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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생수 감소 시대, 지속가능한 학교 발전 전략?

by 김현섭 2022. 7. 2.

학생이 줄어든다?, 학교가 사라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절벽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51(1971년생)의 경우, 출생수가 약 100만명이었다면, 현재 고등학생의 경우, 50만명, 초등학생의 경우, 40만명 정도이다. 2017년생의 경우, 40만명 선이 무너져서 약 36만명이었고, 2018년생의 경우, 32, 2019년생의 경우, 30, 2020년생의 경우, 27, 작년 2021년생은 약 26만명까지 내려갔다. 쉽게 말해, 50대 초반 성인 기준,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가 1/4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생수도 10년 뒤면 전체적으로 54%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울산과 경남은 47% 정도로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학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순 비율로 적용하면 10년 뒤 초등학교의 절반 정도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69년부터 2020년까지 사라진 학교를 살펴보면 이미 농산어촌 학교들을 중심으로 많이 있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서울이나 경기 등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가능한 학교 발전 모델

학생수 감소에 따라 농산어촌 학교들이 많이 통폐합되고 있다. A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이 20여명인데, 전체 교직원도 20여명이다. 학생 대 교직원 비율이 거의 1:1 수준인 셈이다. 이러한 학교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유지가 힘들다. 하지만 학교 통폐합 문제를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볼 수 없다. 어느 학교가 사라지면 해당 지역의 인프라 및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져서 해당 지역 인구가 더욱 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만 단순히 적용한다면 지역 불균형 현상으로 인하여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학교통폐합이 일어나면 학생 입장에서는 먼 거리 학교로 통학하거나 기숙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은 학교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가 충돌되는 딜레마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학생 수 감소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학교 발전 문제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일단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첫째, 지역 학교 간 통폐합 방식으로 학교급 안에서 지역별로 통폐합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인근 초등학교끼리 3-4개 학교를 묶어서 통합학교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학교가 사라진 지역 학생들은 셔틀버스로 통학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적인 관점에서 절약할 수 있지만 학교가 사라진 지역은 지역 활력이 사라져서 해당 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초중고 통합학교 방식이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하거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하는 것이다. 국제학교처럼 유초중고를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학교로 운영할 수 있다. 예컨대, 중학교 음미체 교과 교사가 초등학교 교과전담 교사를 하면 순회교사로 인근 중학교로 가지 않고, 같은 캠퍼스 안에 있는 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를 하면 교사가 먼 거리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전체 교사 인원수를 줄이면서도 교육과정 운영상 유연하게 교사 정원을 운영할 수 있다. 중고 통합학교는 교사 자격상 큰 문제가 없지만 초중 통합학교는 쉽지 않기에 최근 법령 및 제도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경기미래학교 모델 중 하나로 초중통합학교, 중고통합학교를 제시하였고, 별도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초중고가 하나로 연결된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작은 학교를 유지한다 해도 작은 학교만의 가치와 교육력을 세우는 방안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 조정 방식을 넘어 마을과 학교 간의 협력 체제(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들을 가보면 대도시 도심 학교에 비해 대체로 학교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고, 예산도 부족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이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학교가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교는 지역연계 교육과정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J지역 학교 사례

중소도시인 J지역의 경우, 일반고가 현재 4개교가 존재하고 있다. 이 지역도 도시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학생수 감소 현상을 피하기 힘든 곳이다. 최근 이 중 한 학교가 학교 시설 노후화로 인하여 이전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현재 J지역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인데, 메가스쿨(캠퍼스형 고교)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거리상 가까운 2개교를 공동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추후 3개교(공립학교)13캠퍼스 체제로 운영하는 메가스쿨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학교별로 교과특성화 중점과정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 교육과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교 학점제와 연계하여 4계열 12과정을 제시하여 운영하는 방안이다.

 

인문사회계열 : 경제경영과정. 사회과학과정, 국제인문과정

자연공학계열 : 자연과학과정, 공학과정, AI/IT과정, 생명과학과정

예술체육계열 : 예술체육과정

자율진로계열 : 창의디자인(창업)과정, 미래주제연구과정, 팀프로젝트과정, IB과정

 

여기에서 자율진로계열은 대학 미진학자나 해외대학 진학 희망 학생들을 위한 과정을 말한다. 예컨대, A학교는 경제경영과정, 생명과학과정, 미래주제연구과정, 예술체육과정을 특화하고, B학교는 사회과정과정, 자연과학과정, 공학과정, 창의디자인과정을 특화하고, C학교는 국제인문과정, AI/IT과정, 생명과학과정, 팀프로젝트과정, IB과정을 특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A학교 학생이 국제인문과정을 선택했다면 기초교과 수업은 A학교에서 수강하고, 국제인문과정 관련 과목을 수강할 때는 C학교로 등교하여 해당 과목 수업을 수강하는 것이다. A학교 학생의 생활지도 및 학사관리는 A학교에서 운영하기에 졸업장은 A학교로부터 받는 것이다.

 

우리 학교만의 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모색하기

중소도시인 S도시 외곽에 위치한 D중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전원형 학교로서 총 6개 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이다. 중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교보다 부지가 넓어 학교 안에 숲길이 있을 정도이고,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학교 내부 시설도 잘 갖추어진 학교이다. 그런데 학생수 감소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학년 재학생은 교실당 22, 2학년 재학생은 교실당 17명인데, 1학년은 교실당 12명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 D중학교 옆 초등학교의 졸업생 총 인원이 9명 밖에 안되어서 지역 내 학생으로는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S도시 시내 학생들을 유치하여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까운 중학교를 버리고, 셔틀버스로 30분 정도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학교만의 확실한 차별성이 없으면 도심 학생들이 그 학교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작년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4개의 선도학교 사업을 진행하였다.이제 학교 특색 교육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학교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 비해 교사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 외에도 선도학교 관련 업무가 있기에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학 위해 지난 2월 학교컨설팅 워크샵을 가졌다. 이를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현재 학교 교육활동에 대하여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고민들을 나누었다. 우리 학교가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어디에 집중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할 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면 먼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요구까지 고려하여 치열하게 성찰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각자의 생각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문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거와 감소 전략을 통해 여백을 창출하고, 그 여백만큼 합의를 통해 증가와 창조를 모색해야 한다. 위기가 오고 나서 해결책을 찾으면 이미 늦다. 위기가 오기 전에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지속가능한 학교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