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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무뚝뚝한 학교

by 김현섭 2012. 3. 19.

외부인들이 학교에 들어가 용건을 보려고 하면 무뚝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행정실에 찾아가면 다들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용건을 말하면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본다. 자기 일이 아니면 별로 관심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부모가 담임 교사를 찾으러가도 마찬가지이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주는 부담감이 있다. 교무실에 누가 들어가면 친절한 표정으로 맞이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교무실 입구 쪽에 앉아있는 선생님에게 용기를 내서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심지어 교사가 용건없이 다른 교무실을 출입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요즘 학교 교무실은 OA 사무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컴퓨터 앞에서 각자 자기 업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별 용건없이 들어가면 뻘쭘해질 수 밖에 없다.

학교는 왜 무뚝뚝할까?

일단 교사들이나 직원들이 너무 바쁘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일이 아닌 이상,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교무실에 들어간다 해도 일일이 관심을 가질 여유가 별로 없다.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 낯선 사람에게 친절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다를 떨면 그만큼 내 업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교사나 직원들이 무의식 속에 내가 '갑'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므로 '갑' 입장에서는 특별히 아쉬울 것이 없고, 용건이 있는 '을'이 아쉬울 것이라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식보다는 다소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구현고등학교의 경우, 외부 손님이 오면 중앙 현관 입구에 '~의 본교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안내표지판이 있다. 심지어 방문하는 사람의 사진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구해 사진까지 넣어서 붙여 놓는다. 그러면 외부 손님이 학교로 들어올 때 감동을 받는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모든 외부 손님에게 통하는 방식은 아니다. 특별한 손님(장학사나 학교 관련 방문자)일 경우에만 적용한다. 처음에는 아부하는 것처럼 보여 이상하게 보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인을 환영하는 안내 표지판에 감동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꼭 아부의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중국 난징 국제학교에 방문했더니 중앙 현관에 전체 교사들 사진을 붙여 있었고 각 선생님 연락처가 게시되어 있어서 외부인들이 쉽게 해당 선생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였다. 입구에 인터폰이 설치되어 있어서 연락을 할 수 있게 하였고 호텔 입구처럼 작은 안내 데스크도 있었다.

핀란드 공립 중학교를 방문했더니 중앙 현관에 작은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여기에 학생 두 명이 앉아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하자 학생들이 나와 친절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학교 방문시 학교 안내를 도와주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선도부나 주번 학생 제도와 비슷한 것이었다. 전체 학생들이 돌아가며 안내 데스크를 지키면서 외부인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복도에서 뛰거나 사고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의 경우, 1층 입구에 들어가면 도서관이 있다. 학교도서관이 1층 중앙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개가식으로 운영되면서 학부모들도 자유롭게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기다리려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자녀를 만나 하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작은 까페 형태의 파이샵이 있어서 외부인들이 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 누구나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서는 각종 커피 및 차음료와 함께 다과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까페에서 외부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게다가 파이샵을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장애우들이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장애우를 위한 일자리 공간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일반 학교에서도 외부 사람들을 환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하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첫째, 중앙 현관에 교사 안내판을 설치하고 학교 운영 철학 및 학사 일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 안내 인터폰을 설치하여 만나고 싶은 사람과 쉽게 연락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물론 여건만 된다면 학생들이나 학부모 자원봉사자, 행정 보조 직원들이 앉아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외부인 환영 안내판을 상설적으로 설치하여 필요시 해당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학부모나 외부인들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1층 입구에 학부모실이나 작은 까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 동반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학부모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부모실이나 작은 까페 공간을 통해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더라도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면 더욱 좋을 것이다.

셋째, 열린 마음과 친절한 태도를 가지도록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교직원들에 대한 친절 교육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친절 교육으로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학교 철학이 바뀌어야 학교 문화가 바뀔 수 있다. 즉,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학부모에 대한 친절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외부 학교 인사(장학사, 다른 학교 방문자 등)도 교육 동지라는 의식을 가져야만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