 10년 동안 지중해에서 다양한 모험과 항해 끝에 고향이 돌아간다. 그는 구혼자들과 협조자들을 물리치고 아내와 재산을 되찾는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에 등장하는 오딧세이는 이후 모험’, ‘장기간의 여행’, ‘방랑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오딧세이 학교?

그런데 이러한 오딧세이라는 이름을 단 학교가 서울 정독도서관에 생겼다. 오딧세이 학교는 고교 자유학년제 개념이 도입된 최초의 공립학교이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성찰과 체험 등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는 1년의 자유학년제 운영학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 중의 하나로 시작했다.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하여 한국적 상황에서 맞는 학교로서 만들어졌다. 발달 단계상 자기 진로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과 탐색을 하는 시기는 중3, 1이다. 물론 현재 중1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할 예정이지만 중1 단계에서는 진지한 진로를 탐색하기에는 약간 이른 나이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1 시기에 도입하려는 이유는 중3이나 고1 시기는 현실적으로 입시에 민감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덴마크의 경우, 1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국한하여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숙형 애프터스콜레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도입된 것이 오딧세이학교이다. 물론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벤치 마킹을 했어도 사춘기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1년 기숙사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덴마크와 달리 치열한 입시 구조에서 탈피하여 1년 간의 단절을 경험하는 오딧세이 학교는 학교 존재 자체가 모험인 셈이다.



학교 비전은 삶의 의미와 방향찾기로서 이를 이루기 위해 핵심 가치로 여유와 성찰, 자율성과 시민성, 지혜와 용기를 제시하고 있다. 여유와 성찰은 현행 입시 구조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리고 그 여유 안에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자율성과 시민성은 시민으로서 공공성을 지향하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고, 지혜와 용기는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모험할 수 있는 힘과 결단력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오딧세이 학교에서는 3대 핵심 역량으로 생활 역량(자율적 성찰 능력, 삶의 기술(Social skill)과 신체적 감각), 관계역량(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공공적 의지와 실천력), 진로역량(변화하는 미래의 직업 세계에 대처할 수 있는 생애 개척 역량)을 삼고 있다.

오딧세이 학교 교육과정은 서울시교육청과 민간 교육교육기관들의 민관협력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목 이틀은 정독도서관 교실에서, 나머지 월화금 삼일은 3개의 대안학교(공간 민들레, 꿈틀학교, 아름다운학교)에 흩어져서 공부를 한다. 공동 수업은 연극, 합창, 전체 특강, 영어, 수학, 한국사 등이 있고, 협력 기관(대안학교) 수업은 대안 학교 특색에 맞는 수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간 민들레에서는 공동체 학습, 구상과 표현, 생활체육, 프로젝트 학습 등을, 꿈틀학교에서는 진로 탐색, 공동체 학습, 소리와 리듬, 주제 탐구 학습 등을, 아름다운학교에서는 생활과 논리, 삶과 철학, 과제 연구, 삶과 표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학교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각 학교가 가지고 있는 색깔있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지역별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가지만 추후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교과 외 창체 활동으로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그 이유는 학생에 대한 존중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들의 필요와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방식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되고 학생 자치 활동과 각종 체험 활동이 풍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딧세이 학교는 현재 서울시내 일반고와 자공고 소속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40명을 모집하여 학력 인정 과정으로 1년간 운영하고 있다. 수료 후 원래 소속 학교에 복교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동안의 교육활동은 원적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모집 당시 경쟁률도 높아서 면접과 추첨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40명을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존 위탁형 대안학교는 주로 학교 생활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지만 오딧세이 학교는 진로에 대하여 고민하는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인가형 대안학교는 그 학교 소속으로 고교 3년 과정을 운영하지만 오딧세이학교는 1년 동안 위탁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원래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안에 오딧세이 학교 운영센터가 설치되어 교육청과 대안교육기관 소통 협력을 통한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협력 교육 기관으로 3개 대안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자문위원회와 공감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다. 연구위원회에서는 교육과정연구팀과 참여관찰팀이 구성되어 체계적인 교육과정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학생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모험을 지향하는 학교!

학교 출범시 일부 보수 언론에서 진보교육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학교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현재는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오딧세이 학교는 다른 교육청에도 영향을 미쳐서 광주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자유학년제 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마이스쿨, 꽃피는 아이들, 아름다운 배움, 함께 여는 교육연구소 등 민간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서 이들 단체들이 연대하여 포럼을 구성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유학년제 학교들이 조만간 생길 전망이다.

앞으로 오딧세이 학교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일단 정원을 8-9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협력 대안학교도 늘일 예정이다. 지자체 중심 협력 모델을 추진하고 학교 안에 들어가 기존 학교들의 대안교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하려고 한다. 일반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을 탐색하고 공교육 안에서의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운영상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협력 기관인 대안학교들과 하나로 맞추어 가는 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 학력 인정 학교로서 가지는 행정적 업무 부담과 아현산업정보학교와의 행정적 문제 등이 있다.

 

심리학자 폴 투리니에는 인간 특유의 본능 중의 하나가 모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 모험의 주인공은 삶에서 새로운 조류의 개척자가 된다.’ 오딧세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모험을 위한 준비하는 학교이면서 동시에 교육계에 새로운 모험을 도전을 하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딧세이 학교의 모험과 도전이 교육계에 좋은 모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