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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 혁신을 위해 버려야 할 작은 관행들(좋은교사 정책위)

by 김현섭 2012. 2. 8.

관행 1 중앙현관 학생 사용 금지

학생이 중앙현관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장실을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와 손님맞이에 번거롭다는 것 때문이다. 어항의 물고기도 다니는 중앙현관, 우리 아이들도 다니게 해 주세요.

관행 2 소금기둥처럼 굳어 버린 애국 조회

운동장 조회 때 늘 보는 장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교장선생님은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지루한 말씀을, 울리는 마이크에 쏟아내신다.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애국가와 교가는 립싱크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처리한다. 줄 사이로 다니며 떠드는 아이들 혼내는 학생부장. 괜히 몇 놈 걸려 엄청나게 맞는다. 운동장 조회가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새로운 틀은 없는지 고민해 보자.

관행 3 행사 때 여교사 꽃순이

졸업식 때 늘 보는 장면 중 하나. 교무부 선생님들 중 한두 분이 한복입고 상장을 거들고 있다. 보여주기식 행사의 전형이며 양성평등에도 어긋난다.

관행 4 2월 말 전보 발령

발령받아 새 학교에 가니 2월 27일 교과서를 받고, 담임발표 및 업무 분장한단다. 다른 학교는 28일에 한단다. 더 심한 학교는 3월 2일 갔더니 27일 발표된 내용이 뒤집어져 있다. 1학년 담임 하래서 준비해 갔더니 갑자기 3학년 담임이란다. 이제 새 책 받아 언제 새 학기를 준비하란 말인가? 전보발령 시기를 1월말이나 2월초 마무리 짓고, 늦어도 2월 10일 경에 내년도 계획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이들 이름이라도 미리 알고 담임했으면 좋겠다. 이럴 땐 사립학교가 부럽다.

관행 5 3월 말에 나오고, 부장들만 만들고 보는 학교 교육계획서

부장님들이 뭔가 분주하다. 학교교육계획서의 교육청 제출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단다. 학교 교육계획서는 교육청 제출용에 불과한가? 부장들만 활용하고 부장들만 만드느라 바쁘다. 3박 4일 정도 워크샵하면서 전년도 학교 체제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 방법에 대해서 논의할 수는 없을까? 지지고 볶고 심각한 토론을 하더라도 일단 합의되면 정말 무슨 일을 해도 힘을 받을 텐데,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몰라서 안 하는 것인지….

관행 6 베끼거나 다운 받아서 내는 수업 지도안

최근 단체협약이 맺어지면서 수업지도안 결재 받는 경우는 줄어들었지만, 일부 강요하는 학교가 있다. 만약 내는 학교라면 교사 본인도 참조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것을 베끼거나 다운 받아서 내지 말자. 자신이 평소 하던 수업 자료와 활동자료를 내자. 그것도 힘들면 결재를 없애든지….

관행 7 강압적인 교문 지도

날카로운 눈빛을 한 교문지도 교사는 복장, 두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아이들을 위아래로 째려보고 있다. 그 아이의 가정문제, 내적 고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발만 보인다. 아이들과 벽을 만드는 교문지도! 사랑으로 서로를 맞이할 수는 없을까? 두발 복장과 명찰이 뭐길래?

관행 8 입학이 아닌 입대식 같은 입학식, 감동이 없는 졸업식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살포시 들어선 학교. 오자마자 입학식순 익히느라 정신없다. 입학 성적 1등으로 들어온 학생이 선서하고, 휘리릭 담임 소개하고, 교감선생님이 학교 연혁 읽고, 애국가 부르고,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하신다. 이런 틀은 수십년 전에 우리가 입학할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와 담임선생님을 소개하는 동영상, 선배들이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서로 주고 받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긴장한 아이들을 녹이는 레크레이션을 통해 화기애애한 시간은 꿈만 같다. 졸업식은 더하다. 메마른 요즈음 아이들, 졸업식 끝나자 마자 좋다고 집에 간다. 교사만 섭섭하다. 감동프로젝트를 추진해보자. 평소 학생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 두었다가 감동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보자. 선생님 자랑도 좀 하고, 교사는 아이들 자랑도 하고, 칭찬과 격려, 감사의 메시지 파티를 해 보자!

관행 9 보여주기식 운동회

그냥 놀면 안되겠니? 뽀대나는 군무. 안 보여 줘도 좋다. 폼 안 나도 좋다. 운동회 때문에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피곤하다. 그냥 마음껏 뛰어 놀게 합시다.

관행 10 학원발표회장으로서의 학예회

학예회를 하는데, 아이들이 발레, 바이올린을 한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준 적 결코 없다. 학교에서 활동한 내용을 중심으로 평소에 하던 것 가지고 하자.

관행 11 주간 학습 안내와 지도안의 획일적 결재

결재를 위한 결재는 이제 날리자.

관행 12 문어발식 학교 경영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지배적이다. 결국 제대로 되는 것 하나도 없다. 적어도 학기당 특색 사업 하나 붙들고 공동체적 고민을 담아 놓을 수는 없는가? 꼭 우리 교장선생님은 다른 학교가 한다는 좋은 것은 안 가져오고, 나쁜 것만 가져오더라(강제야자 및 조기등교 등)

관행 13 온갖 외부행사 참가 문제

포스터, 표어, 문예작품 등 의무적 참가 또는 작품 제출을 권고한다. 특히 교육청 주관행사일수록 목숨 건다. 그렇게 독촉해서 제출하면 뭐해? 몇 편만 올리고 나머지는 버린다. 제발 행사안내는 걸러서 해 주세요.

관행 14 학교 또는 학급 임원 학생 학부모는 봉인가?

반장과 학생회장은 부잣집 애들만 해야 하는가? 대의원 명목으로 찬조금 또는 기부금을 은근히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회장 정도 되면 회식자리 마련해야 하나? 애들이 다 안다. 그리고 상처받는다.

관행 15 보직 초등학교 부장 교사 숫자의 비융통성

36학급은 부장교사 12명, 35학급이면 부장교사가 6명이 되는 현실이다. 뚜렷한 근거도 없다. 6명의 부장이 학년 업무에 행정업무를 같이 맡으니 거의 초죽음이다.

관행 16 수업시간 종치고 5분 늦게 들어가는 것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교사의 1순위는 수업이다. 수업 종 치면 무조건 하던 일 내려 놓고 교실로 달려가자. 교육청에서 공문 빨리 보내라고 독촉할 때, 이렇게 말하자. “수업하고 보낼께요”

관행 17 수업시수 적게 맡고, 연구수업 안 하려고 얼굴 붉히는 행태

2월말, 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1시간 뻔뻔하면 1년이 편하다”는 신념으로 서로 들이댄다. 그렇게 수업시수 적게 맡겠다고 싸우던 분들이 주당 10시간 더 해야하는 보충수업은 잘만 한다. 희한한 일이다.

관행 18 일방 전달 교무회의

교무회의는 텔레비전이다. 일방적으로 떠들기만 한다. 쌍방향 교무회의가 될 수는 없는가? 서로 고민하고, 의견 나누고, 대안을 찾는 교무회의가 그립다. 교무회의만 바뀌어도 학교는 바뀐다. 맨날 듣는 두발 복장 단정, 학교 주변 청결… 재방송은 이제 싫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학교가 깨끗해지고 두발복장이 단정해질 수 있는지 끝장 토론 해보면 어떨까?

관행 19 해마다 붙는 명문대 합격 현수막

학벌주의를 학교가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열등감을 안는다. 명문대 합격 현수막이 아니라 “인터넷 중독이 한명도 없는 학교”, “동아리 활동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학교”, “학급경영과 학생상담이 잘 이루어지는 학교”, “인성교육이 잘 되는 학교”라고 자랑할 수는 없을까?

관행 20 교사들, 자기 일은 자기가 하기

아이들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생활기록부를 아이들에게 치게 하기도 한다. 교무실 냉장고 청소를 아이들에게 맡기기도 한다. 교사들이 먹은 간식 뒤처리를 아이들에게 맡기기도 한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하기. 부득이하게 아이들을 시켰을 때는 고맙다는 말 꼬옥 전하기.

관행 21 아이들에게 필요한 상담실 만들기

아이들이 찾아가지 않는 상담실은 이제 그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놀이도 할 수 있고, 음악도 흐르고, 자기점검 프로그램이 있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상담실을 꿈꾼다.

관행 22 들러리 학생회가 아닌 살아있는 학생회

학생회가 죽으면 학급 회의가 죽고,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교육목표가 죽는다. 학생회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학생회를 지원해 주고, 그들의 기를 세워 주자. 건의사항의 70-80%는 들어 주어야 학생회 힘이 생긴다.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차분히 설명해 주자. 예산도 팍팍 지원해 주고, 건의사항도 적극 반영하자.

관행 23 아이들의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학교

아이들이 쉴만한 곳은 교실, 운동장, 매점, 학교 후미진 곳밖에 없는가? 과제는 쏟아지는데 출력할 곳 복사할 곳이 없다. 쉬는 시간마다 과제 출력 및 복사를 부탁하는 아이들 혼내는 것도 이젠 지겹다. 학교 내에서 복사하고 프린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탈의실도 없다. 한여름에 축구하느라 땀을 흘리고 샤워할 수도 없다. 정수기도 거의 필터가 되지 않는다. 그냥 수돗물이다. 아이들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학교를 꿈꾼다.

관행24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 교장, 교감 선생님

교장선생님은 외부 손님을 만나느라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는 없을까?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창의재량, 계발활동, 기존 전공 과목을 맡아 주당 한두 시간을 가르쳐 보시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